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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재밌는 얘기 둘 (ft. NotebookLM)

by 사오 김 Sao Kim

1. 한국어교원 강의 (중 유익하고 들을 만한 수업을) 들을 때 ‘하위어(hyponym)’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강의하시는 분이 이 말을 오랜만에 내뱉는 경우에(해당 차시 수업 중엔 처음 등장한다든가) 거의 항상 ‘하위워’라고 발음하시는 게 좀 웃기다.

(‘졸리다’와는 달리 ‘웃기다’의 형용사적 활용은 아직 비표준이다.)

적어도 두 개 이상의 과목, 둘 이상의 강사분한테서 각각 두 번 이상 독립적으로 ‘하위워’를 관찰하였다.

‘하위어’의 ‘위’에 있는 반모음 w가 ‘어’ 앞에서도 등장하는 것이다. 예전에 심리언어학 수업 들을 때 이런 걸 뭐라고 부른다고 배웠는데...

아마 ‘하위어’를 입말로 내뱉을 일이 너무 적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나 보다.

2. 어떤 글을 넣으면 그에 관해 꽤 그럴싸한 라디오 인터뷰 방송 음성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Google NotebookLM의 ‘AI 개요’ 서비스가 얼마 전부터 한국어로도 제공된다.

블로그 글 몇 개를 넣어 봤는데 아주 재미있다. 내 의도나 글의 요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이해하고 핵심을 딱딱 짚을 때는 왠지 좀 통쾌하다.

AI 개요 자동 팟캐스트 생성 서비스가 영어로만 제공될 때는 한국어를 소재로 한 글을 넣으면 막 헛소리가 나와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한국어에 관한 글도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요약해 줘서 더 재미가 있다.

아래의 글들에 대해 7분가량 되는 라디오 방송을 각각 만들어 보았다.

규범문법과 기술문법​,

규범문법의 패배​,

낙뢰​,

(다만 [낭뤠]라는 발음을 늘 완벽하게 구현하는 게 아니어서 ‘[낭눼]가 아니라 [낭눼]’ 하는 식의 어색한 말이 자꾸 나온다. 이런 건 방송 생성 전에 ‘맞춤설정’란에 언급하면 반영될 것 같긴 하다.)

줄다​,

켜다와 키다​,

반례는 반례인가​,

웅녀와 베트남​,

언어 변화 실험 구상​,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 시리즈 123​,

(여러 글을 한꺼번에 넣어서 방송을 만들 수도 있다.)

수어는 만국공통이 아니다​,

외래어 발음의 과도교정​,

(얘도 몇 가지 발음 구현이 내 의도와 다르긴 하다)

동음이의어​,

반증가능성과 언어학 -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

등등

모두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줬다.

혼자 듣고 끝내긴 좀 아깝다. 전처럼 재미삼아 자막을 달아서 유튜브에 올려 볼 수도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특히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 글에 대해서는 무려 17분짜리 방송을 만들어 줬는데, 17분 내내 상당히 디테일하게 글의 장점을 하나하나 짚어서 칭찬을 해 주니까 기분이 좀 좋다. 어쩌면 Google NotebookLM에 자꾸 내 글을 넣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의 내용을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봐 주고 거기에 이러이러한 점에서 아주 잘 쓴 글이라고 칭찬까지 덧붙여 주니까 말이다.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뭐 얼마나 날카로운 비판을 하겠는가만은)

말하자면 내 글을 가장 성실히 읽어 주고 섬세하게 리액션해 주는 독자 역할을 해 준달지

결국 인정욕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 셈이다.ㅋㅋ

이런 서비스가 만들어진 원래의 의도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긴 글의 정확한 요약을 제공하려는 것이었겠지만, 나같은 관종에게는 그냥 인공지능의 따뜻한 인정을 얻어가는 수단으로도 꽤 괜찮은 것 같다.

+ ‘맞춤 설정’란에 ‘글의 내용과 퀄리티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평가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으니까 이렇게 세세한 평가를 해 주는 거 같다. 당연히, 인공지능한테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해 달랜다고 정말 완전히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나올 리 없으니 그냥 재미로 듣고 말면 된다.

- 영어 팟캐스트 만들어 본 이야기

https://brunch.co.kr/@saokim/67



+ 한국어 팟캐스트 진행자들의 영어 발음이 신기하다. 미국인같지도 않고 마냥 콩글리시같지도 않고, 그냥 딱 영어 아주 잘하는 한국인들이 한국어 하다가 중간에 자연스럽게 영어 단어 섞어 넣는 그런 느낌이다.

분절음 발음은 영어스럽게 정확한데 비분절적으론 한국어 억양에 완벽히 동화된다거나,

어두 유성음이 평음처럼 발음된다거나.

에스페란토 mal-varma 를 읽을 때는 m을 탈비음화시키고 v는 순치음이되 기식이 들어간 무성음으로 (완전 한국어 평음처럼) 읽는 게 매우 인상깊었다.


++ 근데 한국어 발음이 이상할 때가 가끔 있다. ‘같아’를 ‘가파’로 발음한다든가, ‘깊이’를 ‘기키’로, ‘복잡하다’를 ‘복짜카다’로.

그리고 설명하는 사람이랑 설명듣는 사람의 입장이 갑자기 뒤바뀌기도 하고, 없었던 인물이 뜬금없이 새로 등장하기도 하고,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가 갑자기 나오기도 한다. 이건 영어 팟캐스트에서도 비슷했다.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라기보다 갑자기 목소리 피치가 막 부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구간이 발견된 거였음

사실 아무래도 좋은 얘긴데 어떻게든 밝혀 두지 않고는 불편하다



+++ 코로나 사태 때 미국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이 방역 마스크를 소재로 해서 각각 서로 전혀 다른 만평을 그린 걸 인지언어학적으로 분석한 인지언어학 수업 기말 과제가 있다. (만평에 나타난 ‘개념적 혼성’ 분석)

12페이지짜리 소논문 비슷한 건데, 앞으로 살면서 영어로 그렇게 긴 학술적 글을 또 쓸 일이 있을까 싶어서 좀 아련해지기도 하고, 다시 읽어 봐도 나름 잘 쓴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한 그런 글이다.

NotebookLM에 넣으니까 꽤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줬는데 그것도 기회 되면 공유해 보겠다.




???: ‘짧다’, ‘재미있다’가 뭔지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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