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역사를 알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요약:
1. 산스크리트어 ḥ는 t 앞에 놓이면 s로 바뀐다.
(공시적 규칙: ḥ→s / _t )
2. 사실은 원래 어디서나 s였던 게 t 앞에서 유지된 것이고, 오히려 ḥ가 통시적 변화의 결과물이다.
(s > ḥ / _# ) (st 에는 변화 없었음. st라기보다 Vs#t? 암튼)
3. 공시적인 규칙을 통시적으로 보면 정반대가 되는 게 재미있다.
또는,
통시적인 사실을 모르고 공시태를 보면 실제로 일어난 변화와 정반대인 규칙을 기술하게 된다는 게 재미있다.
데바나가리 문자로 적힌 산스크리트어(범어) 문장을 읽다 보면 꼭 ‘콜론(colon, : )’, 속칭 ‘땡땡’처럼 생긴 글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사람’)
여기 맨 오른쪽에 쓰인 글자다.
이것을 비사르가(visarga)라고 부르는데,
로마자로는 보통 ‘ ḥ ’라는 기호로 옮기며,
어말에 등장하는 [h] 소리를 나타낸다.
위에 제시한 단어 ‘사람’은 로마자로 옮기면 ‘naraḥ’가 된다.
산스크리트어에는 이렇게 비사르가(-ḥ)로 끝나는 말이 아주 많다.
비사르가의 소리는 [h]라고 했으니까, 이 말은 곧 [h]로 끝나는 말이 아주 많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실제 산스크리트어 문장 속에서 비사르가(ḥ)는, 자기 뒤에 어떤 소리가 나오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여 학습자를 골치아프게 만든다는 것이다.
위에 제시한 ‘사람’ 단어도 원래의 기본 발음은 ‘naraḥ(नरः)’지만, 실제 문장 속에서는 뒤에 나오는 소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nara(नर)’, ‘naro(नरो)’, ‘naraś(नरश्)’ 등 온갖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굴절어를 공부해 본 사람은 자칫 오해할 수 있는데, 이 다양한 발음들은 격이나 수에 따라 변화되는 굴절형이 아니라, 전부 똑같이 ‘사람’, ‘사람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수 주격 형태이다. ‘사람을’, ‘사람의’ 등을 나타내는 굴절 어형은 또 따로 있다.)
이렇게 단어나 형태소의 끝에 있는 소리가 그 뒤 다른 단어나 형태소의 맨 앞 소리와 만나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산스크리트어 문법 용어로 '산디(sandhi)'라고 하며,
이는 발음을 편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있는 규칙이라는 것이 흔한 설명이다.
naraḥ에서 nara, naro, naraś 등으로 바뀌는 어형들은 어말의 ‘비사르가(ḥ)’가 다음 단어의 첫 소리와 만나 모습을 바꾸는 바람에 생겨난 것이므로, ‘비사르가 산디(visarga sandhi)’라고 한다.
산스크리트어에는 비사르가 산디 말고도 수많은 산디가 있지만 (그건 내가 잘 모르고),
비사르가 산디에 특별히 흥미로운 점이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비사르가 산디가 왜 재미있는지 느껴보기 위해,
이제 실제로 산디 규칙이 적용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비사르가로 끝나는 말,
즉 ḥ 로 끝나는 말의 뒤에 t 로 시작하는 말이 나오면, ḥ 는 s 로 변화한다.
( ḥ → s / _t )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नरः (naraḥ)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람(man)'을 나타낸다.
이 단어는 단수 주격의 남성 명사이고, 어말의 visarga(-ḥ)가 남성 단수 주격 어미 역할을 하고 있다.
naraḥ 라는 말을 따로 떼어 읽는다면 '너러ㅎ'처럼 끝에 [h] 소리를 넣어 읽게 될 것이다.
([h] 뒤에 echo vowel 을 넣는 것이 흔한 관습이라고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신경 쓰지 않도록 하자.)
이번엔 이 단어를 주어로 해서 자동사와 결합해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보자.
'서다' 동사의 3인칭 단수 능동태 직설법 현재형 '선다'는
तिष्ठति (tiṣṭhati) 이다.
이 동사를 '사람' 주어와 결합하여 '사람이 선다'를 만들면,
नरः तिष्ठति (naraḥ tiṣṭhati) 가 아니라,
नरस् तिष्ठति (naras tiṣṭhati) 가 된다.
'ḥ' 가 't' 앞에서 sandhi를 겪으며 's'로 바뀌는 것이다.
(전자처럼 नरः तिष्ठति (naraḥ tiṣṭhati)와 같이 쓰거나 읽는 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후자처럼 읽거나 쓰는 게 보통인 모양이다. 표기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표의주의보다는 가급적 표음주의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아래의 예들도 같다.) (실제 문헌은 보통 띄어쓰기조차 없나 보다?)
비슷한 사례를 몇 개 더 구경해 보자.
남성명사 '코끼리'의 단수 주격형은 산스크리트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गजः (gajaḥ)
여기서도 어미에 visarga(-ḥ)가 들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소리 내어 읽는다면, 아마 '거저ㅎ'처럼 끝에 [h] 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가 나무로 간다'라는 문장에서는,
गजस् तरुं गच्छति
gajas taruṃ gacchati
'나무'라는 말의 어두에 등장하는 't' 소리 때문에 어미가 '-s'로 바뀌고 만다.
이렇듯, 'ḥ' 가 't' 앞에서 's'로 바뀌는 sandhi의 규칙은 앞뒤에 등장하는 단어가 문법적으로 하나의 성분을 이루지 않더라도 적용된다. ('사람이 선다'와 달리, '코끼리가 나무로'는 문법적으로 하나의 구성 성분이 아니다.)
'말[馬]'은 어떨까?
남성명사 '말'의 단수 주격형은
अश्वः(aśvaḥ) 이다. 발음을 적는다면 대충 '어시버ㅎ' 비슷하게 될 것이다.
aśvaḥ라는 단어는 t-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어떻게 변할까?
이번엔 '말이 선다' '말이 간다' 이런 시시한 거 말고,
고대 인도의 방대한 베다 경전에 실제로 등장하는 구절을 구경해 보자.
(사실 '말'이 t- 앞에 나오는 예문을 간단한 입문용 자료에서는 못 찾았음. śv 합자가 어려워서 안 넣나...)
(베다 산스크리트어는 일반적으로 고전 산스크리트어보다 몇백 년 앞선 시기의 발음과 문법을 간직하고 있지만,
베다 시기이든 고전 시기이든 t 앞에서의 visarga sandhi는 비슷한 모양이다.)
산스크리트어 위키소스(wikisource)에는 크리슈나 야주르베다(Krishna Yajurveda) Taittiriya 버전(?)의 원문이 실려 있다.
여기서 5권(Kanda 5) 5장(Prapathaka 5)의 23절을 보면, '말'이라는 단어가 t 소리 앞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Krishna Yajurveda 5.5.23 (Taittiriya recension)
(로마자화는 우선 챗지피티한테 시켰는데 따로 검색해서 확인해 보니 맞는 것 같다.)
"The horse, the hornless one, the Gayal, these are for Prajapati."
(저작권이 만료된 A.B.Keith의 번역. 링크)
(별 기대 없이 Claude한테 Krishna Yajurveda의 Kanda 5, Prathaka 5, verse 23을 찾아오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이렇게 전문 번역 자료 링크를 찾아왔다.)
위에서 본 '사람'이나 '코끼리'처럼, '말'의 단수 주격 어미 -ḥ 또한 t 앞에서 훌륭히 -s 로 바뀌어 있다.
기왕 크리슈나 야주르베다 경전의 원문을 찾아 봤는데 이대로 넘어가기는 좀 아깝다.
베다 하면 무엇인가,
거의 2천 년을 글로 적히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소리로만 전해지며 보존되어 온 구전 문학의 경이가 아니겠는가.
글로 적힌 이후에도 암기 구전의 전통은 이어지고 있으니, 베다 경전의 소리는 이제 3천년이 넘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3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그 소리를 한번 직접 들어 보자.
아래 영상의 24분 30초부터 딱 10초만 들어 보면, Aśvas tūparo... 라는 소리가 아주 명확하게 들린다.
(재생시작시간이 설정돼 있으니 그냥 재생하면 된다.)
https://youtu.be/13VKZeJMY8U?feature=shared&t=1470
직접 들어 보니 묘하게 감격스럽다.
녹음기도 글자도 없던 시절, 3,000년 전의 말소리를 암송을 통해 상당 부분 보존해 왔다는 게 새삼 놀랍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세워지기도 전의 언어가 구전으로 내려온 것이니...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문화가 있었다면 고대국어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암송하는 사람들은 힘들었겠지만...ㅋㅋ 아닌 게 아니라, 발음이 틀리면 종교 레벨에서 '잘못'이 되는 거니까 외우는 사람들은 진짜 힘들 거 같긴 하다.
자, 다시 정리해 보자.
범어에서는 단어 끝의 ḥ가 t를 만나면 s로 바뀐다.
-ḥ 로 끝나는 말이 t- 로 시작하는 말을 만나면 -s 로 끝나는 말로 변화한다.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된다.
즉,
원래는 [h]인 소리가 t 앞에 놓이면 별안간 s 가 된다.
이것이 비사르가 산디(visarga sandhi)의 규칙이다.
h → s / _t
이 규칙은 기본적으로 공시적인(synchronic) 것,
그러니까 역사적 변화가 아니라 어느 한 시점의 산스크리트어가 보이는 음운변동을 나타낸 것이지만,
그래도 'h → s' 라는 도식을 보고 있다 보면 마치,
‘과거엔 원래 visarga를 t 앞에서도 h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t 앞에서는 s 발음을 하는 걸로 바뀌었다’
와 같은 통시적인(diachronic) 변화, 역사적 변화를 시사하는 해석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 믿는다.
자, 이제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밝히고자 한다.
이제껏 아주 긴 지면을 할애해 정성껏 살펴본 이 '비사르가 산디'의 규칙은,
실제로 일어난 변화하고는 완전히 정반대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
아니, 실컷 설명해 놓고 ‘실제와 정반대’라느니 ‘환상’이라느니 이게 무슨 영문인가?
산스크리트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은 대다수가 이미 t 앞 visarga sandhi의 역사적 비밀을 알고 있을 테고, 그걸 모르는 분들은 애초에 여기까지 읽지를 않을 테니, ‘... 무슨 영문인가?!?!’ 하면서 열심히 원맨쇼를 하는 게 좀 웃기긴 한다.ㅋㅋ)
위에서 마지막에 살펴보았던 단어 ‘말[馬]’을 다시 생각해 보자.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이며,
따라서 그리스어나 라틴어의 친척 언어이다.
원시 인도·유럽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인류 중 거의 가장 먼저 말을 가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지역으로 퍼져나간 그 후손들에게 말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이는 상당수의 인도·유럽어에서 '말'이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지 않고 조상이 물려준 어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단어 'aśvaḥ'는,
라틴어 'equus'나 그리스어 'hippos(ἵππος)' 등 그들 언어에서 ‘말’을 나타내는 단어와 친척 관계에 있다.
(한글로 대충 적자면 '아시버ㅎ', '에쿠스', '힙포스' 이런 식이 되니까 꽤 달라 보이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aśvaḥ'든 'equus'든 'hippos'든, 원래는 같은 언어의 사투리 같은 존재였다가 점차 차이가 심해지면서 이렇게 소리가 달라진 거라는 얘기다.
aśvaḥ, equus, hippos.
이 세 단어가 원래는 같은 말의 사투리 같은 관계였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세 단어의 어미에 집중해 보자.
aśvaḥ, equus, hippos.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모두 -s 어미를 갖고 있는데 산스크리트어만 혼자 어미가 [h] 소리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잘 지지된 결론을 도출하려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일단 요점만 말하자면,
세 단어 모두가 결국은 -s 어미를 가진 공통 조상 단어에서 나왔다.
세 단어의 조상이 되는 인도·유럽조어의 단어 ‘말’은 '*h₁éḱwos' 였다. 어미에 ‘-s'가 붙어 있는 것이 분명히 보인다.
'*h₁éḱwos'라는 인도·유럽조어를 쓰는 사람들이 널리 퍼지면서 점차 라틴어의 조상이 되는 사투리, 그리스어의 조상이 되는 사투리, 산스크리트어의 조상이 되는 사투리가 생겨났다.
이러한 여러 사투리 중 산스크리트어의 조상이 되는 사투리에서도, 어미의 ‘-s’ 소리는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되었다.
시간이 더 지나, '사투리'들이 더 이상 사투리가 아니라 각각 별개의 언어라 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달라졌을 때에도 어미의 '-s'는 그대로였다.
실제로 인도·유럽조어의 어느 사투리로부터 유래해 결국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의 조상이 된 언어를 '인도·이란조어'라고 하는데,
이 언어로 '말'은 '*Háćwas'였다.
이쯤 되면 산스크리트어 'aśvaḥ'와 꽤 가까워진 게 눈으로도 보이지만, 어쨌든 어미에는 여전히 '-s'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aśvaḥ'가 't' 앞에서 sandhi 변형을 겪어서 만들어진다고 배웠던 'aśvas'라는 어형이,
사실은 어떤 변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부터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고 충실히 유지되어 온 발음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했던 해석과는 달리,
visarga sandhi가 생기기 전에 'aśvaḥ'가 t 앞에서도 'aśvaḥ'로 발음되었던 적은 아마 전혀 한 번도 없고,
visarga sandhi 규칙을 따르는 'aśvas'라는 어형이 t 앞에서는 줄곧 그대로 쓰여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통시적으로는 'aśvaḥ'가 '원형'이 아니라는 것이고,
t 앞에서의 변형이라 생각했던 'aśvas'가 '원형'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visarga sandhi의 재미있는 진실이다.
한편, 그러면 'aśvaḥ'는 어떻게 만들어진 어형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치찰음 [s]가 점차 [h]와 같은 소리로 약화되는 것은 다양한 언어의 역사에서 흔히 관찰되는 일이다.
지금도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는 스페인어의 어말 '-s'를 [h]로 발음하고 있고,
시베리아에서 사용되는 터키어의 친척, 야쿠트어는 아주 다양한 곳에 등장하는 's' 소리를 [h]로 바꿔 버렸으며,
먼 옛날 중국어에서도 어말의 '-s'를 '-h'로 약화시켰다가 결국 성조로 변형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소리의 변화를 언어학 용어로는 '탈구강화(debuccalization)'라고 한다.
정확히 언제,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대 인도 사람들은 조상들이 's'로 소리내던 어미의 발음을 점차 'h'로 바꿔 온 것이고,
우연히 't' 등 몇몇 소리 앞에 놓여 있던 's'들만 그런 변화를 피해 갔으며,
산스크리트어가 사용되던 시절에는 그것이 완전히 정착하여 -ḥ, 즉 'visarga'로 적히게 된 것이다.
( s > h / _# )
이제 위에 그렸던 표를 완전히 반대로 다시 그려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려던 얘긴 이게 다인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글을 쓰기 전에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개요 삼아 대충 적은 메모를 소개하며 마친다.
"Vh + t 를 Vst로 바꾸는게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라고 말하는건
마치 Vh t 로 읽던 시절이 있었으나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Vs t 로 바꾸게 되었다
라고 읽히지만
실상은 처음부터 늘상 st 였고 오히려 다른 환경에서 h 로 바뀐 것뿐이라는 반전이 있는 것이다"
+ 사실 범어 학습서나 학습 자료를 보면 비사르가의 기원이 어말의 's (또는 r?)'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언급하는 것도 많이 있다.
범어가 자료도 방대하고 역사도 오래된 고전어인 데다 인구어 연구의 역사가 시작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언어인 만큼, 범어를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인도유럽조어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Whitney같은 사람은 visarga가 어말 s/r로부터 왔단 걸 언급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산스크리트어를 로마자로 적을 때 visarga를 전부 어원에 맞도록 -s나 -r로 바꿔 적기까지 한다. (내 이해가 맞다면)
그러나 학습서/학습자료가 t 앞에서의 visarga sandhi를 'h로부터 s로의 변동'이라 표현한 대목을 찾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이 글이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니라는 증거로서, 대표로 하나만 제시해 둔다.
https://www.learnsanskrit.org/start/nouns/verbless/
위에 제시한 산스크리트어 예문도 대부분 위 웹사이트에서 가져왔다.
++ 위와 같은 방식의 설명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공시적으로 산스크리트어 원어민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들어 있던?) 형태음운 규칙은 실제로 h → s / _t 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내 말은 그냥, 공시태를 기술한 결과가 통시태와 정반대처럼 보일 수 있는 게 흥미롭단 얘기다.
+++ '크리슈나 야주르베다' 원문이 실린 wikisource 링크
++++ visarga를 읽을 때 [h] 뒤에 echo vowel을 넣는 관습은, 신세대에서 어말 h를 완전 탈락시키는 습관이 생기니까 경전의 발음이 변형될 걸 우려해 원래 그 자리에 h가 있었다는 사실이 복원불가능해지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닐지.
+5 '크리슈나 야주르베다'의 원문을 찾아보고 소리를 들어 보니, 이 엄청난 양의 경전이 수천 년 동안 구전되었다는 게 새삼 너무 놀랍고 믿기지 않는다.
3,000년째 옛 언어의 모습을 유지한 채 암송으로 구전되고 있다니. 우리로 치면 고구려 백제 신라가 생겨나기도 한참 전인데... ‘삼대목’의 모든 향가가 옛 발음 그대로 암송구전되어 내려온 세계관
원랜 글에 소리까지 넣을 생각은 없었는데, 기왕 찾은 김에 넣어 볼까 싶어서 유튜브에 검색해 좀 들어 보다가,
한 영상에 5~8권이 통으로 들어 있는 등 영상들이 상상 이상으로 방대해서 한참 헤맸는데,
어떻게 어떻게 5권 5장만 따로 잘려 있는 영상을 찾아냈다.
다행히 Aśvas가 등장하는 23절이 5장의 거의 끝부분이라 덜 고생할 수 있었다.
이 방대한 양의 음성에서 딱 Aśvas를 찾아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가 않는다.ㅋㅋ
실속은 없는 성취지만 괜히 뿌듯하다.
+6 콜론을 '땡땡'이라 부르는 게 일어 点々 유래인가? 나무위키 말론 그렇단 모양이다.
+7 좀 다르지만 일본어 は행 연탁(h→b)도 비슷하게 이해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는 b가 옛 모습을 유지한 거고 h가 변화의 결과물.
다른 언어에서 비슷한 사례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한참 하다가 떠오르는 게 없어서 말았는데, (‘햅쌀’ 정도?)
우연히 일본 뉴스를 보다가 はこ가 합성어에서 ばこ가 되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다.
공시적으로는 h 가 다소 뜬금없이 b 로 바뀐다고 배우겠지만
통시적으로는 오히려 b는 늘상 그대로였고 h 쪽이 바뀐 거니까
+8 이 글 쓰면서 챗지피티한테 또 열받았다.
https://blog.naver.com/ks1127zzang/22393240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