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너무 불평만 한 것 같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강의 듣는 일 전반에 대해 내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바는 그보다 훨씬 긍정적인데 블로그에선 불평만 잘 보이는 게 좀 마음에 걸려서, 좀 다른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 적어 둔다.
1. 강의 중 절반 이상은 재미있고 유익하며 즐거움을 준다.
- 연어에 관해 새로이 배운 점이 몇 가지 있음.
‘무거운 책임’처럼 의미 자질상 예측되지 않는데 자주 공기하는 애들도 연어
- 언어학방의 외국어 교육 학습 파생방에 공유한 내용
+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수학습샘터’의 ‘한국어교육 문법 표현 내용 검색’ 배너에 들어가면 ‘-고 말다’ ‘-ㄹ 따름이다’ 이런 구문을 표제어로 해서 각각을 어느 단계 학습자에게 가르치는 게 적당한지, 의미 기능 용법이 어떤지, 그리고 예문과 형태 정보 등을 실어 놓은 사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내용도 아주 유익해 보였다.
-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이주노동자의 경우 초급부터 곧장 물건 세기로 들어간다든가,
결혼이주여성은 보통 한 곳에 영구 정착하는데 이주노동자는 이동이 잦아서 학습 여건이 불안정하다든가 (잔업도 많고)
베트남에서 잠깐 가르칠 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재밌는 게 있었는데 뭐더라
- 의미론은 여전히 어렵고 새롭다.
대학 다닐 때 내 성적표에 몇 안 되는 B학점을 선사했던 <한국어의미화용론> 수업 교재로 사용한 윤평현 교수님의 <국어의미론 강의> 내용 상당 부분이 요번 평생교육원의 <한국어의미론> 강의 교안에 고대로 들어가 있길래 복습할 겸 다시 읽어 보는데 진짜 내가 이런 수업을 한 학기 수료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새롭다. 재미는 있는데 아직 추상적이고 어렵다.
의미론 과목 강의자 분이 달변은 아니셔서 조금 그렇긴 한데,
(저번 글에서 이야기한 강사들처럼 막 틀린 말을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해가 쉽게 설명을 잘하시는 편이 아님. 내가 의미론 수업을 처음 듣는 거였으면 이 분 수업을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지 않음.)
어쨌든 재밌음.
- 문법번역식, 청각구두식, 직접교수법, 전신반응, 침묵, 의사소통, 과제중심, 내용중심 등등 다양한 외국어 교수학습 접근법과 그 시대적 변천. 언어학 책에선 못 봤던 신선한 이야기라 재미있다.
덕분에 방송통신대 하려고 구매했다가 못 읽었던 <영어교수법> 교재를 다시 펼쳐 봤다. 말로만 듣던 Krashen이란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게 되었고, i+1이란 개념도 접했다.
근데 영어교수법 교재 초반에 언어학 사조와 심리학 사조를 쌍쌍이 묶어서 시대적 변천이라고 제시한 건 좀 의아했다. 체계를 위한 체계? 음운론 표 억지로 예쁘게 만드는 언어학자를 보는 느낌.
(한국어교원 강의에서도 어느 과목 어느 내용에선 ‘이건 그냥 분류를 위한 분류 같은데’란 생각이 드는 지점이 꽤 있다.)
- 수업 듣다 보면 가끔, 외고와 외대에서 원어민 선생님들이 사용하셨던 강의 기법이 대충 이런 거였겠구나 하고 떠오를 때가 있다.
그냥 추억이 떠오르는 것도 좋다. 외대에서 나는 원어민 교수님들께 약간 편애(?)를 당했었는데 당장 떠오르는 에피소드만도 두 개가 있다. 심지어 둘 다 중간/기말고사 시험 관련 에피소드다. 외국어로 이메일을 쓸 때는 그 언어문화권의 쓰기 관습을 지켜야 한단 이야기를 보고 한 가지가 떠올랐었다.
- 베트남인 한국어 학습자 비중이 실제로 통계상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애증의 전공 베트남어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엮이면 뭔가 되려나 싶은 막연한 생각. 뭐 그냥 막연한 생각이다. 따 두면 의미가 있겠지...ㅋㅋ
'The future's a mystery and anything goes'
2. 요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따려고 하다 보니, 컴퓨터나 통계처럼 낯설고 어려운 분야는 직장 다니면서 학사학위 딸 만큼 공부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겠단 생각도 좀 든다. 방송통신대 컴퓨터나 통계 같은 거 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의 이 평생교육원 한국어교원 수업은 매주 8과목 16시간씩 듣고 있다.
근데 그 중 절반 정도는
[(1)이미 거의 다 아는 국어 문법 기초 내용이라서 or (2)강사가 교안을 그대로 읽거나, 맥락에 안 맞고 아무 의미도 없는 헛소리를 덧붙이는 강의라서 or (3)둘 다라서]
사실상 거의 안 듣고 틀어 놓기만 하기 때문에,
좀더 기운을 써서 수업답게 듣는 수업은 4과목 정도고 그나마도 (이를테면 컴퓨터나 통계 등에 비하면) 지극히 익숙하고 쉬운 내용이기 때문에 전혀 학습 부담이 없는 수준인데도 직장과 병행하려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걸 느낀다. 게다가 직장생활도 여태 겪은 것 중에 가장 좋은데 말이다.
그래도 지금의 생활에 대단히 만족한다. 출퇴근길에 외국어 (주로 듣기) 공부하고, 주말에 가끔 오픽 시험 하나씩 보고, 한국어교원 수업 듣고.
삶이 이렇게 만족스러운 건 정말 간만이다. 여러 의미로 그렇다.
+ 이 글 쓰는 데에는 대략 50분 남짓 걸렸다. 이 정도면 이 글을 쓰기 위해 내 책임을 외면한 건 아니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