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인의 관찰 일기 : MBTI보다 전두엽
“선생님은 ISFJ 같아요.”
며칠전, 학생이 내게 건넨 말이다.
유행인 건 알지만, 나는 그 성격 분석 검사(mbti)에
딱히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그걸 굳이 해봐야 돼?
나는 나를 잘 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만큼 나를 오해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MBTI보다 전두엽 기능 여부가 더 궁금하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평생 한 번도 “전두엽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배운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없다.
계획, 판단, 도덕, 공감, 감정조절, 언어와 사유를 담당하는 전두엽. 그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제도도 없고, 인간 뇌에 장착된 이상, 사회화 과정 속에서 저절로 발현되는 기능쯤으로 여겨왔을 뿐이다.
- 나는 MBTI보다, 전두엽 사용법이 궁금하다.
그 사용법을 배운 적 없지만, 적어도 전두엽이 꺼진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는 알 것 같다.
"다른 작가들이 구독자 늘리는 방법이라 해서 따라한 거야. 그게 뭐가 어때서? 너 너무 웃긴다. 분노 조절 장애인이냐? 전직이 의심스럽다. 너 같은 성질머리로 작가로 성공하겠냐? 새파랗게 젊은 년이."
이 문장은 그냥 말이 아니다. 사유가 멈춘 인간이 감정 조절 없이 뱉어낸 배설음이다.
이런 존재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다. 그저 반응만 남은 껍데기, 전기 신호에만 반응하는 습관성 신경망일 뿐이다.
이들은 공감을 배우지 않았다. 자기 언어가 타인에게 어떤 충격을 남기는지, 그 윤리적 무게를 되묻는 훈련 자체가 없었다. 아니, 그럴 전두엽 자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전두엽을 쓰지 않고도 하루를 살아가는 존재다. 사유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그저 ‘어때서?’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외면하는 단세포적 생명체다.
- 꺼진 전두엽과 감정 없는 공감의 사회
가장 걱정스러운 건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TI가 어떤 글자이든 상관없다.
당신의 전두엽이 꺼져 있다면, 당신은 지금도 사유 없는 감정 폭격을 정당화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전두엽이 꺼진 사람들이 댓글창을 지배하고, 콘텐츠 순위를 결정하고, 리더가 되고, 심지어 법을 만들고, 제도를 설계한다면 ㅡ
이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감각기관이 마비되는 심각한 일이다.
판단력 없는 자가 법을 만들고, 공감력 없는 자가 교육을 하고, 도덕적 분별력 없는 자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분류할 때, 그 결과는 상상보다 더 조용하고, 더 치명적이다.
이들은 절대 “나는 생각을 안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다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자기 무지를 포장한다.
전두엽이 꺼진 상태의 특징은 이것이다. 질문하지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정해진 회로를 반복 실행하는 것.
그걸 확신이라 부르고, 일관성이라 믿는다.
그 결과, 우리는
“생각의 부재”가 시스템에 탑재된 사회에 살게 된다.
개인의 감정은 사치가 되고,
비판은 예의 없다고 몰리며,
모든 언어는 “불편하지 않을 것”만 요구받는다.
이게 바로 전두엽 꺼진 자들이 설계한 사회 풍경이다.
감정이 사라진 위로. 비판이 사라진 공감. 질문이 사라진 학습, 사유할 줄 모르는 인간들. 그들이 ‘이성’을 가장한 채 세상을 굴리는 시스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