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인의 기록 <그날의 기억>
가만 들어보니까 우리 엄마 말은 온통 사투리투성이다.
조사 빼곤 죄다 우스꽝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로, 하루 동안 두 번이나 쓰러진 얘기를 하는데
구사하는 단어들마다 왜 그렇게 웃기던지, 듣는 내내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흉내도 못 낼 사투리로 엄마가 들려준 얘기에 의하면, 의식이 있는 채 쓰러졌고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머리를 땅바닥에 찧었단다. 그리고 당시엔 팔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늙을 대로 늙어버린 엄마가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사람처럼 초췌한 얼굴로 누워있는 병실 문 앞에서, 난 그만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사안의 중요함과 늙고 병듦에 대한 충격, 그리고 사랑의 상실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와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와중에도 진지하게 엄마의 사투리는 유난히 웃겼다.
두 사람만 입원해 있는 조용하고 널따란 4인실은
평생 노동하느라 입원 한 번 해본 적 없는 엄마 인생에 최고의 휴양지일지도 몰랐다.
엄마 아빠는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아빠는 집에서 혼자 자가 격리 중이셨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