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도 끝에서
일정한 공기.
희미한 레몬 세제의 냄새와
하얀 침구에서 피어오르는 세탁기 온기의 잔향.
그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나는 또 다른 하루의 점검표 속으로 들어간다.
커튼을 젖히면 낮의 잔광이 객실 안으로 스며든다.
먼지가 아닌, 햇빛의 가루들이 떠다닌다.
조용하지만 완벽하게 계산된 조도 아래,
나는 천천히 시선을 굴린다.
머리카락 한 올, 손자국 하나.
그 작은 어긋남이 하루의 균열이 되는 곳.
이곳에서의 하루는 육체보다 신경이 더 많이 닳는다.
눈이 먼저 피로해지고, 마음이 따라 기울어간다.
그러나 그 피로 속에서 견고해지는 나를 느낀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울 때,
내 안의 어떤 근육이 미세하게 수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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