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것으로 충분한 삶

항해 중인 인간에 대하여

by 사피엔




나는 늘 항해 중이다.

정박한 적은 거의 없고, 지도는 대개 불완전했다.

방향을 모른 채 떠나는 날이 더 많았고,

파도는 이유 없이 높았다.



사람들은 묻곤 했다.

왜 거기 있느냐고,

왜 아직도 떠 있느냐고,

왜 남들처럼 항로를 정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어떤 배는

항로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큰 배는 아니었고,

엔진도 약했고,

선원도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바다는 늘 열려 있었고

나는 계속 나아갔다.



어떤 날은

쪽배 하나에 몸을 싣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의미도 없고, 성취도 없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도 못한 채

그저 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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