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프런트는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
잠을 못 자고 나온 날인데도, 졸음보다 먼저 오는 건 이 정적이다.
그런데 지금,
창밖에 깔린 제주의 봄이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속삭임처럼 다정하다.
난생 처음 바질, 채송화 씨앗을 뿌리고,
발아하는 잎사귀를 기다린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흙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예전의 나는 이런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은
나를 더 사납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늘 무언가를 찾았고,
어딘가로 움직였고,
끝내 지쳐버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무료하지도, 지겹지도 않다.
그저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나는 언제부터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을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