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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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피엔



제주의 초록을 좋아하는 건 나뿐이 아니다.

나는 몰랐다. 이 초록이 품고 있는 것들을.



풀숲에 숨어 있는 벌레들, 거처를 옮긴 대왕거미, 길가를 스치는 뱀들.



프런트도 다르지 않았다.

정중하고 예의 바른 얼굴들만 오가는 곳은 아니었다.



517호 고객처럼.



험악한 얼굴을 장착한 517호 고객이 프런트 대리석 너머에서 고함을 쳐댔다.

3인이 오면 3인 세팅이 돼있어야지, 요청하면 제공하다니, 기본이 안됐다..



그는 시종일관 지네처럼 빳빳하게 편 검지 손가락을 내게 뻗으며 악을 썼다.



체크인 고객이 또 한 팀 들어왔을 때는 제 화를 주체 못한 채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껌뻑거리던 내가 잠시 끼어들어 한 말이라곤

“지배인님 호출 도와드리겠습니다.”였다.



어제 그는 그렇게 뱀처럼 다가와 독거미처럼 여러 차례 프런트를 휘저어놓았다.



늦은 밤 다시 들이닥친 그가 세 번째 공격을 퍼붓던 때,

그의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와 섰다.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남자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고,

손가락은 여전히 내 쪽을 향해 있었다.



나는 그 여인을 잠깐 쳐다봤다.



아무 표정 없는 얼굴.

놀란 기색도, 민망함도, 원망이나 혐오도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채 평온한 얼굴이

그냥 서 있었다.



나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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