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삿포로맨 Oct 17. 2024

아빠와 선생님 사이에서 갈등

홋카이도 고등학교 입시

중3 큰 아이가 식탁에서 시험점수 이야기를 꺼냈다. 홋카이도 학력테스트 A시험보다 B시험에서 총점 1점이 올랐다며 좋아한다. 홋카이도에는 고등학교 지원을 가늠해 보는 3번의 홋카이도학력테스트 ABC를 실시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 점수가 좋지 않았던 사회과목의 점수가 90점대로 비약적인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90점대나 간혹 80점대였던 영어가 70점대로 떨어진 것이 뼈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점수가 올랐다고 좋아하는 아이의 기분을 맞춰 주기가 어렵다.


일본 홋카이도 중학교의 내신성적은 주요 5과목(국어, 사회, 수학, 이과, 영어) 외에 실기교과(음악, 미술, 보건체육, 기술가정과)를 포함한 9과목의 평가로 합산된다. 평가는 정기테스트의 결과 외에 수업태도, 제출물, 미니테스트, 결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1~5단계 나눈다. 또한 3학년 성적은 가중치를 둔다.


중1 학년말 성적 합계(9과목) × 2

중2 학년말 성적 합계(9과목) × 2

중3 학년말 성적 합계(9과목) × 3


예를 들어 1학년, 2학년의 학년말 통지표가 모든 과목에 평가 3이고, 3학년의 학년말이 모든 과목이 평가 4인 경우, 계산은 아래와 같이 된다.


중1                                                         

3×9과목 = 27                                         

27×2=54                                                 


중2

3×9과목 = 27

27×2=54


중3

4×9과목=36

36×3=108


점수총합: 54+54+108=216


중학교 내신 등급은 A(296-315점 *3년간 모든 과목 평가 5 일 경우 315)~M(63-75점 *3년간 모든 과목 평가 1 일 경우 63점) 등급으로 나뉜다. 일본 홋카이도 고등학교 입시는 중학교 내신성적과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시험점수로 당락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는 내신성적과 당일 시험점수를 동등한 비율로 반영하는 학교가 많지만 학교에 따라서 당일 시험점수를 중시하거나 내신 성적을 중시하여 선발하는 학교도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고등학교는 한국처럼 특목고, 과학고, 외고와 같은 특별한 학교를 설치하고 있지 않다. 대신에 학교 내에 특별한 코스반을 운영한다. 같은 학교이지만 보통 코스반과 특별 코스반은 요구하는 성적부터 다르다. 또한 특별 코스반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과목을 잘해야 유리하다. 예를 들면 지망하는 고등학교 코스반에 따라서는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에 1.5~2.0의 가중치를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 홋카이도의 입시 상황과 선생님의 직업적인 특성상 아이가 총점 1점 상승으로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축하해 주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아이가 성적이 올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총점 1점이 올랐으니 성적이 올랐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학교, 학급 전체 평균이나 과목평균과 비교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총점 1점의 평가를 정확히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 학급 전체 평균이 2점이 올랐다면 1점 상승을 성적이 올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회과목의 성적상승보다 영어과목의 성적하락은 입시에 부정적이다. 또한 영어는 단어, 숙어, 문법, 독해력 등과 같은 체계적 빌드업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총점 1점 상승을 상승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비합리적이다.   


난 지금까지 아이에게 공부를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그러한 이유에는 아빠 덕분에(?) 먼 일본에서 다른 나라말로 공부하는 아이가 기특하였기 때문이다. 아이는 불만스럽게 이야기한다. 성적이 올라 기분 좋게 이야기했는데 아빠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거나 받아 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계속한다고. 그렇다 난 공감형 부모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양육자나 교육자도 아니다. 오랫동안 데이터로 현상을 말하고 조사결과에 기반한 결론과 고찰을 해 왔던 연구자이자 그저 그런 선생님인 것이다.  


아이의 말도 이해가 되지만 근거가 부족한 사실에 함께 기뻐하기엔 스스로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제 이야기를 듣는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신치토세 국제공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