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생마르탱 운하의 시간

파리의 힙(Hip)한 동네

by Sarah Kim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 생겨나는 틈에 있다.
시인, 폴 발레리
오후 4시, 생마르탱 운하에 장사진을 치르던 파리지엥들
내가 사랑하는 영화, 아멜리에.


파리의 사랑스러운 그녀, 아멜리에가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 파리의 전경을 바라보며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일상은 흥미롭다. 식료품점 곡식 자루에 손을 넣거나, 작은 스푼으로 톡!톡! 크렘 부를레를 깨트리는 일, 생 마르탱 운하에서 물수제비 뜨기가 취미인 파리지엥의 그런 소소한 일상 말이다.

생 마르탱 운하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아멜리에

생 마르탱 운하 Canal Saint-Martin는 19세기 초 파리 시민들의 식수 공급을 위해 지어져 수송로 역할을 했고, 현재는 힙(Hip)한 파리지엥들의 휴식공간이다. 저렇게 좁은 운하에 지금도 여전히 유람선이 다니는 게 신기하다. 운수 좋은 날은 수문이 열리는 진풍경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내게 있어, 생마르탱 운하란 아멜리에가 물수제비를 뜨던 장소로 더욱 친숙한 곳이다.

파리 시민들의 자유로운 휴식처
햇살이 밝은 주말엔
파리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마르탱 운하로 가자!
생마르탱 운하 가는 길, 메트로 3,5,8,9,11호선
Republique역 하차 -> 앙투안 에 릴리

관광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주말 오후, 삼삼오오 운하 강둑에 걸터앉아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로부터 일상의 편안함을 느낀다. 어제 본 영화 얘기, 직장에서 힘들었던 일들, 복잡한 연애사, 이제 막 썸을 타고 있는 젊은 연인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수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얘깃거리들로 운하 주변은 늘 생동감이 넘친다.


센 강가나 에펠탑 샹드 마르스 공원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젊은 파리지엥들의 힙한 감성을 특별히 엿볼 수 있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시원한 캔맥주와 간단한 스낵만으로도 멋진 피크닉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운하 근처 마트엔 이렇게 소풍 나온 사람들이 한 바구니 가득 장을 보기에 언제나 긴 줄 대기를 타야 한다.


숨 가쁘게 돌아갔던 지난 내 일상에 지쳤던 탓일까! 한가로이 흘러가는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귀하게 느껴진다. 1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오랫동안 변치 않고 그렇게 머물러준 그 공간에... 운하 물에 반영된 도시의 활력이 내 영혼에도 숨을 불어넣어준다. 아, 짙은 나무 냄새, 시원한 바람, 가벼운 웃음들, 초여름의 공기, 이야기, 이야기가 주는 풍경이 너무 좋다.

초여름의 연초록 나무들이 우거져 도심속의 멋진 휴식공간을 더한다.
물에 반영된 나무와 건물 그리고 사람들의 풍경이 예쁘다.

서울에서는 연희동, 성수동이 그런 것처럼, 파리엔 이 곳 생 마르탱 운하 주변에 힙스터들이 모여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운하를 끼고 자리 잡은 각양각색의 레스토랑과 바, 카페, 편집샵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개인적으로는 운하 주변 메퀘한 담배냄새가 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세상 유쾌한 파리지엥들의 소확행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가 생마르탱 운하를 다시 찾은 이 날은 남프랑스에서 TGV를 타고 파리로 돌아왔던 날이었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소박한 행복을 느꼈던 그런 초여름의 오후였다.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틈 새로, 내 마음에도 청신한 공기가 들어왔다.

[남자들을 위한 오픈 화장실이 강둑 옆에 있는데, 컬처쇼크 받지 마시길!]

파리의 낭만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생 마르탱 운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