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에서
파리 8구, 개선문과 오페라로 이어지는 샹젤리제에서 멀지않은 오스만 거리
Boulevard Haussmann
그 곳에 위치한 말그대로 숨겨진 보석같은 장소입니다. 파리 현지인들이 사랑하고,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인 소장품관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바로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 이에요. 루브르, 오르세 또 퐁피두 센터처럼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비교적 한산하고 시간에 쫒기듯 후다닥 감상한 뒤 치고 빠질 필요가 전혀 없어요. 파리 지하철 Metro 9,13호선 Miromesnil 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의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답니다.
파리 여행이 좋은 이유가 자전거나 걷기 그리고 지하철패스 만으로도 팔색조의 이 도시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파리는 서울의 1/6정도 크기의 비교적 작은 도시이지만 13노선의 지하철이 있을만큼 구획이 촘촘하게 연결되어있고 구글맵만으로도 원하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어 다니기에 편리합니다.
그래도 개인의 취향이 있는 지라 언젠가 현지인 남자 사람친구에게 파리 지하철은 서울의 그 것과는 다르게 너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서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깨는 반전이 아닐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가 바로 받아치는 말이 파리 메트로가 얼마나 편리하고 빠른데 그런 소리를 하냐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데요.
좌우지간 천의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도시, 파리. 19세기 부르주아 대저택의 느낌은 어떨지, 몽마르트르 언덕의 빈티지한 풍경과는 또 사뭇 다르죠. 토요일 한나절을 머물게 되면 이 곳 자체가 '현재'가 되는 공간. 문화, 예술의 공기를 충분히 흡입한 날은 웬지 모르게 마음이 충만해져 조금 오바해서 말을 하자면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하핫. ( 그래도 미술관 1층 다이닝 룸에는 커피와 크루아상, 브런치로 유명한 카페가 있으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The grand staircase에 장식된 Tiepolo's Fresco
나에게 익숙하고 편안 것을 뒤로 한 채 굳이 여행가방을 다시 싸는 까닭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또 다른 세상을 몸소 체험하고 '새로운' 나와 너를 발견하기 위함이겠지요.
상상속에 황금시대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자리해있어 종종 우리를 유혹하지만 결국에는 또 현재의 자리에 담대하게 설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 줍니다.
나선형의 계단으로 통하는 2층 프레스코화,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착각에 들게 하는 매혹적인 작품
제게 그 생각의 꼬리를 물게 했던 이 운치있는 공간은 19세기 피리의 은행가이면서 동시에 아트콜렉터이기도 했던 에두아르 앙드레와 화가였던 그의 아내 넬리 자크마르의 개인소유 대저택을 개조한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입니다. 프랑수아 부셰, 장마르크 나티에 같은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낭만이 줄줄 흐르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부부가 세계 곳곳에 여행을 다니면서 수집한 다채로운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로댕과 피카소가 그 자식같은 작품들이 있는 저택을 파리시의 미술관으로 기증했듯이 자크마르 앙드레 역시 자신이 평생 모은 아트 콜렉션을 세상에 공개할 것을 화가였던 아내에게 유언으로 남겼다지요. 이 세 미술관은 제가 정말 사랑해 마지않은 파리의 반짝이는 진주입니다.
집안 대대적으로 재력가였던 남편과 화가 아내가 살았던 19세기 저택,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간것 처럼 정겹고 사적인 느낌은 여행객들이 벌떼 처럼 몰려드는 대형미술관을 찾아 갈 때와는 사뭇 다른 그 무엇이지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이 예술사랑이 남달랐던 두 부부가 살았던 집의 모습은 당시 있는 그대로의 귀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나는 뒤늦게 핀 꽃들과 집 안 전체에 감도는 은은한 평화로움에 취해 조용히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무척이나 애를 써서 자기에 대해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진실을 말해 준다." 루디아드 키플링의 글을 곱씹어 보는 이 시간.
그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했던지 집안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귀한 작품들이 집안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를 어째! 저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뮤직룸의 저 빨간 벨벳 소파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리셉션 공간으로 사용하던 The Music Room, 오픈된 천장의 그림들을 보노라면 와우! 감탄사가 절로...
영국의 온실같은 The Winter Garden, 유리 천장으로 내려오는 빛이 실내정원을 더욱 생기있고 이국적으로 보이게 도와줍니다.
지오바니 벨리니 작품을 위시한 The Venetian Gallery
그 사람이 사는 집의 모양으로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며 집을 어떻게 정돈하고 꾸며 놓았는지로 그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데 또 이 집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 시크릿 장소가 있으니 바로, 반다이크, 프란스 할스,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는 서재입니다.
미술사에서 세익스피어라는 별명을 가진 렘브란트는 인류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이었던 예수가 부활 후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에 대한 그림을 여러점 남겼습니다.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그림.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소일거리로 바쁜 저 멀리 여관의 주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 남자가 빵을 떼어 나누는 순간 동석하던 제자들의 눈이 밝아져 그가 마침내 자신의 주님이란 것을 알게 되지요. 발 아래 무릎 꿇은 제자와 빛에 반영된 예수의 얼굴을 놀란 눈으로 응시하는 또 한 명의 제자. 와. 정말 저의 메마른 영혼에도 환한 빛이 들어 오는 찰라입니다.
마침 기업과 아트경영에 대해 요즘 관심이 있던차였는데 소위 브루주아였던 앙드레 자크마르 부부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남다른 취향이 이렇게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공개되어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요!(시에 기증을 했다지만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입장료12유로) 이 곳 아뜰리에는 또 시즌마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전시가 열리기도 하니 운좋으면 정말 멋진 기획전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에 므흣해집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인상주의 화가와 노르망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이 노르망디에서 얼마나 예술적인 영감을 얻었는지 그 또한 볼거리가 풍성한 축제의 자리였습니다. By Sa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