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오르세

오르세 미술관 가는 길

by Sarah Kim

" 하루하루란 도대체 얼마나 값진 생의 특전인가!거창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By 헬런 니어링 "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엔 초록으로 가득한 공원 잔디에 누워 낮잠 한숨 자기 딱입니다. 재잘재잘 경쾌하게 들리는 수다소리, 상큼하게 불어오는 5월의 봄바람, 분수대에서 톡톡 튀기는 시원한 물방울, 방금 뽑아 낸 커피한잔의 여유에서도 그 하루치의 풍성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건 여행이 가져다 주는 어떤 특별한 선물이지 싶습니다.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합니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보주광장
마레지구의 핫 플레이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다가 그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되는 '파리의 3대 미술관'을 다시 한번 탐험해 보기로 마음을 먹지요.


19세기 이전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그 규모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방대한 '루브르 박물관',19세기 이후 _ 1948년 부터 1914년까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상주의나 후기인상주의 작품들의 산실인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1914년 이후 현대미술의 기념비와 같은 '퐁피두 센터'가 바로 그 것입니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 루브르 박물관
인상주의 미술의 산실, 오르세 미술관
파리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사람마다 개인의 취향이 있는지라 이 세 미술관중 가장 선호하는 것이 뭔지만을 봐도 그 사람의 그림 취향을 짐작할 수 있을거에요. 물론 제 경우에도 오르세 미술관이 특별하긴 한데,작가마다 그림마다 이야기를 알고 봐서 그런지 웬지 모를 애정이 더 생겨나는 거 같아요. 모든 그림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에펠탑 이전에 파리의 랜드마크 였던 퐁네프

오르세 미술관 가는 길을 먼저 안내합니다. 거리 그 자체도 하나의 예술이지요. 세느 강변을 따라 늘어선 가판대는 오후시간이 되면 하나같이 일찍이 문을 내립니다.

이름 모를 화가들의 오랜 그림들과 고서적들이 우리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 하지요. 시중에선 절대 구할 수 없는 빈티지 아이템을 만나는 횡재를 누릴 수도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콩시에르주리, 마리 앙뚜아네뜨가 생을 마감한 곳
콩시에르주리, 야경

냄새나는 것은 참아도 아름답지 않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파리지엥의 성향에 따라 거리마다 곳곳마다 예술적인 정취와 낭만이 흐릅니다.'이상한 나라의 폴' 처럼 시간이 장지 된 상태로 마냥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좋습니다. 오르세에 들어가기 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냥 이 거리를 세상 둘도 없는 여행자가 되어 즐겨보세요

오르세 미술관 앞마당 평일은 9:30 AM 부터 6 :00PM까지 개관이지만 목요일은 9:45PM까지 연장 오픈
관람시간이 끝난 오르세 미술관의 밤 풍경

자, 이제 미술관 앞에 다달았습니다. 드디어 미술관으로 입장. 1989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맞이하여, 파리는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는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고 오랜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역은 지금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킵니다. 구닥다리 역사를 이렇게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모 시키다니요. 앞에 말처럼 냄새나고 더러운건 참아도 예쁘지 않는 것은 용서 못하는 파리지엥들의 속성이 곧 바로 이해되는 부분이지요?

비오는 날 오르세 풍경, 한 시간 이상의 줄을 서 관람을 기다리는 세계각지의 미술 애호 여행자들

맨 처음 오르세에 들어서면 정면에 자리잡은 거대한 벽시계가 관람객들을 압도시킵니다. 시계의 이름은 '빅토르 라루! 바로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빅토르 라루 Victor Laloux의 이름을 따 붙여진 네임입니다. 저는 볼 때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 호그와트 급행열차' 와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계가 연상이 되곤 합니다. 저 멀리서 금방이라도 증기기관차의 우렁찬 정적 소리가 들려올 것 만 같아요. 아참, 미술관 귀퉁이에 보면 PO라고 동그랗게 되어 있는데, Paris와 Orleans을 오가던 기차역 표시라고해요.

PARIS-ORLEANS 라고 표기된 정문

그럼 이제 오르세 미술관으로 입장해 보실까요?


제가 이번에 가장 먼저 들어간 방은 자연주의 바르비종파,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는 여인들'이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은 이 겸허한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늘 우리 맘을 환하게 비춰주는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납니다. 왜냐면 이 밀레로 하여금 빈센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밀레는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된 젊은 화가들의 아버지이다. 나 역시 그에 동의하고 단순성에 대한 그의 신조를 믿는다." 테오에게 1885년 4월


코너를 돌아 나오니, 더 고전적인 그림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새로운 힘을 얻고 살롱전에 과감한 작품들을 출품했을 당시 맹렬한 비난을 서슴치 않았던 아카데미 학파의 거장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그림도 보입니다.

윌리엄 부게로

인간사회의 모든 역사가 말해 주듯 늘 옛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는 갖가지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면서 또 전혀 새로운 전기가 시작되는 것이고요..

알렉상드르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한 계단을 오르면 세계 각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방을 보기위해 오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방

새로운 구상을 하나 했는데 대략이래……. 이번에는 단순히 내 침실을 그리기로 했어. 오로지 색채만으로 모든 것을 그리고, 색을 단순화시켜 방 안의 모든 물건에 장엄한 양식을 부여하려고 해. 여기서 색채로 휴식 또는 수면을 암시할 수 있을 거야. 한마디로 말해 이 그림을 보고 두뇌와 상상이 쉴 수 있도록 말이야.

벽은 옅은 보라색으로 하고 바닥은 붉은 타일, 나무 침대와 의자는 신선한 버터와 같은 노란색, 요와 베개는 초록빛이 도는 밝은 레몬색, 침대보는 진홍색, 창문은 초록색, 세면대는 오렌지 색이고 대야는 푸른색, 그리고 문은 라일락색이야.

그게 전부야, 이 답답한 방 속에는 닫힌 문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가구를 굵은 선으로 해서 다시 한번 완전한 휴식을 표현해야 해, 벽에는 초상화가 걸려 있고 거울 하나와 수건, 그리고 옷 몇 별이 있어.

그림틀은 흰색이어야 할 테지 - 왜냐하면 그림 속에는 흰색이 하나도 없거든. 이것은 내가 어쩔 수 없이 취해야만 하는 강요된 휴식에 보복하려는 마음에서지. 오늘 종일 이 그림을 다시 그릴 거야. 하지만, 보다시피 이 구상은 너무 단순해. 명암과 그림자는 없애 버리고 일본 판화처럼 자유롭고 평평하게 색을 칠하려고 해!"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잠시 앉아 쉬어 갈까하며 로비벤치로 나옵니다. 우아한 조각 작품들을 하나하나 둘러 보면서 그림에 파묻혀 있는 이 시간에 문득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스무살의 내게 처음 그림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던 르누아르와 모네, 마네 드가의 그림이 잔뜩 모여있는 6층 Impressionism 방으로 얼른 발걸음을 옮겼지요...

마네, 풀밭위의 점심식사

오늘은 운좋게 그림에 대해 땀이 나도록 설명을 다 해주시는 친절한 미술 선생님 두 분을 만났습니다. 어릴 때 부터 이렇게 풍요로운 감성을 키워주는 미술교육. 아주 좋습니다! 미술 교과서에 줄줄 나와 있는 미술사를 의미없이 외우는 게 아니라, 이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화가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면 그림을 보는 안목들이 더 생겨나 잠자는 감성을 키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겠지요.

드가, 열 네살의 어린 발레리나, 청동

사람마다 풍기는 이미지가 있듯이 미술관들도 각각의 인상과 느낌이 다 다릅니다. 한 나절을 보아도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빛을 담은 작품들. 특별히 오르세 미술관은 미술책에서 다루던 그림들이 대거 전시되어 있어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근한 장소입니다. 이제 그림을 실컷 보았으니 미술관 내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보아야겠어요. By Sarah





매거진의 이전글아트 콜렉션이란 바로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