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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Sep 02. 2022

곰 같은 여우 VS 여우 같은 곰

수직 수평으로 괴로운 현대판 노예인 직장인의 본능 - 눈치

한 층에서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는 프랑스 대기업에 다니며,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이상한(?)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겉으로 똑똑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허당인 사람¹이 있는가 하면 어리숙해 보이는데 속은 불여우 같은 사람²이 있다. 권모술수를 본능적으로 펼치는 사람³이 있는가 하면, 겉과 속이 한결 같이 순진하다 못해 답답하여 주변인들의 속이 터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타산과 손익 관계에 민첩한 사람의 눈에는 그것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자칫 위선적으로 보이기 십상이며, 돌려치는 게 능란한 사람에게 곧 죽어도 직진만 하는 사람을 이해하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모두가 칭찬하는 착하고 선한 사람이 나만 보면 으르렁거린다거나, 모두에게 쌀쌀맞고 불친절한 사람이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람마다 고유의 ‘기(氣)’가 있고, 각자의 바이브에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 그럴 터. 고요하게 살던 사회성 제로의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인간홍수는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우격다짐 식으로라도 관찰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생김새 만큼이나 내면의 세계도 이리 다양할진대, 쌍둥이라 하더라도 서로 품고 있는 마음이 다를 수 있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인간은 각각 다른 행동과 자세를 보이기도 하므로, 어찌 보면 마음속 모습의 종류는 외면의 다양성의 종류를 훨씬 상회하는 듯하다.


산간 벽지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 있으니, - 예의범절을 말하는 게 아니다 - 그것은 바로 ‘눈치’이다.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데 있어, 기존의 IQ, EQ와 더불어 최근 새로이 ‘음악지수’, ‘체육지수’, ‘사회지수’ 등의 항목이 추가되었다. 사회지수 항목의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사회성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럼 사회지수가 높다면 ‘눈치’도 빠를까? ‘눈치’라는 것은 수치화되기 어려우므로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연관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 어른들이 “여우 하고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 말은, 착하기만 하고 둔치인 사람보다,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상황판단이 재빠른 사람이 함께 살기에는 훨씬 편하다는 뜻일 것이다.


눈치 없는 사람은 눈치 빠른 사람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일머리 없는 사람은 일머리 좋은 사람의 일처리능력을 보고 불타는 듯한 질투성 감탄을 한다. 어떻게 하면 눈치가 빨라질 수 있을까? 눈치 없는 내가 눈치가 좋아지고, 일머리 없는 내가 일머리 좋아지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그것은 내가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과도 같다.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이 아닐는지…….


이런 말도 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여간해서 공부 잘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고,

공부 잘하는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으며,

머리 좋은 사람은 돈 많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고,

돈 많은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지능, 시간, 재화는 한정적이다. 게다가 모든 인생은 각자 출발선상이 다르고, 세상만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무척 불공평하다. 출발선상이 다른 것과 아울러, 한정적으로 부여된 지능과 재화까지 극심하게 편향적이라는 게 우리를 낙담케 한다.


확실한 , 낙담케 한다고 해서 어깨가  쳐진  살아가기엔 우리가 너무 억울하다는 거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께 이렇게 조언해드리고 싶다.


“가진 게 없고 약할수록 강한 척 하라.
가진 게 많고 강할수록 약한 척 하라.”


손자병법에 나오는, "강함을 숨기고 약한 체 하라"는 전쟁 기술을 패러디하여, 현대의 각종 처세술과 마케팅 기술 및 심리전략에 단골로 거론되는 구절로써, 자신이 가진 패를 너무 정직하게 드러내 보이지 말라는 교훈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겉과 속은 같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놀랍게도 살다 보니 그게 얼마나 잘못된 가르침인지 알게 되었다. 속에 품고 있는 것을 겉으로 내보이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실, 겉과 속은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질 않나. 오히려 겉과 속은 달라야 할 때가 더 많다.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잘하려면……


눈치에 관한 한, 그리고 상황 판단과 대처법에 관한 한 우리는 인간을 네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여우 같은 여우

곰 같은 여우

여우 같은 곰

곰 같은 곰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바로 “곰 같은 여우”이며, 가장 실속 없는 타입은 바로 “여우 같은 곰”이다. “여우 같은 여우”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고, “곰 같은 곰”은 가장 최악이다.


어이없게 내가 만약 가장 최악이라는 “곰 같은 곰”이거나, 가장 실속 없는 타입인 “여우 같은 곰”이라면 어떡할까? 사람의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노력은 해 볼 수 있다.


공공의 적 ‘곰’을 탈피하기 위한 나만의 효과적 팁을 공유한다!!


1. 속에 품고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지 말 것! - 그것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불편함이나 증오일 경우는 더더욱!


2. 동료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는 내가 가진 재능을 자랑하듯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무척 조심할 것! - 그로 인해 상대가 나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경쟁심을 느낀다면 오히려 나에게 손해이기 때문.


3. “저 사람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라는 상태가 되어야 할 것! - 감정을 1에서 10까지 분류했을 때, 나쁜 감정을 4 이하로 표출하지 말고 좋은 감정을 6 이상으로 표출하지 말 것!


4.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말 것! 
 4-1) 부정적이거나 비판의 내용은 많은 사람 앞에서 하기 (한 사람만 지목하지 말 것. 지목하지 않아도 당사자는 뜨끔하게 되어 있음)

 4-2) 칭찬이나 선물은 반드시 1대 1로 할 것! (두 명 앞에서 한 명만 칭찬하면 나머지 한 명은 당신의 적이 된다) - *여행 다녀온 후 10개의 선물을 10명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죽~ 나누어 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각각의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줘야 효과적.

* 상황에 따라서,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비판보다 개별적으로 하는 훈계가 나을 수 있고, 칭찬도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사람을 지목하여 칭찬할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는 대개 지위가 높아야 가능할 때가 많다.


5. 아까도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가진 게 없고 약할수록 강한 척 하라. 가진 게 많고 강할수록 약한 척 하라.”


현대판 노예라 불리는 직장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직서를 매일 쓴다고 한다-마음으로. 인간관계의 난이도를 수직과 수평으로 동시에 겪는 이 시대의 직장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곰 같은 여우가 되어 보자고요! 파이팅!"

각주
1. 겉으로 똑똑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허당인 사람¹ : 여우 같은 곰  
2. 어리숙해 보이는데 속은 불여우 같은 사람² : 곰 같은 여우
3. 권모술수를 본능적으로 펼치는 사람³ : 여우 같은 여우
4. 겉과 속이 한결 같이 순진하다 못해 답답하여 주변인들의 속이 터지게 하는 사람⁴ : 곰 같은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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