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기
바로 다음날이면 피렌체로 이동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밀라노에서 숙박할 호텔의 조건은 무조건 역과 가까운 곳이 필수 조건이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밀라노 중앙역에서 느린 걸음으로 10분 거리인 호텔인 짐을 풀고 나니 이미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늦은 밤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배도 출출하고 이대로 이 밤을 보낼 수 없다는 마음에 밀라노의 거리로 뛰어나갔다. 피로회복제를 입안에 털어 넣고 동시에 여행 뽕을 맞은 나를 아무도 막을 순 없다!
전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밀라노 대성당 앞 광장으로 통하는 두오모역(대성당).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갈 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밀라노 대성당의 화려한 첨탑이 드러났을 때는 손끝부터 가슴까지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일 년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이탈리아에 드디어! 내가! 도착했다!라는 복받쳐 올라오는 감격과 감동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럴 때 비루한 글 실력이 한탄스러울 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대성당의 화려한 첨탑과 흰 대리석은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너무 정신없는, 통일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이탈리아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내가 보기에는 그저 웅장하고 아름답기만 한 건축물이었다.
낮의 두오모는 135개의 고딕 첨탑과 화사한 흰 대리석으로 눈을 뗄 수 없다면 밤의 두오모는 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조명에 따라 음영이 두드러져 수 없이 많은 조각들 돋보였고 낮에는 강한 햇살로 보이지 않았던 스테인드 글라스의 화려함이 어두운 밤에는 내부 조명의 힘을 받아 각각 그림의 모습과 색상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빛이 났다. 심지어 바로 한두 시간 전, 캐리어를 끌며 욕을 욕을 하던 이탈리아의 울퉁불퉁한 돌바닥마저 사랑스럽게 보인다면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겠지.
두오모를 둘러싼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던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쇼핑몰은 이탈리아의 무서운 밤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들었던 나에게 안심이 되는 장소였으며 쇼핑몰의 반짝이는 조명은 한여름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느껴졌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밀라노의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 당시엔 몰랐지... 이 사람들이 밀라노에서 본 가장 많은 인파(?)라는 것을...
광장을 한 바퀴 돌고 호텔에서 굶주리고 있을 친구와 친구 딸을 위해서 피자 두 조각을 사 들고 다시 호텔로..
스포니티니는 테이크 아웃을 주로 하는 피자집인데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있다. 기본인 마르게리타 피자와 풍기(버섯) 피자로 주문했고 풍기 피자는 기본 마르게리타 피자에 버섯을 올려서 구워 준다. 도우가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치즈의 짭짤한 맛이 살아 있다. 처음에는 같은 베이스 피자에 버섯만 덜렁 올려준 풍기 피자를 가자미 눈으로 쳐다봤지만 들어간 버섯이 탱글탱글해서 추가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