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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17. 2022

오십 살이 뭔 죄야

오십견

50살쯤에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오십(50) 견(어깨견)이라고 한단다.  어느 날부터 오른쪽 팔뚝이 당겼다. 특히 샤워하다가 반대편 어깨 뒤쪽을 닦으려고 하면 팔이 늘어나지 않고 아팠다. 처음에는 오십견인 줄 모르고 그냥 팔이 조금 당긴다 이상하다 잠을 잘못 잤나.. 하고 말았는데 날이 갈수록 통증이 더 심해졌다. 요사이는 잠도 설치고 옷을 입고 벗을 때 잘못하면 지옥을 맛보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이미 오십견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들 진짜 너무너무 아팠다고 했다. 나는 오십 세들이 하나같이 이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엄청난 통증에도 불구하고 그게 특정 자세에서 나오는 통증이라서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어느 정도 통제가 할 수 있고(특정 자세를 피하면 된다) 통증은 점점 줄어들어서 대략 일 년쯤 후에는 어느 날 안 아프다는 걸 발견하는 걸로 지나가는 지라 본인은 괴로운데 주변에서는 신경도 안쓰는 이상한 병이다.  전문가들은 통증을 참으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나은 후에 어깨 가동범위에 제한이 올 수 있으니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지만 주변 선배님들은 하나같이 아무 운동도 안 해도 아무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냥 잊고 살으라고 했다. 괜찮아진다고.


남편도 50살이 미쳐 되지 않았을 때 오십견을 앓았다. 오십견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어차피 다 지나간대라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때 남편도 이렇게 아팠을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남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차피 좀 지나면 다 괜찮아져. 라면서 신경도 안 쓴다. 


보통은 일 년쯤 걸린다고 한다. 나는 이제 겨우 두세 달 지난 것 같다. 앞으로 빨라도 반년 이상은 더 아플 예정이다. 오십견의 특징은 야간통이다. 잠이 들 때만 해도 괜찮은데 자는 동안 점점 아파져서 기어코 새벽에 잠이 깨고야 만다. 새벽에 자다 깨서 팔뚝을 주무르면서 억울한 생각이 솟구친다. 50이 뭔 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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