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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12. 2023

부모님

깊은 속마음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젊으실 때는 내 식구들을 끌고 가서 배가 터질 때까지 얻어먹고 오는 게 뿌듯했다. 맛있다고 푸짐하게 먹어주는 게 효도 같았다. 우리 집 애들은 딴 김치는 안 먹어도 엄마가 막 담아 준 김치는 너무 잘 먹는다. 남편이 내가 안 먹는 반찬을 맛있다고 싹 쓸어 먹더라고 하면 엄마는 너무 즐거워하셨고 기특해 하셨다. 


그런 엄마가 이제 80이 되셨고 아빠는 80대 후반이시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은 변하지 않으셨을 거다. 맛있는 거 많이 해서 볼이 터지고 배가 터지도록 먹여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으실 거다. 그런데 몸이 족쇄가 되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눈치챘다. 엄마는 이제 간을 모르겠다고 멀쩡히 맛있는 김치도 자신 없어하셨고 남편이 짠 걸 싫어한다면서 한없이 싱거운 반찬을 보내시면서 과연 맞나? 자신 없어하셨다. 그래도 나는 맛있다고 날름날름 받아먹었다. 발가락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하시면서 장보고 김치 담는 게 힘들어지신 걸 알고 나서는 보내지 말라고 말은 하면서도 받으면 너무 맛있다고 하니 엄마는 내가 좀 힘들어도 그렇게 잘 먹는데 어떻게 안보내니.. 하신다. 나는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맛없어서 다 남겼다고 보내지 말라고 말씀드리면 멈추시겠지만 마음이 아플 텐데.. 슬퍼지실 텐데.. 


지난해부터는 엄마집에 갈 때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는다. 별일도, 외출할 일도 거의 없으시니까 도착할 때쯤 전화드려서 외식할 거니까 외출복 입고 기다리시라고만 한다. 아니면 엄마는 오랜만에 사위 오는데 밥을 해먹여야한다고 우리 먹을 준비를 해놓으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뉴는 부모님께 정하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처음엔 친구들과 자주 가신다는 오래된 동네 맛집을 데려가주셔서 나는 맛있게 먹는 척했다. 그저 그랬다. 여름에 갔을 때는 냉면이 드시고 싶다고 동네 단골 냉면집에 데려가셨다. 연세가 드셔서 양도 줄고 입맛도 잃으셔서 거하게 드시고 싶지 않은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제 남편이 부모님 뵈러 가자고 하면서 부모님께 메뉴를 정하라고 하지 말고 우리가 좋은 집에서 대접하자고 했다. 아마 우리가 돈 쓸까 봐 그런 메뉴를 고르시나 보다고. 


친정 동네에 유명한 고깃집이 있다. 가격은 높지만 한우암소고기만 사용한다니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고 맛도 좋아서 오랫동안 성업하는 집이다. 작년인가 어버이날은 서울 사는 아들들과 사위는 오지 못한다고 하길래 내가 혼자 가서 그 유명 고깃집에 모시고 갔는데 내가 아무리 고기를 구워 먹자 권해도 두 분이 계속 육회비빔밥을 드시겠다고 하시길래 비빔밥도 시켜드리고 고기도 2인분 시켰는데 두 분이 배가 부르다고 한 조각도 안 드시는 바람에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를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마도 나는 부모님이 냉면을 먹자셔도 그런가 보다 했었다. 남편도 그때는 이 집이 냉면 맛집인가 보다고 맛있다고 하더니 어제에야 딴 집 가자 한다. 


어제 부모님 모시고 그 유명 고깃집에 갔다. 점심때라서 불고기를 드시겠다고 하셨다. 1인분에 22000원이었다. 냉면을 먹었으면 만원쯤 했을 거다. 두 분이 2만 원쯤 아껴주시려고 그런 선택을 하셨던 걸까? 본인 들 거는 뭐라도 하나 더 가져가라고 성화를 하시면서 본인들은 점심값 2만 원쯤 우리 돈 쓰게 하는 게 싫으신가 보다. 


아들이 취직을 했다. 1월 한 달 내내 전국 여기저기 다니면서 교육을 받는 동안 집에 올 시간도 없더니 설날 집에 온 아들이 설 상여금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나는 아들한테 돈을 열심히 모아야 나중에 집도 사고 자리를 빨리 잡을 수 있다고 돈이 생기는 대로 저축을 열심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연휴가 지나 아들은 다시 교육을 받으러 어디론가 갔고 며칠 후 집으로 노트북 하나가 배달되어 왔다. 아들말로는 다른 애들은 atm에서 현금을 찾아서 부모님께 드린다고 찾아가던데 자기는 내가 돈을 주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엄마 오래된 노트북 대신 쓰라고 샀다고 했다. 나는 이왕 사줬으니 아들한테는 좋다고 했다. 부팅도 빨리되고 화면도 커서 보기 좋다고..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뭐 하러..  내 거 아직 멀쩡한데... 싶다. 계속.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내 돈 보다 더 아까운 자식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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