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 교육에 대하여.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내 인생에 다양한 변화 중 하나가 '시험기간에 대한 개념상실'이 아닌가 한다. 사실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총 13년, 26학기동안 총 52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뤄냈던 전형적인 한국 교육을 받고 자란 나임에도 불구하고, 일년내내 '회사-집-회사-집'이라는 매우 심플한(?)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이 되자마자 어느새 시험이라는 존재는 무덤덤한 이벤트가 되어버린 것. 솔직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혹독한 '시험준비'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했다.
이러한 나에게 이번 주가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은 등교를 하는 교복입은 학생들 손에 쥐어진 필기노트였다. 교과서 한 단어, 한 문장, 모든 여백마다 선생님들이 필기해준 내용을 형형색색의 펜으로 빽빽히 담아낸 그 책을, 이른 아침 등교길에 중얼중얼 외우며 걸어가는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무감각해져있었던 내 학생시절, 시험기간이 생각났다. 나 또한 그렇게 빡빡하게 필기를 했었고, 행여나 졸다가 공백이 생긴 부분이 있노라면 우리 반에서 공부를 잘하던 필기왕에게 노트를 빌려서 똑같이 베껴놓곤 했으니깐. 그렇게 손가락에 굳은 살이 베기고 빨개질때까지 필기를 왕창 배껴놓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마치 백점을 맞을 수 있을 것처럼. 사실 나는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어도 그 필기만 잘 외우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쉽게 맞을 수 있었다. 암튼 그 시절에 생긴 오른쪽 세번째 손가락 굳은 살은 여전히 훈장처럼 남아있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지난 시험들을 되돌아 보면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개념이나 내용들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단시간에 이해되지 않는 모든 것을 숙지하느라 말도 안되는 신조어나 합성어를 사용해서 외웠던 개념들은 더욱더 머리에 남아있질 않았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것들은 공부하던 내용 중에 흥미가 생겨서 혹은 어떤 체험학습을 통해 그 개념을 깊이있게 숙지하게 된 몇 가지 정도가 그저 뇌리속에 스냅샷처럼 짧게 그려지면서 기억이 나는 정도이다. 과연 그렇다면 52번의 시험은 내 인생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었단 말인가. 대학입시.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을 갖추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의미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개인적인 깨달음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여학생의 손에 들려져 있던 교과서는 나에겐 항상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면서, 이젠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아직 답없는 물음으로 이어지곤 한다.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것도, 우리 학생들에게 극단적으로 대안학교를 가라고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비판을 하고 싶지만 교육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안도 잘 모르겠고 그냥 변화 자체가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그냥 현실이 그러하다고, 나 또한 이러한 교육에서 자란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나는 어떻게 이 현실을 대해 왔는지 생각하는 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좋은 대학이라고 불리우는 상위권 대학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낫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도 지적수준이 평균적으로 높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기에는 좋은 조건이라는 사실을 나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좋은 대학을 가려는 이유가 그 학교에 대해 정확하게 안다기보다는 부모님의 말씀과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그렇게 대학을 정하고 입학하게 된 것이 사실이긴 하나, 실제로 유명대학이 제공하는 교육환경은 그렇지 못한 대학과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러한 교육을 받기위한 자격요건이 좋은 시험결과라면 이 또한 온전히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문제는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를 인지하고 현실을 대하는 것과 그냥 종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대한민국 학생들도 이러한 교육현실을 이해하면서 시험을 치뤄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육을 보안해줄 수 있는 대안교육에 대한 고민들과 시도들이 우리 교육자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 또한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현 교육방법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법이 결코 아니다. 주어진 것을 암기하여 그것에 평가를 받는 방식의 교육은, 자신 스스로 창조적인, 고유의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정보의 홍수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다음 세대들은 그 정보를 선별하여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도 벅찬, 사고라는 단계를 거치는 습관이나 훈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교육현실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서 노력하는 수밖엔 없다. 우리는 뇌를 보통 5프로밖에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하던데, 그럼 이 95프로의 미지의 영역을 사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훈련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뇌가 그렇게 계발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생각을 한다는 것에 정의를 내린다면 나를 세우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을 하는 행위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닌 '나 자신'의 판단/이해기준을 가지고 사물/현상을 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자신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이 된다. 먼저 자기자신을 아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다양한 방법이 있을거고 내 경험이 의하면 어떤 상황에 내 자신을 노출시킬 때 나를 온전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내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나를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의도가 필요하고 이것을 우리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경험은 많은 부분 돈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들은 자신만의 지표와 근거가 되어 나다운 생각으로 이어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은 생각에 지표를 만는다는 점에서 나다운 생각을 갖게하는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이런 경험를 통해 자신을 세우는 데 충분한 거름을 확보하기 되면 비로소 자신만의 생각이 나온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에만 훈련되었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을 추가적으로 받아야한다. 이러한 훈련은 안타깝게도 대학에 가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토론수업이나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는 주관식의 시험을 통해 시도가 되고 있어 이 부분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실행하는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사고력 훈련에 대해 소개를 하고 싶다. 모든 현상이나 정보를 대할 때 그것을 이해로 그치지 않고 자신에 기반하여 어떤 의미를 찾아내거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그 일련의 모든 활동들이 자신의 뇌를 자극시킬 수 있다. 예를들어,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뉴스들 중 자신이 흥미로운 내용을 읽고 그 기사를 이해하는 대 그치지 않고 1) 해당 정보가 나에게,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2) 해당 정보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이나 효과를 미칠지 / 그 효과가 좋을지 나쁠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3) 해당 정보의 현상이 어떤 사회적/문화적 요소에 기인하는지 - 왜 그렇게 생각하는4) 나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또다른 사건이 진행될 것 같은지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깊이있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매우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봤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은 뇌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의식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습관이다.
나는 대학시절 무려 7년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느낀다.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고, 2개의 국가에서 실제 살아보기도 하고,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해보는 등. 나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보면 실수와 미저리같은 시행착오들도 물론 많았지만 귀중한 나의 경험들로 꽉 채워져 절대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 있었을 때 주말마다 오르세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림을 그리고 떠오르는 영감을 적고 했던 시간은 돌이켜보면 내 사고력을 무한없이 발전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면 나는 대한민국 교육을 받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그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양서를 많이 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후회를 지금이라도 만회하고자 시작한 것인데, 사실 어려운 고전의 경우 분량이 매우 많고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매우 고전하고 있다. 원서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있긴 한데 라틴어나 그리스어, 한자로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번역이 잘 되어 있다고 평가를 받는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내 머리를 자극시키는지 나중에 에세이를 써서 공유해볼 예정이다.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썼더니 제목/부제가 내용과 맞지 않는 느낌을 받으며 대한민국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이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대한민국의 현 교육시스템을 부정하고 극단적인 선택은 내릴 수 없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극단적인 방법은 옳지 않고 타협점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어떻게해서든 지금부터라고 혹은 대학생이 되는 때 부터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그 방법을 찾기 바란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선택해서 깊이있게 사고를 해보는 것도 좋다. 흥미가 느껴지는 일이나 개념은 교과서와 관련이 없더라도 시간을 내서 경험을 해보고 따로 심도있는 공부를 해보자. 정보를 검색하고 이해하는 데 인터넷을 활용해보자. 느낀점이나 추가적인 물음을 써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을 불편한, 편한 상황에 던져보고 그로 인해 자신의 반응과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좋지 않은 경험이든, 그렇지 못한 경험이든 사소한 경험이든 돈이 들어간 비싼(?) 경험이든 상관없다. 그 안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끌어내서 내 안에 흡수해보자. 지금 이 아이러니한 시험을 치뤄내는 시간들이 힘겨울 테지만 자신만의 생각하는 훈련을 하면서 그렇게 내 생각이 온전히, 강력하게 세워질 그 날을 꿈꾸며 지금의 시간을 이겨내길 응원한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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