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우리나라 심리상담 서비스에 관하여.

by 이슬아

글 쓰는 일을 조금씩 틈틈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래, 행여 작은 것에라도 글을 써볼만한 소재거리가 있진 않을까 내 삶의 구석구석을 뒤져보고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번째 글 주제만큼은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은 내가 글을 쓰기로 다짐하게 된 동기이자 목적과도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한편으론 그만큼 글을 써 내려가는 내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살짝 모호하고 생소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자신 스스로에게 해주길 바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6명 중에 한 명은 평생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질병을 적어도 한번이상 경험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한 해 이러한 심리질환을 겪을 수 있는 확률은 10.3%로 숫자로 따지면 394만명 정도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심리적•정신적 질환은 사실 꽤 흔한 병이다. 이러한 현황을 대변하듯,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우울증이 고소득국가 질병부담 1위질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회는 이러한 심리적 질병을 적절히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시민의식이 준비되어 있을까?

자칫 종이에 손가락을 베여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우리지만 정작 마음을 베인 상처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떠올려봐도 우리가 얼마나 정신건강이나 심리치료에는 서툰지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음의 상처가 깊지 않은 경우에는 시간에 의해 잊혀지거나 치료기능을 하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개선이 되어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처가 심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몸에 난 상처를 방치하면 상처가 곪아 고름이 나고 더 위험한 병으로 발전될 수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곪아 더 큰 정신적 질병을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한번 심리질환을 앓은 사람은 흉터가 나듯 그 부정적인 경험을 인생에서 완전히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벗어나더라도 그 때 받았던 상처는 내 인생에서 계속 휴유증처럼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김구라나 이경규가 방송에서 자신이 공항장애를 경험했고 이를 치료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공항장애'라는 심리질환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러한 병을 앓는 사람이 반드시 미치거나 '또라이'는 아닐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경험할 수 있는 인간적인(?) 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질환을 대중들에게 공개한 그분들의 용기에 대단한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아마 그들이 겪은 공항장애도 처음엔 경미한 수준이거나 스트레스 증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증세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또는 짧은 시간에 충격을 받았으나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결국 공항장애라는 마음의 큰 병으로 발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의 마음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 내 '마음'이란 녀석이 안녕한지,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지금 한번 손을 자신에 가슴에 대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하루 내 마음상태는 어떠한지, 행여나 모난 세파에 베여 상처는 나지 않았는지.

만약 당신의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거나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할지라도 당황하거나 '나는 그렇지 않을거야'라고 부인하지 말자. 그리고 '내 마음이 힘들었구나'하고 토닥이며 받아들이자.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은,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현대인에게 흔한 증세다. 마음의 감기라고나 할까. 아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감기기운 정도는 쉽게 앓고 지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내 마음에 주인이 되어 돌봐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해봐도 안심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하루에 평균 39명.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에서 내가 평온하게 보내고 있는 오늘은 무려 39명의 누군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있는 날인 것이다. 자살미수까지 합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고 있고, 이러한 자살충동은 심리적•정신적 질병과 아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자살사망률 1위 국가이며, 그외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한민국이 결코 살기 쉽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사실 정상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봐야한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겨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렇게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게,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고 편하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정신적인 면역력을 키우고 내적상처치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첫 번째로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돌볼 줄 아는 의식적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젠가 뉴스 기사를 통해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여 내과나 신경계 혹은 물리치료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병의 근본적 원인이 심리적 질환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접한 적이 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정신적 건강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신랄한 예다. 신체적인 주인이자 정신적인 주인으로서, 내 마음상태를 우선적으로 아는 것은 예방과 치료의 출발이다. 이젠 몸에 체온을 재듯, 자신의 마음에도 '심온계(?)'를 주기적으로 재어보는 것은 어떨까.

두번째로 심리상담•심리치료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접근성 및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이 자신의 정신과 심리상태를 점검하고 돌볼 줄 아는 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뉴질랜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심리상담을 받아본 경험은 평균 38%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에 절반정도인 15%다. 그만큼 심리상담•심리치료는 대한민국에서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드라마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부부가 함께 심리상담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장면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보편화 되어있고, 경미하게 심리적 불편감을 느끼더라도 심리상담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경우가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혀 있다. 1년 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전체가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 때 일시적으로 운영되었던 시월호 전용 심리상담센터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심리상담 서비스가 사회적 인프라로서 속히 대중화되어야 하는 서비스인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는 심리적 불안감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가슴아픈 일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심리상담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한마디로, 속상한 일을 친구에게 털어놓듯 심리상담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상담가는 내담자가 마음에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학적으로 도움을 주는 전문서비스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내가 경험한 상담을 바탕으로 설명을 한 것인데 우리 시민의식은 여전히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언덕위에 하얀 집(?)'을 떠올리거나, 정신과에 가서 독한 약을 타서 먹는 것 등으로 생각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싶다. 이러한 오인이나 편견으로 인해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어도 선뜻 쉽게 상담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봐왔다. 이런 오해나 편견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공공 캠페인이나 시민운동이 좀더 적극적으로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 이 글을 읽는 중에 상담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구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는 무료심리상담센터를 활용해보자. 상처를 적절히 치료하는 것 - 그것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인 것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치료법을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일상생활 속이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한데, 마치 감기기운이 있을 때 레몬청을 꺼내어 차를 타 먹듯 자기만의 심리치료법을 만들어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심리적인 질환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경미한 증상의 경우 스스로 치유를 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아래 항목들은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인데, 혹시 자신에게도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한번 해보길 권한다. 만약 내가 '여자'라서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자살하는 사람의 70프로가 남성이며, 심리질환을 앓을 수 있는 확률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남자에게 더 필요한 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번호가 낮은것은 즉각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이고, 번호가 높은 것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 행동들이다)


1. 체온을 재듯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자주 체크한다

2.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가 감지될 때, 내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바로 자가치유법을 실천한다.

3. 심호흡을 천천히 여러번 하거나 잠깐 조용한 곳이나 휴게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4.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문구를 만들어서 우울한 상태일 때마다 문구를 상기시킨다. 예를 들어, 내가 만든 문구는 '왕관을 쓰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버텨라' 이고 혹은 우아한 백조가 물 속에서 엄청난 물질을 하는 이미지를 연상하기도 한다.

4. 충분한 휴식과 잠을 취하고, 여가시간엔 운동을 꾸준히 한다. 20분이상의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기분을 만드는 물질을 몸속에서 배출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5. 몸에 좋은 음식 먹고 가끔은 좋은 옷을 입음으로써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준다

6.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한끼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 또한 공유한다

7. 정기적으로 여행을 가서 세상이 얼마나 큰지, 그 속에서 내가 겪는 일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일 수 있는 지 느껴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기 마련이다

8.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 리스트를 만들어 듣는다

9. 종교를 갖고 내 삶을 신에게 의지한다


글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앞으로 자신의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한, 이 각박하고 아이러니한 사회에서 그래도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오고 있었음에 자신을 한번 격려해보자. 그리고 힘들 때마다 내 멘탈과 마음을 중무장해줄 그런 자가치료법들을 만들어두고 일상생활 속에서 아낌없이 실천해보길 바란다. 설령, 삶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모진 시련과 고난에 상처를 받았다 할지라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심리상담은 이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금 당신곁에 가까이 있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마음의 상처가 오히려 잘 치료만 된다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이 넓어질 기회이자,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자양분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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