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간극

미국에 살면서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운 일

by 사라의 여백




미국 한인 여성 커뮤니티에 ‘미국에 살면서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운 일’을 올려보자는 제의가 있었다. 댓글에 올라온 여러 일들은 큰 공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미국 생활 38년 차입니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가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적응이 안 되네요.

미국인들은, ‘어우 추워! 어우 더워! 앗, 뜨거!’ 이런 감정을 입밖으로 내지 않아요.

이혼을 포함해서 자기 자신 혹은 집안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을 자연스럽게 털어놔요.

찻길 건널 때 차를 확인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것이요.

애들 학교 교육, 교과서가 없어요.



신발 신는 문화

실내에서 신는 신발은 실내화가 아니라, 밖에서 신던 신발이다. 집 구조가 현관문을 열면 곧바로 거실로 연결된다. 신발장이나 신발을 벗어놓는 현관이 따로 없다. 현관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신발을 신은 채로 방이든, 부엌이든 저벅저적 걸어간다.


운동화를 벗고 신을 때마다 끈을 매는 미국인들을 보고, ‘참, 귀찮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신발을 벗을 일이 없으니 하루에 한 번만 묶으면 되는 일이라 괜한 걱정이었던 셈이다.

서랍장은 있어도 신발장은 없고, 장롱 대신 클로젯이라는 붙박이 옷장이 있다. 이 클로젯 안에 옷과 신발을 함께 보관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임은 분명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고 다니는 신발을 방안에 보관하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집안에서 바깥 신발을 신지 않는 미국인들도 더러 있다고는 한다.



감정 표현하기

미국인과 결혼한 어느 주부는 이런 말을 했다. 힘을 쓸 때, ‘으랏차!’하는 소리를 냈더니, 이 말을 들은 미국시어머니가 기겁을 하면서 “Are you O.K?” 하시더란다. 함께 사는 식구들은, ‘아, 배고파’, ‘아이고, 깜짝이야!’ 이런 감정을 말로 먼저 뱉어내는 자신을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우리 정서로는 쉬쉬하며 감추기 십상인 주제임에도, 듣는 사람이 어색할 정도로 솔직하다. 자신의 이혼은 물론, 자녀의 이혼 사실까지도 큰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보행자 천국과 교과서

앞만 보고 도로를 건너는 행위는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하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조차 고개를 돌려서 달려오는 차를 확인하지 않는다. 건널목은 신호등이 있건 없건 보행자 최우선이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사고 시에는 운전자의 책임이 커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사람 앞에서 차는 무조건 ‘우선 멈춤’이다.


교과서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이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집에 가져온다. 이민 초기에 백과사전과 같은 아이들의 교과서 두께와 무게를 보고 놀랬었다. 대학 전공서적과 흡사했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우리애들은 헌 교과서를 사용했고 학기가끝나면 학교에 반납했다. 종이 재질이 매끈하고 강한 이유는 애초에 대물림을 위해 제작했기 때문이리라.



끝내 물들지 못한 부적응

나는 그 무엇보다도 건식 화장실 문화 부적응자다.

욕실 바닥 전체에 물을 뿌리는 우리나라의 습식 화장실과는 달리, 이곳은 배수구가 욕조나 샤워실 안에만 있다. 건식이라 습기가 차지 않는 장점은 인정하지만, 문제는 변기 청소다. 고무 장갑 끼고, 세제 거품을 뿌리며 변기에게 시원한 샤워를 해줄 수 있는 날을 꿈꾼다.


낯선 땅에서 끝내 물들지 못하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늘 버겁거나 힘든 것만도 아니다. 낯섬을 새로움으로, 서툶을 재미로 즐기는 지혜는 결국 누릴 수 있는 자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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