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의 새벽 두서없는 생각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이 좋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숨소리를 들으며 새벽을 고민 없이 지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 보자- 생각할 거리가 뭐가 있더라 하면서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주중에 미뤄 두었던 수천 가지 걱정도 한꺼번에 해치우면서 터널 끝에 보이는 월요일의 끔찍한 빛을 애써 모르는 척한다. 왜냐하면 금요일이니까. 이것은 마치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면 생기는 병처럼 시작이 너무나 행복하여 끝이 참담할 것을 예측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그래 나는 주말과 사랑에 빠졌어. 짝사랑을 시작한 지 사 년째가 되어가고 이 끝없는 목마름은 언제나 나만의 것이지.
생산적이지 않으면 채찍질을 당하던 것에 익숙해서 취미도 취미답게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나는 그 좋아하는 책을 읽으려고 해도 끝없이 추천도서 목록을 헤집으며, 쏟아붓는 내 시간이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기만을 원하더라.
사실 사춘기 때에도 -당시에는 감성적이다, 라는 표현이 없었으니까 그냥 괴상한 감정선의 소유자일 뿐이었지만- 나는 끝없는 공상과 공허와 물밀 듯이 덮쳐오는 외로운 감정들 사이에서 출렁이기는 했어도 비뚤어질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 가만히 잘 버틴 별것 아닌 아이였다. 지금도 아마 그래서 별것 아닌 어른이 되었겠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이 모두 기록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한데 모아놓으면 증오와 절망, 분노, 좌절 간간히 그것들을 희화화시키느라 분주한 자기 연민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합리화들이 판을 치겠지. 아쉽다, 전부 남겨두지 못해서.
직설적이고 신랄한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정작 나는 스치는 옷깃에도 정을 주는 심약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미운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정작 그리 열심을 쏟을 정도로 밉지는 않다는 것이고 나는 새벽에 생각이 많은 인간형이라는 것과 지금 이 시간에도 내 주말이 소비되고 있어서 너무나 아쉽다는 것이다.
옆에서 숨을 쉬는 소리가 나를 안심시키는 밤.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