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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S Jun 08. 2023

지난 일기 속 우울을 꺼내 오늘 말립니다.

21년 어느 날의 일기.


살아 있어서 괴롭다는 생각이 간헐적으로 든다.

다행이라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일까.

예전에는 가면 증후군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기분의 낙폭이 크고 마음과 감정의 온도가 냉온을 오가면서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우울을 알아채는 순간 그 사람이 싫어진다. 그 의도가 내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내가 그를 수많은 시간 동안 공들여 사랑했음을 다 무너뜨릴 기세로.

스스로를 검열하는 시간이 길수록 불행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찾아온다. 어제가 오늘보다 나은 점은 내가 그것을 다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나뿐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에는 힘이 조금 남아 다른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고 어떤 때는 그때 내어준 곁에 마음이 비어 구멍 난 땅속처럼 폭삭 주저앉는다. 덜 큰 채로 어른이 되어서 그렇다는 나를 대신한 저 수많은 강연가의 변명에 기대고 싶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같잖은 조언 한 줄이나 휘발될 위로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래서 나도 조언과 위로를 중단하게 되었다. 요새 하는 것은 그저 독백이다. 내 마음대로 떠들어도 되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 자꾸 몸을 숨기고 있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주고 싶은 마음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냥 오래도록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찾아주는 일은 고마움일까. 자주 나를 부정하다 보니 무엇이 내 진심인지를 잘 모르겠다.

모르는 일이 많아진다. 고민이 거듭될수록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까마득한 것들이 많아진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특히 저 멀리로 사라진다. 오직 격하게 슬픈 오늘의 나만을 무한히 반복하며 주변의 유의미한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기도를 멈추었다. 팔 한쪽을 썰어가시고 우리에게 평안을 주세요. 이런 기도를 일삼는 나를 어떻게 여기실까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햇볕 아래 나뒹구는 휴지조각처럼 나의 영혼도 바삭히 말라 흥얼흥얼 떠돌 것을 믿는다. 나는 언제고 그 정도의 안온만을 원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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