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엄마 오늘은 암환자
출산 하루 전.
입원 가방을 거실에 두고,
제왕절개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은 아기를 만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 직전, 한 문장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유방암.
그 순간, 하루가 정확히 둘로 갈라졌다.
내일의 나는 엄마가 되고,
오늘의 나는 환자가 되었다.
한 달 전, 오른쪽 가슴에서 작은 멍울이 만져졌다.
임신 중이니 유선이 발달한 걸 거라고,
젖이 도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나를 달랬다.
그러나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막연했던 불안은 이름을 얻었다.
며칠 뒤, 큰 병원 진료가 잡혔다.
진단서와 초음파 사진을 들고 유방외과를 찾았다.
교수님은 멍울을 살펴보더니 곧바로 당일 초음파를 권했다.
그리고 말했다.
“조직검사를 합시다. 암일 확률은 5~10% 정도예요.”
누군가에겐 작은 희망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내게는 불안을 또렷하게 그려주는 숫자였다.
검사 날 오전, 남편은 오후 반차라 나 혼자 택시를 탔다.
만삭인 나를 본 기사님은 속도를 낮춰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차 문을 열며 건넨 “조심히 다녀오세요”라는 짧은 말이 오래 남았다.
검사대에 누우니 배 때문에 숨이 더 찼다.
바늘이 스치는 따끔함보다,
울렁거림과 함께 눈물이 번지는 순간이 더 힘들었다.
그래도 끝내 흘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보다 마음이 먼저 비어 있었다.
며칠 뒤, 결과를 들으러 간 대기실에서 배가 부른 사람은
나뿐이었다.
다른 날은 버텼지만,
그날은 눈물이 마스크 안을 흠뻑 적셨다.
이름이 불리고, 창구에서 중증환자 서류를 받았다.
그 순간 나는 ‘임신부’와 ‘암환자’라는
두 이름 사이에 서 있었다.
차가운 활자가 손끝에 남았고,
배 속 아이는 규칙적인 발길질로 나를 붙들었다.
그리고 오늘 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있다.
낯설게 환한 천장, 얇게 차가운 금속 가드.
간호사가 수술 시간과 금식 안내를 남기고 돌아간 뒤,
병실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숨을 들이마시면 아기의 움직임이 느리게 전해지고,
‘내일’과 ‘치료’라는 두 개의 벽이 겹친다.
제왕절개로 시작되는 내일이 두렵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치료의 문턱이 더 낯설다.
아직 끝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은 이 긴장감을 그대로 남겨 두기로 한다.
나는 내일, 같은 몸으로 다른 이름을 받아들일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과, 환자라는 이름.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의 다음 장을,
극복으로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