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이튿날 저녁, 약봉투를 받았다.
“산모님, 단유약이에요.
이거 드시고 젖 돌기 전에 가슴 꼭 압박하세요.”
손바닥에 올린 작은 알약 하나.
새끼손톱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았다.
사실 모유수유는 꼭 하고 싶었다.
내가 힘들 거라며 주변에서 모두가 말렸지만,
나는 조리원에서의 24시간 모자동실까지 계획했었다.
출산 준비를 하며 짧은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엄마가 옷을 열고 가슴을 보였을 때,
아기가 와다다 기어와 몸을 파묻는 그 장면.
그 한 장면이면 이유는 충분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유수유 방법을 검색하고,
모자동실 후기들을 읽고, 수유브라를 준비하던 손이었다.
그 손이 오늘은 젖이 돌지 않게 하는 약을 삼켰다.
‘모유수유는커녕, 나는 우리 아기에게 초유도 못 먹이는구나....’
물과 함께 알약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눈물이 먼저 목구멍을 막았다.
거울 앞에 섰다.
출산 후를 대비해 준비했던 천으로 된 산후복대를 꺼냈다.
천을 펼쳐 가슴을 두 번 감싸고, 한 번 더 꽉 묶었다.
‘먹이지도 못할 젖 제발 돌지 마라.’
젖이 차오르기 전에, 흐르기 전에 내 몸에 신호를 보냈다.
수유 브라 대신 가슴에 자리 잡은 천이 낯설었고,
거울 속의 나는 준비했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내 가슴은 초유를 품기도 전에 완전히 말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