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람 May 16. 2018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 '소서스 블레이'

I am a Discoverer

파르르.. 몸을 떨면서 잠시 눈을 떴다.

새벽엔 제법 춥기 때문에 보온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이렇게 추위에 떨면서 깨버린다. 본능적으로 텐트의 문을 열어 하늘을 바라본다. 와.. 아름답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에서 천 하나 사이로 별천지가 있다. 

한참을 멍하니 별을 바라본다.

시간이 좀 흘렀던 걸까 여기저기 텐트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5시. 캠프에 있던 모든 여행자들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곳은 소서스 블레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라 불리는 나미비아 사막의 필수 여행지이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듄 45, 데드 블레이, 빅대디 등이 있는 곳! 특히 듄 45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것은 나미비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모든 여행자들이 짐을 챙겨 이곳으로 향한다. 듄 45까지는 가장 가까운 캠프 사이트에서도 차로 40-50분이 소요되고 모래 언덕을 오르는 시간까지 계산해야만 한다. 고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서두르지 않으면 일출을 놓칠 수 있다.



듄 45 언덕에 올라 해를 맞이한다. 고요하고 어둡기만 한 사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 우아한 불빛이 내린다.

여행자들은 등 뒤로 어두운 그림자를 두고 정면에 떠오르는 빛을 보며 온 신경을 쏟아낸다. 

달밤에도 별빛에도 알아채지 못했던 금은보화가 아침 해가 뜨면서 그 빛을 받아 온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듯 사막의 보석 같은 빛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릴 마주하고 있는 언덕은 태양을 등지고 있기에 어둡게 보이는데 서서히 해가 오르면서 어둠을 거두어가는 그 모습이 참 장관이었다. 우리는 이른 아침 이곳에서 새 아침의 보석을 발견했다.






나의 눈에는 보석이 가득 들어찼고, 준영이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몸으로 표현했다. 점프만 10번은 뛴 듯! ㅎㅎ




해가 다 오른 후 한참을 있다가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듄 45를 떠난다. 언덕 위까지 완만한 경사를 오랜 발걸음으로 도착한 여행자들 모두 내려갈 때는 가파른 곳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어떤 이는 꺄- 꺄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고, 어떤 이는 두 팔을 넓게 벌린 채 뛰어간다. 신기하게도 미끄러져 가다 보면 속도가 붙고 절로 소리가 나고, 두 팔을 벌리게 된다. 






우리는 차를 타고 데드 블레이를 향해 출발했다. 듄 45에서 데드 블레이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중 5km는 모래로 가득한 길이어서 4륜 구동 차가 아니면 갈 수가 없다. 4륜 차여도 모래에 빠진 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도 역시 빠지고 말았다 ㅜㅜ 타이어의 공기를 많이 빼고 수동기어로 저속 운행을 시도하여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휴우







무사히 도착하여 차를 대 놓고 다시 모래 위를 걷기 시작한다. 눈 앞의 언덕을 지나면 데드 블레이가 있고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이 소서스 블레이에서 가장 높은 빅대디이다. 

우선 데드 블레이에 도착했다. 데드 블레이는 죽은 습지라는 뜻인데 앙상한 나무가 오렌지 빛 모래 언덕들 사이에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유명한 여행지인 데드 블레이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느끼는 것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생명이 느껴진다고 했고, 누군가는 죽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데드 블레이를 보면서 나무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 혹은 손짓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춤을 추고 세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 듯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했다.





이제 데드 블레이를 두르고 있는 언덕들 중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빅대디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빅대디는 350~400m 높이의 크레이지 언덕이라고 불리는데 우리가 도착한 낮 시간대에 올랐다가는 '내가 미쳤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뜨거운 모래와 발이 푹푹 빠지는 고난으로 악명이 매우 높다는 것! 그럼에도 제대로 된 루트를 이용한다면 덜 힘들었을 것, 우리는 바보같이 가장 경사가 가파른 50도 수준의 최악의 길을 선택했다. 보통은 정상에서 사람들이 내려올 때 이용하는 길로 가장 가파르고 스릴 넘치게 내려올 수 있는 길인데, 팀장인 나의 바보 같은 제안에 팀원들이 모두 불필요한 개고생을 하게 되었다. 그때도 미안했지만 다시 한번 미안함을..






이제 막 오르기 시작했는데 발을 위로 한 발자국 옮기면 푹 들어가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잉? 이건 뭐지?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  막내 재영이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정상을 바라본다. 재영이의 뒤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정상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고, 모든 여행자가 그 길을 이용한다. 어떤 여행자가 정상에서 쭉쭉 미끄러지듯 내려오면서 우릴 보고 한마디 던진다. Are you crazy?  






1등으로 오르고 있는 준영이가 정말 너무너무 멀게만 느껴지는데.. 우리 출발한 지 30분도 넘었는데 끝이 보이질 않는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ㅜㅜ 어찌나 오르는 게 힘이 들던지.. 정말 이렇게 힘들었던 게 얼마만인가.. 너무 힘들어서 계속 걸음을 멈추어 헥헥 거리면서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다가도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멍하니 있게 된다. 이 커다란 사막이 높은 곳에서 보니 참 작게 느껴진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다. 와. 정말 힘들었다. 정상에 발 딱 대는 순간 울컥하면서 동생들한테 미안하고 고맙다며 얼싸안았다.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으리.. 그런데 힘들었던 만큼 보상을 받은 것인지 힘들었기 때문에 더욱 좋게 느껴졌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정상에서 바라보는 뷰가.. 이 바람이..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좋았다. 아름답게 힘들었고 이름답게 훌륭했던 빅대디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