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모르는 나의 삶

by 김주영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직장을 다니는 줄로 알고 계신다. 아직도 내가 도시에 사는 줄로 알고 계신다. 4년 전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와서 사는 걸 어머니는 모르신다. 내가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나 아버지 기일에 어머니를 뵈면 나는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한다. 직장을 잘 다니고 있다고,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내가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말 못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는 팔십 줄에 드셨지만, 여전히 자식들 걱정에 늘 노심초사하신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도시의 집을 팔아 시골에 와 살고 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어머니는 내 걱정에 하루도 맘 편히 주무시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이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고등학생 이후로 내 삶에 대해 부모님과 진솔하게 나눠 본 경험이 없다. 어쩌면 내가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말을 못 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생각하는 좋은 삶의 상이 나와 다르기 때문일지 모른다. 진정한 나로 살고 싶어서 시골에 왔다고 어머니에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 선택에 대한 어머니의 응원과 지지를 바라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 생전에 어머니가 보기에 잘 살고 있는 자식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과 봄의 보리수 열매와 툇마루에 쏟아지는 햇살과 책에 몰두하는 날들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잘하는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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