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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 랑 May 28. 2024

택시 드라이버




무거운 캐리어 2개와 여행용 가방 그리고 노트북가방을 들고는 힘겹게 공항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니 뭔 짐이 이렇게 무거운 거야...'  


갑자기 많아진 짐 때문에 안 그래도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몸은 캐리어의 무게로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낑낑거리며 짐들을 한 곳에 잠시 세워놓고 미리 예약해 놓은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얼마간의 전화 연결음이 울리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시아계의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그는 내가 전화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생각해 보니 원래 예약한 택시 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중간에 비행기도 좀 연착되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수화물이 이렇게 늦게 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는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탄 다른 사람들은 다 일찍 나왔다며 너는 왜 늦게 나왔냐고 주절주절 얘기를 해댔다. 나는 짐을 낑낑 끌며 그래서 당신은 어디에 있냐고 내가 어느 쪽으로 가면 되냐고 물었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갑자기 중간중간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아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답답한 건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나 보다. 상대방도 내 말이 잘 들리지 않았는지 본인이 하던 말을 멈추고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소통이 되는 대화를 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나는 아까보다 좀 더 큰 목소리로 (사실 대화가 안 통해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었다.) 


"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내가 어느 출구로 나가면 될까요?? " 


라고 차분하지만 아까보다 좀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고, 그는 나의 질문을 한 번에 알아들었는지 2번 게이트 쪽 주차장 입구로 오라고 했다. 그렇게 드디어 쌍방향 대화에 성공한 우리는 전화를 끊고 나는 2번 게이트 쪽을 향해 걸어갔다. 


' 후... 아니 로밍을 했는데 왜 안 들리는 거야...? ' 


아까 택시 기사와의 불안정한 전화 연결과 무거운 나의 캐리어들 덕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높아져가는 짜증 지수를 다스리며 2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 쪽에 어떤 남자 한 명이 차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고 누가 봐도 아까 나와 전화 통화를 한 택시 기사임을 직감한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다. 그랬더니 역시나 그가 맞았다. 


그는 생각보다 사람 좋은 표정을 하고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나의 이름을 확인한 후 그는 

내 짐을 차 트렁크에 실으며 말했다. 


" Welcome to UK " 

("영국에 온 걸 환영해요")


 나는 고맙다며 웃어 보였고 그는 내게 비행은 어떠했냐고 물었다. 나는 세상 지친 표정으로 


"아... 진짜 피곤하네요...ㅎ " 


라고 대답해 버렸다. 사실인데 뭐 어쩌나..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내 표정에서 드러날게 뻔했기에 나는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우리 둘은 그렇게 택시에 탔고 그는 나의 최종 행선지를 나에게 확인차 물어보고는 출발하였다. 


'후... ' 


영국에 잘 도착해서 이제 택시하나 탄 건데...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었는지 안도감과 약간의 긴장이 섞인 숨을 내쉬었다. 택시에 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하기였다. 영국에 잘 도착했고 예약한 택시도 잘 탔다고 연락을 하고는 폰 배터리를 보니 약간 불안했다. 충전을 미리 못해놓은 탓에 아슬아슬한 휴대폰 배터리를 보고는 택시가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 맵을 켰다. 택시로 한 시간 반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였기에 혹시나 해서 켜놓고는 창문 밖을 보았다. 



차는 공항 주변을 벗어나 도시 외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얼마 후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드넓은 초원이 보였고 이따금 말들이 자유롭게 초원 위를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날씨는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흐리지도 않은 애매한 날씨였다. 살짝 애매한 날씨와 확연히 다른 풍경들이 눈앞에 연속으로 보이자 이제야 영국으로 온 게 실감이 났다. 



한참 동안이나 창문 너머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먼저 정막을 깨고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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