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는 사람과의 대화를 고찰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그동안 이렇게 이렇게 해왔어. 그러니 난 대접받아 마땅해.
나는 이런 식으로 자라왔고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의 환경은 이러이러했어.
그래서 나는 사랑을 잘 주는 방법을 몰라. 알더라도 난 내 방법이 맞다고 생각했어. 그러니 날 이해해줘야 해."
이 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내가 한 가지 느낀 것은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잘 전해주는 방법도 모른다는 것이다.
애정결핍인 사람은 애정을 외부에서 먼저 갈구하지 타인에게 먼저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타인에게서 관심을 받고자 먼저 행동을 할 수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관심을 얻기 위한 목적이지 상대방에게 관심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 내가 지금 당장 얻는 사랑과 관심이 중요하지 내가 타인에게 어떤 관심을 얼마큼 주고 그리고 사랑을 충분히 잘 표현해주고 있는지는 우선시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 이상하게 화를 돋우기 쉬운 사람. 뭐랄까... 자극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나.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 생각보다 쉽게 자극을 받고 발끈을 하며 그리고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화를 낼 때 가만히 지켜보면 이러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힘든 것 좀 알아줘!!! 내가 억울한 것 좀 알아줘!!! 난 가만히 있는데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
도대체 나를 왜 이렇게 건드리는 거야?!!!!"
위 말들을 물론 언성을 크게 높이면서라도 워딩 그대로 직접 말해주었다면 너무나 좋았겠지만
이 분노 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채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상하게 집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신경질적인데 억울하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누가 본인 힘든 것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그냥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몰라서 이런 방식으로, 아무도 쉽게 알아채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하는 듯했다.
그래서 결과는 쉽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스스로만 불같이 화를 내다가 다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이들을 그냥 '화가 많은 사람' 또는 '성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버릴 것이다.
나를 먼저 알아달라는 사람에게, 나 힘든 것, 나 억울한 것 먼저 알아달라고 발악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해달라고 하고 사랑이 담긴 말을 먼저 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엄청 힘든 일 일 것이다. 그들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대체로 없으며... 누군가가 먼저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하긴 내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누구를 먼저 보살피겠는가. 내 주변을 어느 세월에 둘러보고 나의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겠는가.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의 역할이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는 역할 또는 책임을 가지고 있을 때이다. (한 마디로 사랑받지 못한 어떤 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줘야 할 때이다.)
서로 본인 힘든 것 먼저 알아달라고 이해해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대화에서도 그리고 관계에서도 말이다. 적어도 한 명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먼저 여유 있게 내 마음 한편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당장 내가 하고 싶은 말 반박하고 싶은 말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상대방과 반대되는 수많은 말들을 뒤로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상대방 말에 먼저 수긍해 주는 것 (설사 그 당시 상대방의 말이 나의 의견과 상반되더라도).
실제로 이 상황이 되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이걸 먼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진화될 것이다. 불같이 서로에게 더 이상 서로 알아달라며 소리를 칠 이유도 그리고 이해받고자 내 상황을 몇 번이고 신경질적으로 반복하며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마음 한편 잠시 내줄 수 있다면. 내가 힘든 것만큼 상대방 힘든 것도 잠시 알아줄 수 있다면 대화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숙제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차보이는 사람과의 대화는 어렵고도 힘들지만 그들의 분노가 그저 장미의 가시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장미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분노로 가득 찬 어떤 개인도 사실은 상처받은 마음 또는 상처받기 무서워서 그렇게 날카롭게 자신을 분노로 표현하지만 사실 그 내막은 그러하지 않을 거라는 것. (물론 상황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