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Sep : 정신차려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by 사랑



파이데이아 지부 개설을 준비하며 고전을 많이 접하지만 이번 책의 경우 참 반가웠다. 아주 얇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어록을 정리한 에세이다. 비교적 유명하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비슷한 위치인 듯하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와 사이즈가 큰 텍스트 그리고 넓은 자간과 직관적인 컨텐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 혹은 통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제격이다. 같은 시리즈로 <수상록> 등의 도서도 있으니 책과 더불어 메이트북스에서 나온 시리즈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철학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으뜸가는 것은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즉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왜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 증명이 올바른지 분별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즉 귀결은 무엇인가, 모순이 없는가,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가 등을 가리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단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 번째 단계, 즉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우리는 세번째 과정에 애르 쓰고 모든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첫 번째 단계는 등한시 한다. 즉 거짓말에 대한 증명은 잘하면서 정작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위반하곤 한다


에픽테토스는 세네카, 아우렐리우스와 함께 후기 스토아 학파의 학자다. 에픽테토스의 철학의 중심에는 '자유'가 있다. 여기서 자유란 자기 안에서 이뤄지는 정신적 자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정신적 자유의 반대편에는 그가 '노예'라고 부르는 상태인 정신적 부자유가 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함에 있어 실천을 중요시했고 나아가 전반적인 삶의 태도에 영향을 주길 목적했다. 그래서 그의 어록을 정리한 이 책에는 몇 가지의 원칙들과 그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 혹은 예시들이 제시된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철학 원칙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어떤 스승을 기다리며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일을 미루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당신은 이제 아이가 아니라 다 큰 성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언제나 자신의 발전을 다음 날 또 다음 날 하며 미루기만 한다면 결코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하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속인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성숙한 성인으로 발전하라 최고선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위반할 수 없는 법칙으로 여겨라.


나의 스무 살은 <명상록>이다. 이렇게 말하기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읽었다. 당연히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를 때 마다 집은 책이었고 명상록에 내게 내려준 답은 늘 '네가 문제다' 였다. 자신을 불행하기 만드는 것의 근원에는 늘 외부의 사건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사 가운데는 내 권한에 속하는 것이 있고, 속하지 않는 것이 있다. 내 권한에 속하는 것은 사고, 노력, 바람, 혐오 등 우리가 하는 행위다. 내 권한에 속하지 않는 것은 육신, 재산, 명예, 통치 등 우리가 하는 행위가 아닌 것들이다.


실제로 아우렐리우스는 에픽테토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에픽테토스는 세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과 아닌 것으로 나눠져있고 그중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맥락에 따르면 우리에게 일어나는 불행도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의 권한 내의 일로 일어난 불행과 우리의 권한 밖에 있는 어찌할 수 없는 불행. 에픽테토스는 그 두 가지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잘못을 자초한 일이면 몰라도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일들은 말 그대로 손써볼 틈도 없니 일어난 불행인데 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외부적인 불행에는 대표적으로 죽음이 있다. 특히 사고나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질병, 죽음, 빈곤 등과 같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피하고자 한다면 그런 일을 당하고도 비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의 순리상 당연한 일도 아니고,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일을 당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부 지워버리고 그 대신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피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마음을 돌리자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게 사람이 아니라 질그릇이라 생각해보자. 자신이 아끼는 그릇의 본질은 떨어지면 깨지는 것이다. 만약 실수로 그릇을 깬다고 해도 그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억울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또한 그렇게 바라봐야 한다고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이고 또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처사다. 그러니 자신이 바랄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게 올바른 태도다. 이는 성공하고 싶다면 이불부터 정리하라는 현대에 유명한 어구와 맥락을 같이한다. 조던 피터슨의 방 청소도 같은 개념이다. 서기 55년의 철학자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 으휴,, 정신 좀 차려라;;


책에 소개된 글은 한 번에 정리하기에는 분량이 많다. 생각나는 데로 개인적인 에시와 함께 추가하도록 하겠다. 불투명한 미래가 두렵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바닥을 칠 때 이 책을 읽어보라. 불안함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