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하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마드리드 시내까지는 차로 이십분 거리. 지하철을 타면 세번을 갈아타야한다기에 이참에 우버Uber를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 문제인지 계속 에러가 나서 콜을 할 수가 없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택시들을 눈앞에 두고도 혹시나해서 십여분 정도를 더 시도해봤다. 도무지 안되겠기에 그냥 택시를 탔다. 왠걸. 시내까지 택시 요금은 30유로 정액제로 우버랑 똑같은 요금이었다.
택시 드라이버는 우리에게 가볍게 올라Hola! 인사를 건네며 캐리어를 받아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탑승한 후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호텔 주소를 드라이버에게 넘겨주었다. 앞 뒤 좌석이 투명 플라스틱 안전 칸막이로 분리가 되어있어 그 사이 작은 틈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마드리드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 분은 20여년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그때 같은 과 동기 중에 Kim이라는 한국 친구가 있었단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름은 잊어버렸다면서도, 마치 그 친구분을 다시 만난것처럼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가 마드리드에는 처음이라고 하니 대뜸 루마니안 소매치기들을 조심하라며 가방은 꼭 앞으로 메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두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스페니쉬가 아니며 루마니아에서 일자리를 찾아 스페인으로 온 이들이라고 했다. 여기 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첨언했다. 실은 나도 예전에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다. 각자의 사연으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만 했던 가난한 사람들. 그들이 나라 밖에서 얻은 건 좀도둑이라는 오명뿐이라는게 내겐 마냥 슬프게만 들렸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 시내에 좀 있는지 알고싶어 물어보니 마요르 광장 가까이 있는 우리 호텔 근처는 대부분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들이란다. 식당 유리문에 각종 신용카드 그림이 붙어있으면 그건 십중팔구 관광객용이라 기사님 본인은 그런 곳은 가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드리드 시내에 들어서자 더욱 신이난 듯 유명한 건축물들과 그에 얽힌 역사를 설명해주었다.
"불과 500년 전에 말이죠.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을 잡아다 마요르 광장에서 처형했었어요. 당신들이 이교도이고 그 당시에 이곳에 왔다면 정말 큰 봉변을 당했을거에요. 아, 그리고 저기 저 식당 보이죠? 그 앞에선 세르반테스와 OOO이 술을 잔뜩 마시고 칼싸움을 했다죠."
그의 이야기 속에 간간이 나오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낯설어서 여기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현지 역사 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졌다.
호텔에 도착하니 기사님은 짐을 내려주고 유쾌하게 악수를 청한후 좋은 여행하라는 말을 남긴채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손가락으로 알려준 방향대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온 손님이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우리 이름을 말했다. 몇초간 살짝 뭔가를 생각하던 스탭이 혹시 호텔 이름을 다시 확인해볼수 있냐고 했다. 알고보니 옆집에 들어와있었던 거였다. 우리가 미안해하자 종종 있는 일이라며 바깥까지 따라나와 길을 안내해주었다. 덕분에 무안하지 않게 우리 숙소를 잘 찾아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