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가기도 전에 생긴 일

by 보엠

눈을 떴을 때 아직 주위는 캄캄했다. 몇시인지는 몰라도 남편이 먼저 일어난 기척이 느껴졌다. 나도 왠지 개운한 느낌이 들어 이대로 일어나도 좋을거 같았다. 휴대폰을 켜 보니 오전 5시 20분. 동이 트려면 아직 2시간 넘게 기다려야한다. 마드리드에서의 첫 아침인데 이 정도면 시차적응에 그래도 나름 성공한셈이다.


어제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 체크인한 시각이 저녁 8시 경. 우린 대충 씻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까지도 밖은 대낮처럼 훤했다.


아침이 밝아오는 마드리드


마드리드로 출발하던 날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그만 인천행 공항버스를 놓쳤을때도, 겨우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 체크인에서 내 여권 유효기간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아서 스페인 입국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을때도. 나는 이 모든게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여행에 앞서 건강이 좋지 않아 별다른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후폭풍이 제법 컸다.

여행 일정 자체를 아예 취소해야할지도 모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이대로 남편만 보내고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랑은 달리 위기에서 더욱 침착해지는 남편. 그의 진두지휘하에 우린 동시 다발적으로 외교부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안내에 긴밀히 문의하여 이런 경우에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다행히도 공항내에서 긴급여권을 발급받는 방법을 찾아냈다. 시간이 촉박하여 부랴부랴 즉석 사진을 찍고 사유서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1시간 반만에 새 여권을 획득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 중앙에 있는 정부종합행정센터에서 긴급단수 여권을 발급받았다

간당간당하게 남은 시간에 쫓겨 다급히 체크인 카운터로 다시 돌아왔을때, 항공사 직원은 긴급 여권마저도 입국거절되는 경우가 있다는 불길한 말을 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이 단수 여권으로 입국이 가능하다고 외교부에서 이미 친절하게 확인해주었기에 맘편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13시간을 꼬박 날아서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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