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미겔 시장에서 가까운 통로를 지나 마요르 광장(Plaza Mayor)으로 들어섰다. 광장 안의 카페들은 이미 차양막을 펼쳐놓고 열심히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광장 한가운데는 필립 3세의 기마상만이 넓은 광장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서 본격적인 그룹 투어가 시작되면 곧 이 광장은 보려는 인파와 팔려는 인파로 가득 채워질 것이었다.
광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보틴(Botin)이라는 식당앞에 줄지어 정성껏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이라는데, 무려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맛집이었고 거슬러 올라가서는 스페인의 대표화가 고야(Goya)가 이 집에서 웨이터로 근무했다고 한다.
저녁은 8시부터, 간판 메뉴는 코치니요라는 새끼돼지구이와 양고기 스테이크라는데 고기보단 해산물 요리에 더 관심이 갔다.
스페인에 왔으니 츄러스를 꼭 먹어봐야겠다고 벼르고 있던건 아니었다. 솔 광장에 있는 엘 꼬르떼 잉글레스(El Corte Ingles) 백화점에 잠시 들렀다 나오는 길에 츄러스와 초콜릿 전문점 Los Artesanos 1902 Chocolate이 보이니 너나 할 거 없이 그냥 저절로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된 거였다.
키친에서 츄러스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자체 브랜드의 초콜릿을 살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쫀득하고 고소한 츄러스를 핫초코에 푹 담가뒀다 먹어도 되고 살짝 찍어먹어도 된다. 남편과 둘이 원 포션으로 주문해서 사이좋게 한 입씩 나눠먹었다. 이런건 푸짐하게 먹기보다는 모자란듯 감질나게 먹는게 더 맛난다.
설탕과 계피가루를 묻힌 막대 모양의 츄러스는 예전에 캘리포니아의 어느 푸드코트에서 먹어본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먹은 것이 훨씬 신선하고 내 입맛에 잘 맞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꽈배기 도넛을 생각하고 먹는다면 살짝 밍밍할수도 있겠다. 카페 솔로 한잔을 추가로 주문해서 곁들여 먹으니 더욱 깔끔했다. 가게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는데,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이어서인지 바로바로 자리가 나왔다. 달콤한 추억을 간직하고픈 마드리드의 여행자들이 잠깐 동안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었다.
얇은 츄러스를 다 먹고난 후에도 핫초코가 많이 남았고 조금 더 먹고싶다 생각했는지 남편이 두툼한 걸로 하나 더 주문했다. 이건 따로 포라스porras라는 이름이 있는데, 중국의 아침 식사 중 죽에 찍어먹는 유탸오 도넛과 매우 흡사했다. 쫀득한 맛이 츄러스보단 덜했고 안에 기름이 많이 남아서인지 느끼했다. 결국은 하나밖에 먹지 못했다.
가게를 나서는 길에 이 집의 파우더 초콜릿 한봉지(900g에 6.70유로)를 샀다.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시는 엄마께 드릴 선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