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습관 덕분에 어디를 가더라도 현지인들이 아침 운동하러 가는 공원이나 산책길에 가보는 걸 좋아한다. 어제 혼자 조깅을 나갔던 남편이 좋은 코스를 발견했다며 같이 가보자기에 오늘은 그를 따라나섰다.
9월 말의 마드리드는 아침 기온이 온화해서 반팔에 짧은 바지를 입고 운동을 나갈 수 있다. 물론 대낮엔 최고 30도가 넘는 더위지만 올 여름 한국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로 여길만하다.
마드리드를 가로지르는 만사나레스(Parque Rio Manzanares) 강변에는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 그리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질서있고 활기차게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Puente de Toledo와 같은 1700년대 스타일의 다리와 현대식 주상복합 시설들이 공존하는 모습은 우리도 역사의 한 면을 빌어쓰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열심히 운동을 한 후 슬슬 허기가 느껴질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는 방법 중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변에서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은 한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스페니쉬 브랙퍼스트를 주문하자 갈아놓은 토마토와 토스트 그리고 올리브오일과 소금 약간을 준다.
우리가 잠시 트레이를 응시하자 서빙하는 분이 이 토스트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아는가 친절히 물어봐주었다. 물론 모른다. 알려달라고 하니 일단 자기가 하나 만들어줄테니 나머지는 직접 해 보라고 쿨하게 말했다.
그 분의 방법대로라면, 먼저 올리브오일을 빵에 듬뿍 뿌린다. 그리고 토마토 페이스트를 고르게 바른 후 오일을 한번 더 뿌린다. 그 위에 소금을 기호대로 추가하면 완성.
정말 별 것 없는데 한 입 베어물어보니 시원한 토마토 맛과 신선한 오일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그 후 우리는 거의 매일 아침 Pan con tomate를 자연스럽게 주문해서 먹었다. 이제 어디를 가도 직접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아침 식사 메뉴가 하나 생긴 것 같다.
여기 마드리드에서 잠깐씩 짧은 대화로 스쳐간 스페인 분들이 우리에게 코리안이냐고 물으며 '안녕'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말 인사를 건네주었던 일이 종종 있었다.
불과 몇년 전 만해도 유럽여행 중에 만난 이들은 거의 대부분 내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물었다. 아님 대뜸 '니하오'하거나. 그럴때마다 나는 한국인이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고 알려주곤 했었다. 그들이 내가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을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왠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었다.
그 결실이 이렇게 돌아오는건지. 이번 여행이 좀 특별한건지. 아님 그동안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건지. 아무튼 내겐 가장 눈에 띄는 기분 좋은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