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니쉬 포사다에 대한 기록

by 보엠

여행지에서는 모든게 처음처럼 새롭다. 모르는게 많은 만큼 서툴고 궁금한 것들도 늘어난다. 그런 여행자를 너그러이 포용해주는 현지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안심하고 여행을 이어나갈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요르 광장에 가득한 여행자들

마요르 광장(Mayor Plaza) 주변에 '포사다(Posada)'가 이름 앞에 붙은 호텔이 많이 있길래 처음엔 이것이 무슨 지명이나 도로명인 줄 알았다. 파파고로 번역해보니 호스텔 hostel 혹은 여관 inn으로 나온다.


무이 비엔(very good), 아구아 공 가스(탄산수), 그리고 포사다. 이렇게 또 스페니쉬를 하나 배운다.


포사다 델 레온

다른 포사다는 어떤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내가 묵고 있는 포사다 레온은 오래된 건물의 틀이 잘 보존된 상태에서 내부만 현대적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스페인판 주막같은 느낌을 준다. Hotels.com에서 찾아본 포사다의 이용료는 호텔에 비해 2/3정도해서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우리에게 이 포사다에서 가장 좋은 위치의 방을 주겠다며 눈을 찡긋해보이던 붉은색 상하의를 멋지게 차려입은 레티티아, 포사다 레온의 스탭,가 체크인을 마친 우리를 방까지 직접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는 웰커밍 드링크를 줄테니 언제든 내려와서 얘기해달라고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진 방. 그리고 발코니 밖의 풍경은 덤

아주 넓은 방은 아니어도 천천히 둘러보면 천장에 보이는 서까래나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지붕의 기와도 흡사 동양식 가옥을 보는 듯 하니 전혀 낯설지가 않다. ㅁ자 형태로 지어진 건물의 가운데는 원래 중정이었을 법한데, 지금은 건물 가장 위쪽을 투명한 유리로 덮어서 비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채광이 잘 들게 만들었다. 17개의 방이 1층과 2층에 있고 방마다 작은 발코니가 있으며 basement(사실상 1층)에는 리셉션과 식당이 있다.

포사다 내부는 나무로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으로 마감되어 있다.

저녁 8시 이후부터 식사를 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 습관으로 식당에선 매일 늦은 밤까지 흥겨운 식사 모임이 이어지는 듯 했다. 특히 토요일 밤에는 절도있는 박수 소리와 함께 남성들의 힘찬 노래가락이 간간히 들려오기도 했지만 비교적 방음이 잘 되는 편이라 방에서는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아니면 시차때문에 내가 깊은 수면에 빠져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가위 전날 밤 마드리드에서의 보름달


지난 밤엔 Full moon이라고 하기에 부족함 없을 정도로 꽉 찬 달이 마드리드의 모든 지붕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낯선 여행지에서 한가위 달을 보며 이곳에서의 모든 기록을 내 집 같이 포근한 여기 스페니쉬 포사다에서 적어내고 있다.


"내겐 아버지가 남기고 간 유산이 있다네.

그건 달님과 해님이라네

온 세상 곳곳을 떠돌아다녀도

조금도 닳지 않는 것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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