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상표출원의 20% 가량이 최종 거절된다. 그런데, 출원부터 최종 거절까지 약 1년 동안 이미 상표를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데, 의견서 제출이나 불사용 등록취소심판, 재출원으로도 거절이유를 해소하지 못했고 등록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알아둘 점은 상표등록은 제3자에 대한 침해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사용 허락을 받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상표등록은 상표사용과는 구분되어야하며, 엄밀히 말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선등록권리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상표출원이 최종 등록거절되고 말았다면, 무조건 사용을 멈출 것이 아니라 거절된 이유에 따라 계속 사용 가부를 판단해보아야 한다.
식별력 부족으로 거절된 경우
이 경우라면사용에는 장애가 없다. 식별력이 없다는 의미는 출처표시기능을 할 수 없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독점 불가능한 표장이라는 것이므로 사용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사용은 계속해서 해나가되 로고를 결합해서 재출원 하여 다시 등록을 꾀하는 한편 장차 재출원한 상표가 등록되면 새 로고 결합된 상표로 변경하는 전략을 세워보자.
선등록상표와 유사로 거절된 경우
이 경우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우선은 선행상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며, 실질적으로도 선행 상표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즉시 사용을 멈추고 다른 브랜드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물론 상표권자가 문제삼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상표권자가 문제삼는 경우란 즉 소송까지 검토한다는 의미인데 언제 소송이 들어올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 이때 실질적으로 상표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란 상표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i) 상품과 업종이 실제 시장에서 저촉이 일어나며 ii) 선행상표가 사용도 되고 있어 불사용 등록취소의 가능성이 없고 손해배상청구 우려까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달리 말하면 등록은 거절되었지만 상표침해 가능성은 낮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는 당장의 사용은 계속하되 등록 없는 상표 사용은 사업 리스트가 너무 크므로 장차적으로는 상표를 변경하면 된다.
선등록 유사로 거절되었지만 상표침해 가능성은 낮은 경우란 어떤 때일까?
우선, 특허청에서 유사로 보아 등록을 거절하는 상품의 유사범위가 실제 저촉되는 상품의 유사범위와 다르므로, 만약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상품이어서 실제 시장에서는 저촉이 있기 어려운 경우라면 실질적 침해는 아닐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침해로 인정되는 상품의 유사 범위가 등록이 거절되는 상품의 유사범위보다 좁다)
예를 들어, 선등록상표가 ‘의류’를 지정하고 있는 상표등록이고 후출원 상표가 선등록상표와 표장이 동일하기는 하나 ‘남성용 맞춤정장’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라고 해보자. ‘의류’와 ‘정장’은 유사하므로 당연히 후출원상표는 거절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선등록상표를 조사해보니 의류 중에서도 ‘속옷’만을 생산하는 회사였다면, 비록 선등록에 ‘의류’가 지정되어 있어 후출원 업체의 상표출원이 거절되었으나, 실제로 ‘속옷’과 ‘남성용 고급 맞춤 정장’이 시장에서 중첩이나 저촉이 있기는 어렵다. 소비자의 범위나 생산자, 제공하는 제품의 내용이나 속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꼭 상표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때에는 당분간 사용은 하되 장차적으로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선행상표가 등록만 있고 사용은 안되고 있는 경우에도 미사용의 상표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그래도 선행 상표권자가 언제 상표 사용을 개시할지 모르니 브랜드 변경이 어려운 경우라면 불사용 등록취소심판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어느 경우든 상표등록 없이 브랜드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사업적 리스크가 크다. 당장 사용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점차 등록가능한 상표로 변경하고 사용 중인 상표의 등록은 반드시 확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