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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 Apr 26. 2021

[미국] 조지 티 스택 버번

George T. Stagg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최근 다이어트를 하느라 제대로 위스키를 마시지 못했었다. 이왕 하는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바람에 위스키를 의도치 않게 못마셨었는데,



다이어트의 목표였던 바디프로필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기분이 무척 다운되었던 날. 충동적으로 혼자 갔던 바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마신 버번 위스키 한잔이 내 인생 최고의 위스키여서 큰 위로를 받은 일이 있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운동도 식단관리도 꽤나 할만했고, 노력만큼 정직하게 변하는 몸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항상 충만했다. 간만에 기분이 몹시 다운되었던 이유는 내 노력과 공들인 마음과 생각들에 비례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는 일들 때문이었다.



자꾸 느껴지는 허탈감과 복잡한 생각들에 혼자 집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충동적으로 집을 나섰다. 동네 근처에 청담에 있는 바만큼이나 라인업이 좋다는 바를 혼자 찾아갔고, 앉자마자 먹어보고싶었던 대만 위스키 카발란 솔리스트를 한잔 시켰다. 솔리스트를 시켜놓고선 읽으려던 책을 꺼내느라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정말 먹어보고 싶었던, 하지만 한번도 실물로 보지 못했던 위스키병이 놓여져있었다.



조지 티 스택. 한국에서는 한병에 3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버번 위스키인데, 자주 가는 바가 정해져있는 나는 이 위스키를 한번도 실물로 보지 못했었다. 누군가에게 이 위스키가 정말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후 궁금했는데 의도치 않게 이 위스키를 만난 것이다.



이 바에 서너번 온적이 있었는데 본적이 없었어서, 바텐더분께 이곳을 여러차례 방문했는데 백바에서 못본 것 같다고 물었더니 찾는 분이 그리 많지 않고 너무 비싸서 뒤쪽에 숨겨놓으셨다고 하셨다.



가격은 명성 만큼이나 어마어마했다. 1잔에 12만원, 반잔에 6만원. 내가 들어본 위스키 가격 중에 가장 비싼 가격의 이 위스키를 먹을까말까 조지 티 스택 병울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민을 한참하고 있으니, 옆자리 손님이 계산하고 나가시며 "이 위스키 진짜 정말 맛있어요"라고 귀띔을 해주고 나가셨다.



사실 조지 티 스택은 그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조금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조지 티 스택 "주니어"도 있는데 바텐더 분께 맛차이를 물어보니, 바텐더분 기준에서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조지 티 스택이 압도적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꽤 오랜 고민 끝에 반잔을 마셔보기로 결정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잔을 받아보니, 위스키 색이 꽤 진하고 향도 좋았다. 조심스레 살짝 마셔보니, 정말 눈이 번쩍 떠졌다.



엄청나게 풍부한 향이 느껴지는 와중에, 60도에 육박하는 도수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움, 그리고 정말 이 위스키에서만 처음으로 느껴본 묘하게 입안을 뜨겁게 감싸는 스파이시하다고만 말하기엔 표현이 부족한 알싸함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정말 정말 최고다. 어떻게 향뿐만 아니라 이런 혀의 감각까지 깨우는 맛이 있을까.



라프로익 CS는 미치도록 강렬한 피트향으로 초반부터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는 위스키라고 하면, 조지 티 스택은 처음에는 부드러움과 풍부한 향으로, 그리고선 혀의 감각을 깨우는 뜨거움과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위스키다.



사실 나는 버번을 굳이 찾아마시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조지 티 스택은 버번임에더 불구하고, 내가 마셔본 어느 싱글몰트보다도 훌륭했다. 가격이 많이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 위스키였고 이 위스키 한병을 아무런 부담없이 살 수 있을만큼 열심히 일하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향과 맛과 풍미를 가진 위스키였다.



내 노력의 여하와, 내 생각과 마음으로 좌우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일시적인 무력감에 빠졌던 나를 정말 제대로 위로 해줬던 조지 티 스택. 가격이 너무 높아 서운하지만, 다음번에는 조지 티 스택 주니어로 가성비 좋게 비슷한 향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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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살 나이가 먹으면서 취향도 생기도 내가 즐기는 취미도 고정되어가는 것 같다. 올해는 여러가지 요인들 덕분에 위스키와 운동으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운동도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뚜렷하고, 위스키는 (미묘한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종류를 마실 때 기대되는 맛과 만족감이 왠만해선 나를 배신하지 않아서 좋다.



어릴땐 크면 내 뜻대로, 내가 애쓰고 노력하면 뭐든니 이루고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내 의도와 노력과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 중 일부는 꼭 성과가 될 것이고, 소중한 관계가 될 것이며, 의미있는 과정이 될거라고 믿으니, 마음이 답답한 순간에는 그냥 위스키 한잔에 위로 받고 또 묵묵히 노력과 마음과 열정을 다하는게 필요하리라 생각하려한다.



이번주도 정말 맛있는 위스키 한잔이 꼭 필요한 한주가 될 것 같다. 이번주엔 무엇을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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