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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Feb 27. 2020

자유롭게 번 돈으로 자유를 사는 삶

퇴사 후 디지털 노마드 도전기


디지털 

노마드


일과 주거에 있어 자유로운 시간에, 자유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나는 외국에서 한 달 살기 등을 하며 일하는 것에는 크게 환상을 갖지 않지만, 고정적이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매 순간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디지털 노마드의 허와 실은 다른 훌륭한 칼럼들이 많으니 내가 쓰는 디지털 노마드 되기 시리즈에는 배제하겠다.


과거의 디지털 노마드는 시간과 장소의 자유만 허용하는 프리랜서와 좀 더 가깝게 호환될 수 있는 용어였다면, 최근에는 부를 만드는 주체로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고용 시스템인 9-6나 주 5일제 근무 형태를 고수하지 않고 원격 근무, 단기 계약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의 근무 형태는 그 물길을 트고 이미 거대한 흐름을 시작하였다. 




나의 홈오피스






서로 다른 

수평선의 세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노마드나 프리랜서들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짧게나마 해 봐서 환상이 없는 탓이기도 했고, 동료들과 안정된 회사가 있다는 소속감에 취해있었으며 그들의 자유로운 삶이 불안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성장 중인 플랫폼 스타트업이고 나는 이곳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이지만 꽤 준수한 연봉, 눈치 안 보고 쓰는 월차, (올해부터는 심지어 21개가 된다), 야근 없음, 친절하고 유쾌한 동료들, 대기업 출신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실력 있는 이사진, a부터 z까지 겪어본 다양한 업무 경험, 실제 서비스 론칭 경험, 5명이었던 멤버가 2년 사이에 100명, 내년에는 2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성장세, 초기 멤버로서 혜택으로 스톡옵션 및 약간의 지분까지 가지고 있으니 내가 회사를 떠날 이유는 사실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이 세계의 안정감이 나를 당긴다. 이곳은 안락하고, 재치 넘치며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중한 곳, 일상적인 관심과 물음들로 가득 찬 곳, 신뢰, 신의, 소속감 따위가 차지하고 있다. 편안하고 익숙하지만 나는 왜인지 순간순간 호흡이 답답하다.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작은 성과들을 맛보면서도 박탈감이 들었던 점은 내가 집단 속에서 나의 정체성과 자아감을 찾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유형이라는 점이다. 물론 나의 어떠한 면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면 함께 어울리고 웃고 떠들 수 있었고 이 순간들은 실제로도 즐겁고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나, 내가 집중하고 싶은 알맹이인 강한 에너지, 자극, 새로운 것, 시도와 도전, 공부와 열정,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시선, 안주하지 않고 꿈꾸고 싶은 미래, 희망. 이런 단어들로부터 자꾸만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안정과 도전, 이 두 세계의 화합과 공존은 어려운 것일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세계를 무너뜨려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알 속의 새처럼, 깨어 나와야 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디뎌야 한다.  







서른은 인생이 본격적으로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첫 번째 고개다. 스무 살엔 온 세상이 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고, 뭐든 내가 하면 이루어질 것 같은 치기 어린 젊음과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만 살면 ‘서른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뭐가 되어 있기는커녕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소심함과 좌절감, 그리고 두려움이 조금씩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경력은 쌓여가도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내게 맞는 일인지 여전히 확신은 없고, 치열하게 20대를 살았으면 이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 줄 법한데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일 것 같아 답답하고, 몇 번의 연애 실패로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도 두려워지며, 여전히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것 없는 일들 탓에 ‘어른’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서른엔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다 중 





내 마음을 읽는 시간, 정말 추천하는 책






주 4일제를 

해 보고 싶은데요.


일단 나는 회사와 협상을 시도해 보았다. 앞에도 썼듯이 이 회사의 제로 시절부터 쌓아 올려왔던 것이 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기에는 아깝긴 아까웠다. 꿈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책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바로 퇴사를 결정한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바로 지난주 금요일, 워킹 데이로 4일 전 이야기다. 아직 회사에서 공식적인 답은 없지만 최소한 나의 상사가 나를 이해한다고, 윗선에 다양한 근무방식에 대해 제안을 해보겠다고 말씀을 주셔서 "아, 역시.. 좋은 회사다"라고 생각했을 뿐.


그러나 아직 주 4일제나 원격 근무에 대해서는 국내 회사는 회의적인 입장일 것이다. 나 하나를 허용해주면 전사 시스템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렇지만 나의 결심, 주 4일제로 살아보는 방식 또한 어떻게든 테스트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결론은 '주 1회 월차 사용'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월차를 소진할 계획이다. 금, 토, 일요일의 나의 하루는 치열할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 *편의상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고, 시간의 자유를 얻는 것이 나의 목표* 가 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나는 반드시 치열해질 것을 다짐한다.



특이한 점은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결정한 후 삶에 더 활력이 생기고, 에너제틱 해졌다는 점이다. 상상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 더 큰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렵고 겁이 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행동과 지속 가능성. 작년 상반기부터 나에게 영감과 자극을 준 여러 유튜버 및 책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속할 것이다. 내가 꿈꾸고 이루고자 하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끌어오고, 실천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그 다짐과 시작에 대해 글을 남겨 보았다.

성공일까, 실패일까. 무엇이 되었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다리를 잇는 것은 '실천' 뿐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제가 책과 실천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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