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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Feb 27. 2020

퇴사 후 브이로그 찍으려구요

해 봐야지 아는 것들이 있다



주 4일제를 실천하는 

첫 번째 금요일


시스템 안에서 부를 창조하느냐, 부를 창조하는 시스템이 되느냐.

두 가지 모두를 테스트해 보고 있는 나.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최소한 10시간 이상을 '먹고살기 위해' 쓰고 있는데,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의 삶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안정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하루라도 빨리 자생의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를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 더 나아가 잘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 그 일을 찾기 위해서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미 퇴근 후 시간을 할애해서 나의 꿈을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긴 했지만 무엇인가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다.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연차를 소진해서 주 4일제 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글 참조)


오늘은 나를 위해 쓰는 3일의 시간, 그 첫 번째 금요일이다.


*내가 회사 사람들에게 주 4일제를 해 볼 거야,라고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주 4일제란 1주일에 4일을 일하고 3일은 자신의 시간을 갖는 근무 형태다. 그만큼 사람들이 주 5일제 근무 외에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또 다른 반응은, 그래 4일 일하고 3일 쉬면 정말 좋지.

3일을 쉬려고 주 4일제를 하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도 아마 그런 기조에서 탄생한 생활양식일 것이다. 나 또한 일 하는 시간과 하지 않는 시간은 구분되는 것이 건강한 생활 습관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는 '남의 일=현재 돈을 벌고 있는 일'을 하는 시간과 '내 일=앞으로 부가 창출될 수 있는 일'을 하는 시간으로 구별되어 있다. 즉, 회사에서 보내지 않는 나머지 시간을 모두 '내 일'을 하는데 집중해서 쓰고 싶고, 앞으로 '내 일'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의 흐름이 안정화된다면 당연히 퇴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남의 일과 내 일이 머릿속에 이분화되었다고 해서 남의 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없고 집단의 견해에 의해 처음의 뾰족했던 아이디어가 동글동글 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다양한 피드백과 의사 결정의 과정 속에서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개선되는 것에 대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니까. 


그렇다면 '내 일'이 안정화되면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정의하기는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책임이 나에게 있으며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나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주체성? ㅎㅎ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잘하는 것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은 평소 출근할 때 일어나는 시간인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독서하면서 시작하는 하루였는데, 역시 인간은 간사하다. 30분만 더 자고 8시에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8시 50분이 돼서야 눈을 뜨게 되었다. 첫날부터 이러면 안 되지!! 이불을 박차고 나와 평소 하던 모닝 루틴을(*이부자리 정리, 창문 열고 환기, 세수) 실천한 후 옷방이라 쓰고 골방이라고 말하는 나의 홈 데스크 자리 착석.


비핸스에서 간단하게 디자인 레퍼런스를 서칭 하면서 브이로그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켰다. 아니, 브이로그를 찍기 위해서 비핸스를 서칭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집 안에서 열심히 노는 나를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촬영한 후 오늘 오전에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에 일단 안도하였다. 


이 당시에 나는 '살림 브이로그'에 소위 말해 꽂혀 있었다. 열성을 다해 꾸민 우리 집 인테리어를 소개하고 미니멀리스트 살림 방식을 공유하며 청소나 정리 정돈 팁 공유, 식물 키우기, 그림 그리기나 꽃꽂이 같은 취미 생활, 집안에 대한 물건 리뷰, 그리고 프리랜서 일과까지. 브이로그로 표현해내고 싶은 나의 '살림 자아'가 "빨리 시도해봐! 해봐!"라고 소리쳤다. 


유튜버 '해그린 달'님이나 '슛뚜'님, '냥숲'님의 고퀄리티 브이로그 영상 또한 자극에 기폭제가 되어 주었다. 

이거 너무 재밌겠는걸? 나도 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렇게 해서 모은 풋티지가 영상 3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되었다.


위에 썼던 '
이렇게 해서 모은 풋티지가 영상 3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되었다.' 문장은 간단하지만 과정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무엇을 찍을지 생각하고, 카메라를 켜고, 삼각대를 세팅하고, 간단한 청소를 하고, 구도와 조명을 고려해서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사진과는 다르게 영상에는 행위자가 필요해서 일상을 연기까지 해야 했다. 구도나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했던 셀프 NG 처리하고 행위를 반복하고 또 반복. 말 그대로 일상적인 것들이 모두 콘텐츠의 재료가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도 "아, 이거 브이로그로 찍어볼까? 찍기 전에는 하지 말자!"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을 '촬영'때문에 미룬 적도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고충 맛보기 같은 것 






브이로그의 가장 기본 풋티지 : 커피 내려 마시기





잘 찍은 유튜브 영상만 봤을 때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상상과 리얼은 다르구나. 이 모든 것은 해 봐야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어디 촬영뿐이겠는가. 편집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고 상위 노출을 고려한 업로드를 위해서는 알고리즘이나 키워드 상위 노출 분석, 썸네일 잘 만드는 법, 채널 브랜딩까지 공부해야 할게 끝도 없다. 도대체 누가 요즘 유튜브를 개나 소나 한다는 소릴 하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어렵고, 그것을 지속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해 봐야지만 내가 그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실천의 본질은 이것이다. 

어떤 일을 잘한다는 근거를 타인이 아닌 나에게서 찾는 것.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이유도 이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내가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한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단한 법칙인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니.


이런 생각이 문득 스칠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반 고흐'를 떠올리게 된다. 평생 단 한 장의 그림을 팔지 못했음에도 그는 죽을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자신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그의 영혼은 행위를 통해 자신의 언어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친동생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에게 '그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듣지 못했음에도 자신만의 신념과 실천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완성시켰다. 

우리는 반 고흐의 시대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지치지 않으면, 포기하지만 않으면 좋아하는 일로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우리의 현재고 미래이다. 그 일을 찾기 위해서는 나에게 시간을 내어야 한다. 누군가의 성공한 결과나 보상이라는 이벤트에서 시선을 돌려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 한 사이클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아래는 내가 만든 5:49초짜리 프롤로그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하기로그라는 채널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하기로'라는 닉네임을 만들게 된 것도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전달하고 싶은 가치관인 '실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지금 쓰는 글과는 표현 방식과 톤 앤 매너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브이로그 

할 거야?


한 사이클을 돌아보고 나면 알 수 있다. 이 일에 대한 나의 열정과 지속 가능성의 정도를.
상상만으로 내린 결론이 아닌 실천을 통해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미련이나 망설임이 덜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보류'다. 사실 업로드도 안 했다. 프롤로그 영상을 실험해 볼 가치도 없다고 느낄 정도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 풋티지를 의무적으로 찍으면서도 종종 들었었던 생각. 내가 즐겨보는 영상의 장르가 정말 브이로그가 맞는가?  *여기서 내가 말하는 브이로그는 '감성 브이로그'만을 한정한다.

브이로그를 좋아하긴 하지만 브이로그 콘텐츠가 소비되는 목적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관의 결이 미묘하게 달랐다. 타겟층이 브이로그를 보는 목적은 안정과 위로, 휘게 감성, 따뜻한 느낌, 일상의 기쁨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일 텐데. 나는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천하세요! 같이 성장합시다, 여러분!"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장에 대한 욕구도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지만, 아직 내 영상이 어떤 결로 전달되어야 할지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또한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는 여타 콘텐츠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다. 지금 나는 당장 밥벌이 수단이 궁한데 유튜브로 생계를 대신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었다. 


많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 참에 아예 자기 계발 
콘텐츠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자기 계발 콘텐츠라면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공부하는 기분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 부분의 결과는 속편의 글에서 한 번 쓰도록 하겠다. 





지속가능성 테스트


1. 만들어보고 - 내가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GO (이때 판단의 기준은 철저하게 '나') -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양하게 테스트한다.

2.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 리소스를 낮춰서 테스트해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제한하고 아웃풋 내기)





"퇴사 후 브이로거가 되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나는 다시! 꼭! 브이로그에 도전할 것이다!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다리를 잇는 것은 '실천' 뿐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제가 책과 실천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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