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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Feb 28. 2020

이제 그만 헤어져요.고마웠고 미안했어요.

회사와의 이별



결국 퇴사를

결심하다


금요일마다 연차를 쓰며 주 4일 근무를 시작한 지 4주 차.(지난 글 참조)
회사일과 병행하면서 나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일을 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 이유는 회사 업무가 예전에 비해 타이트해져서 시간 조절이 어려워졌음이 첫째, 두 번째는 당장 하고 싶은 것들 브이로그? 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만 할애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무엇보다도 공부에 대한 열망, 인풋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하루 종일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의 모습에 닿기 위해 사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정리를 하자면 결국 시간 확보의 문제였다.




1. 회사일은 바쁘고

2. 나는 해 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고

3. 아웃풋만큼 인풋에도 집중하고 싶었다.  



 

1년의 시간.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다. 회사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기회만 되면 때려치우겠다는 목적으로 임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순간들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만 힘든 것 같은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때는 나 자신을 내려놓고 악착같이 회사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다.


오히려 '우리 회사는 회사계의 파라다이스'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서 약간의 주식 소유와 시리즈 B까지의 투자 유치 성공, 그리고 6명의 멤버가 100명 가까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극히 소중한 경험까지, 회사와 나는 함께 성장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자식같았던 작업물은 또 어떠한가. 1개의 기업 브랜딩과 3개의 서비스 브랜딩, 최근에는 중요도 높은 프로젝트의 ui/ux 개선 작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초기 멤버로서 애착 그리고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목도하고 있는데 퇴사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퇴사를 결심한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써볼까 한다. 이번 글에서는 퇴사 과정 그 자체,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놓쳤던 부분, 후회하는 부분, 아쉬웠던 점에 집중해서 써 보고자 한다.

회사에 정을 많이 준 사람들의 퇴사 결심에 이 글이 특별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퇴사를 선포하고 떠난 겨울여행





내가 생각했던

퇴사 절차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회사는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와는 다르게 각별한 정이 있었기에 동료와 임원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tf팀 모두에게 나의 퇴사 소식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상당히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들의 회유나 반응에 힘들게 결정한 퇴사 결심이 동요될까 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나는 팀장님에게 먼저 퇴사 선언을 하고 날짜를 확정한 뒤 동료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팀장님에게 퇴사 의사 알림 > 날짜 fix > 동료들에게 알림 > 나머지는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자


지금 생각해 보면 머리보다 가슴이 앞섰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취되어 현실적인 부분을 상당히 놓쳤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나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 또한 미리 알아보고 정리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회사에서 알아서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실제로 겪게 된 퇴사 절차는 이렇다.  






실제 퇴사 절차


팀장님에게 퇴사 의사 알림 > 6개월 휴직을 제안 받음 > 팀장님과 2개월 휴직으로 협의 > 날짜 fix > 동료들에게 휴직 사실 통보 > 퇴사로 입장 번복 > 인사팀 면담 > 퇴사 확정 > 날짜 번복



실제로 밟게 된 퇴사 절차는 이렇다.

휴직과 퇴사를 번복하는 과정 중에 나는 적잖은 상처를 받았고 나의 미숙한 행동에 대한 자책감에 이불 킥 차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생일대의 선택과 결정을 하고 있는 지금,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이 열정과 용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몰입되어 있었다. 타오르는 열망의 불꽃안에 드리워진 불안과 걱정의 그림자가 나를 잠식하기 전에 불꽃을 더욱 활활 태우는 것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할까. 이런 나의 상태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어렵게 했다.



내가 후회되는 부분은

첫째, 가까운 동료들에게는 나의 퇴사 계획을 알렸어야 했다. 날짜가 바뀌든, 휴직이 되든, 퇴사가 되든, 퇴사 계획이 아예 사라지든, 나의 계획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해 오해가 생겼다는 점에서 후회가 된다.

둘째, 사람들의 반응에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를 어떻게 응원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의 퇴사는 그저 퇴사일뿐, 나의 퇴사는 그들의 삶에서 나 자신이 느끼는 것만큼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셋째, 퇴사 사유에 대해 일관되게 말하지 못했다는 점. 퇴사 후 무엇을 할지 낱낱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사유'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애매한 답변은 애매한 추측을 낳을 뿐이다.


넷째, 회사에서 제시한 배려인 휴직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때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회사에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 쪽으로만 생각했는데 사실상 미래의 업무량이 어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월 휴직은 무언가를 도전해 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선택할 수 없는 기간이었던 점은 아쉽다.  


다섯째, 인사팀 면담을 퇴사 선포 전에 미리 했으면 더 빠르고 흔들리지 않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마음속에 퇴사가 결정되었다면 퇴사 절차, 남은 연차, 퇴직금 등을 hr팀에게 먼저 문의를 하고 관련 내용을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다.  




   


내가 퇴사를 다시 한다면


인사팀에게 퇴사 관련 모든 것을 문의 > 동료들에게 계획 공유 > 상사 면담 > 이성적인 판단 > 최종 결정 > 최종 공유




퇴사는 이별이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같이 부대끼며 공동의 비전과 이익을 실현했던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집단과의 이별. 집단을 떠난 내가 '전 회사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웃고 떠들지라도 그 느낌은 같은 소속이었을 때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것일 테다. 그때 그 순간, 그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회사 초기의 어수룩하고 황당무계한 끝도 없는 에피소드들, 완전하기보다 불완전해서 폭소가 터졌던 모든 것들이 코 끝에 찡 하고 내려앉았다 날아간다.  


내가 잘해줄게, 우리 더 잘해 보자며 내민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지는 못한다. 이 손을 잡는 즉시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찾아올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러나 나를 이루고 있는 제법 큰 파편이 이미 떨어져 나가고 있음을 생생히 느끼며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손을 놓는다. 단호하고 확고한 결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퇴사 마지막 날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상적인 삶을 이끌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고 부럽기까지 했으니까.


나는 분명 이 안락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겠지, 후회하는 순간도 오겠지. 그렇게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나는 또다시 깨닫겠지.
'그때 내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었어'라고.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행복하세요, 모두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회사원에서 기업가로, 나에게서 타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하기로의 블로그에 더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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