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대결
원래 이 글은 퇴사전 필요한 3가지를 주제로 쓴 글인데,
퇴사 3주차가 된 지금 글을 올리려고 보니
지금의 자아가 영 동의를 못하겠어서
주제를 바꿔 올립니다, 자아의 대결로 :)
퇴사를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일주일이라니.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남편도 나도 서로 놀랐다. 일주일동안 했던 일은 책 읽고,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책 읽고, 운동하고,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당장 필요한 것들을 검색해보고, 회사에서 필요한 퇴직 서류들을 정리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들이었다. 본격 '해 보고 싶은 일' 을 시작하기 전까지 워밍업을 하고 있는 중. 링컨이 그랬던가, 한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하는데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중 네시간을 도끼날을 가는데 쓸 것이라고!!
나는 책을 통해 마음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들어 계속해서 인생 책들을 만나고 있다. (나중에 소개할 예정)
마음의 토목공사를 잘 해야 실패의 순간이 와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고, 담담하게 성공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자유롭게 계속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으며, 정말 잘 지내고 있다.
아마 아직 일주일째라서 그럴 것이다. :) 헤헤.
*퇴사 후 3주차인 지금 이 글을 퇴고하고 있는데 참ㅋㅋㅋ 퇴사 직후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오직 이 시기에만 가능한 것임을 미리 알려둔다. '나는 할 수 있다!' 자기 최면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무장하지 않았으면 아마 사직서를 낼 수 조차 없었을 테니까.
결혼 1년차인 우리 부부는 스스로 정한 지출액에서 나머지 소득을 각출하고 남편이 이 각출분을 투자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는 당분간 소득이 없으니 투자 자금을 불입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내 몫의 저축 비용을 납입(?)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생활비까지 받아 쓴다는 것이 영 어색하고 탐탁지 않은 기분이었다.
눈치 안 보는 당당한 프로 퇴사러가 되기 위해 퇴직금과 퇴사 전 몇 달치 급여를 나의 남은 자산(수명)으로 산정하고 남편의 도움 없이 자생 가능한 기간을 산출했다. 생계 유지를 위한 금액 이외에도 고정적으로 매달 나가는 광열비, 관리비, 핸드폰 요금, 보험비,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용돈도 고려해야 했다. 수학 머리랑은 거리가 멀어서 한 땀 한 땀 성실하게 돈 계산을 열심히 했다. 계산 후 식은땀이 흐를 것인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될 것인지 조마조마하면서.ㅎㅎ
다행히 생각보다 더 여유있는 '무급 월'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안심하고 지내다가는 돈과 함께 소중한 시간도 달아나버릴 것이다.
*퇴사 후 3주차 : 아니다. 생각보다 돈이 더 든다. 예를 들면 4대 보험을 100프로 감당해야 하기에 내야 하는 보험료, 디자이너인 나의 경우 매달 결제되는 프로그램비, 이미지 스톡비, 교재비, 여기에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모임비나 세미나 참여비, 교육비 등 모든것이 다 돈구더기!!! 그저 한달치 생활비만을 계산하면 남은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한달치 생활비와 별도로 '투자비' 명목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수익이 창출되어야 절박해지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당연한 소리인데... 직접 경험을 해 봐야지만 그 사실을 뼈 속으로 깨닫는다.
수입이 발생하기 전까지 옷사기, 네일 아트는 안녕....
퇴사를 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인생의 보편적인 길과 일상적인 패턴을 일단 벗어났기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스멀스멀 독버섯처럼 피어오른다. 프로 퇴사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나에게 한 번쯤은 찾아오는 감정 기복이기 때문에 이것이 나만의 특별한 상황은 아님을 미리 인지해 두는 것이 좋다.
*퇴사 후 3주차 : 인지해 두는거랑 직접 겪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다ㅋㅋㅋ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하루하루, 매시간, 초단위로 감정 기복을 경험할 수 있다.
이직할 곳을 마련해 두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알아내고 그 일에서 작은 소득까지 발생시킨 후 퇴사를 하면 베스트 케이스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른 채로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 같은 시간 퇴근을 하고 노동하는 데 사용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에 8할 이상의 시간을 사용한다. 노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쓰는 시간 또한 사실은 노동 시간에 포함된다. 나를 위한 시간은 좀처럼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의 경우는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6개월, 퇴사 후 무엇을 하며 나답게 살 것인가 가능성을 찾는 데 6개월, 총 1년의 시간을 사용했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6개월의 시간을 단순히 '퇴사를 위한 퇴사'를 고민하는데 쓴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기간 동안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서 이직도 시도해 보았고, 현재 회사에서 더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충실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내가 사용한 자아 찾기 방법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기였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네가 정말 잘하는 일은 뭐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부족한 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떨어진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질문은 추상적이었지만 답은 명료하게 찾아보고, 여기서 나온 답들 중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실천했다.
"나는 집 꾸미는 것을 좋아해! 인테리어 관련된 회사로 이직을 시도해 보자."
"나는 말할 때 자신감이 좀 부족한 거 같아. 스피치 학원을 다녀보자."
"자존감이 정확히 무엇인지, 심리학 공부를 해보자."
"요가를 배워보자. 감사일기를 써 보자. 매일매일을 기록하자"
지금 현재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심리적인 원인부터 파악해 보아야 한다. 이 당시에는 자존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떨어져 있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인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몇 주 동안은 나만 생각하겠다!! 와 같은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닌, 나의 자아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명상과 마음 챙김 수련을 하길 권한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매몰되어 있는 상태라니... 나의 세계관에 1차 패러다임을 가져다준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다.
*퇴사 후 3주차 : 이 당시에 나는 고민과 실행의 테스트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지 2주만에 현실을 바로 깨닫게 된다. 내가 하는 고민들이 초점이 너무 '자아 찾기'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아를 찾는 과정은 좋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나의 스토리, 컨텐츠를 흥미롭게 하는 그것, 바로 '(작은) 성공'이 기반되지 않는 한 자존감은 안정적인 회사원 시절보다 더 쭈굴쭈굴 해 질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정말 필요한 준비물은 '할 수 있다고 믿는 자아'가 아닌, 퇴사 후 집중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수입처'와 그 소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수입'이다.
신기한 것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스피치 학원에서도 명상과 마음 챙김을 하길 권하셨다는 점이다. (커리큘럼이 그렇다) 나의 매몰된 생각과 정체모를 두려운 감정에서 벗어나 땅에 발을 붙이고 (그라운딩) '현존하기'를 배웠다. 여기서 알게 된 책이 '프레즌스'인데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 마인딩의 기본이 되는 책이다! 여전히 스피치는 나에게 어려운 과제지만 회사에서 제법 유용하게 써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실행하기만 하면 하나의 길이 열리고, 이 길이 또다시 다른 길로 나를 안내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면서 성장하는 나를 발견한다. '끌어당김 의 제1원칙,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라고 느꼈던 최초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이다.
내가 겪은 끌어당김의 법칙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한다 - 답을 실행한다 - 길이 열린다 - 또다시 다른 길이 열린다 - 시야가 확장되고 성장한다 - 자기 신뢰가 쌓인다 - 앞의 과정을 반복한다
*퇴사 후 3주차 : 인풋에 대한 끌어당김의 법칙을 경험했다. 이제는 아웃풋에 대한 끌어당김이 필요한 때다. 과정을 즐기면서, 그리고 인내하면서 아웃풋의 절대적인 볼륨을 만들어낸다면 언젠가는 그 순간들이 와 줄 것이라 믿는다! 나의 '과정'을 기록한 이 컨텐츠가 빛을 발하는 날은 내가 프리랜서로 당당히 자립했다는 글을 쓸 수 있는 그 시점이다.
앞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이직을 시도한 바 있다고 썼다. 그 이직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인테리어 하는 것을 좋아하고 꽤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차별화된 나의 강점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실패했기 때문에 대안이 없기도 했고 여기서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두 번째 방법, 기존 회사에 충실하기.
명상과 마음 챙김 수련, 감사일기와 왓칭 기법을 습관화한 후 당시 나는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정도로 감정과 업무 컨트롤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감사 일기란 매일 감사하는 일을 5가지 쓰기, 왓칭이란 감정을 떼어놓고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조망해서 바라보기를 말한다) 바이오리듬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 이대로 쭈욱 회사생활을 지속해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었고 업무나 인간 관계 스트레스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안정감은 오래가지는 않았다. 감사 일기와 왓칭의 부작용(?)은 더 큰 것이었다. 나는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자의적이고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에 감사 일기도 왓칭도 모두 그만두었다. 그때부터 스텝 투, 나는 과연 회사가 맞는 인간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퇴사 후 3주차 : 나의 전회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좋았을까? 나의 노력 대비 훨씬 많은 돈을 벌었던 바로 그 전회사.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미련이 더 많다더니 딱 그 꼴이다. 회사 생활이 제일 편합니다 여러분, 왠만하면 회사 생활에 적응하세요!!
BUT 하루 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서 몰입하는 삶. 몸과 마음은 고되긴하지만 9시간을 앉아있다는 사실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보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다행히 컨텐츠 만드는 일은 정말로 재미있다. 잘 하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ㅠ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회사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나의 강점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 틀 안이 아닌 틀 밖의 세상에 있는 것이라면?
인문계 고등학교, 4년제 대학, 취업, 결혼, 임신 준비까지. 참으로 나는 인생의 각 단계들을 별 의심 없이 잘도 밟아오고 있었다. 이 어려운 것들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달했던 곳의 내 처지와 나 자신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이 또한 책을 통해 답을 얻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돈 보다는 자유로운 시간이었고, 시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결정하고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삶이었음을. 그 좋은 회사를 왜 나는 만족하지 못하였나.
그것은 내 자리 하나조차 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축소된 자아에서 오는 불만족이었다. 적당한 일을 적당히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었다. 회사가 잘 풀려서 ipo나 m&a 까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과연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고 마음 깊이 인정해 줄 수 있었을까? 나 스스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견해 했을까?
이제 남들이 정해놓은 틀에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닌 틀 밖의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이 틀 밖을 벗어나기가 더욱더 어려울 것이리라. 책임과 의무는 증가하고 관성대로 적당히 살아갈 테니까.
해야만 하는 것들, 부족한 것들에만 초점을 맞춰 살아왔는데 잘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한 일이었다. 자꾸만 과거의 실패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은 정말로 작아보였고, 무수한 실패들은 산처럼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이미 끌어당김의 제1 법칙을 경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렴풋이나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천하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내가 정작 두려워했던 것은 나의 기질이었다. 나의 본성, 나의 성격인 '충동에 의한 결정'. 나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이 정체모를 에너지가 두려워졌다. 열정으로 불타오르면 쉽게 식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피아노, 배드민턴, 보드게임, 방탈출 (예..? 여기서 니들이 왜나와ㅋㅋㅋ) 등이 그러했다. 나는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는, 끝맺음과는 거리가 먼 인간형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심장은 날뛰고 있었다. 도파민이 미친 듯이 치솟았고 그것이 하루, 이틀로 그치는 것이 아닌 한 달, 두 달, 세 달 결국 퇴사 직전까지 아드레날린의 대분출이었다. 모닝콜이 울리면 어떻게든 더 자보려고 했던 나에게서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심봉사처럼 눈이 번쩍 번쩍 떠지는 나로 변화했고, 컨디션이 미친듯이 좋아서 업무도 일사천리.
정말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만끽했고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음에 감사했다.
2020년, 올 한해야말로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갔던 것처럼, 나도 그 눈부신 빛 속으로 한 걸음 내딛고야 말았다.
이제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상상의 세계에서가 아닌 실제로 도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일을. 그 일로 밥벌이를 하고, 그 일로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 바로 그 '일'을 말이다.
그 일을 어떻게 찾았는지는 다음 편에서 계속 :)
*퇴사 후 3주차 : 위의 당당한 내 자아가 쓴 글이 좋다.... 스스로의 결심을 곱씹어야지.
ps.
글쓰기에 영 소질이 없는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이 또한 끌어당김의 법칙 이리라!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면 언젠가, 어디선가 어떤 놀라운 기회가 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설령 나타나지 않더라도 내가 글을 써 내려갔고, 경험치가 +1 증가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퇴사 후 3주차 : 그래서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씁니다. :) 언젠가 저만의 스토리를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