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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Dec 10. 2023

노션은 만능이 아니다, 원씽메모

UIUX 디자이너가 메모앱을 만들게 된 이유

어우, 저 노션병 제대로 걸렸나 봐요.

이 글을 쓰는데도 슬러쉬부터 누르고 있다니... 

여하튼, 노션병 말기 환자가 도대체 왜? 메모앱을 만들게 되었는지 들어보세요.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은 노션 외에도 생산성을 높이는 노하우와 아카이빙 팁, 돈 없는 일개 디자이너가 발주를 하고 저비용과 운으로 프로덕트를 만든 과정, 첫 번째 프로덕트는 왜 망하는가 (중요)를 알게 되실 거예요. 





카톡에 보내놓고

절대 다시 안 보는 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7월 여름. 육아휴직도 끝났고 앞으로 뭐 해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던 으른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9-6의 출퇴근을 감행하며 육아를 할 자신은 없었기에, 아 그냥 창업을 하자 결심하게 됩니다. 아이가 없었던 때는 항상 선택지가 있었지만 선택지라는 게 사라지니 삶이 심플해졌어요.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그날부터 제 뇌는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샤워하면서, 잠을 자기 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디어나 글감이 어찌나 샘솟던지. 저는 어딘가에 이 생각들을 적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을 켜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절대 다시 안 보는 저도요. 이 문제를 나만 겪고 있나 싶어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그렇게 하고 있대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 한눈에 보기가 너무 어려운 기존 메모앱들.

> ios 앱의 제목 넣기와 내용이 보이지 않는 리스트 목록은 극! 혐! 기능도 투머치!!!

> 노션병 말기인 나조차 모바일 노션은 포기했다. 앱을 지워버리기 직전.




노션처럼 각 잡고 데스크에서 쓰는 노트가 아닌, 팟 하고 번쩍이는 아이디어나 모바일에서 보는 콘텐츠에 대한 감상, 생각을 기록하기 좋은 도구가 없었어요. 


모바일에 최적화된 빨리 쓰고 보기 쉬운, 가벼운 메모앱을 만들자. 

가설은 단순했어요.

메모를 작성한 후 폴더에 바로 넣는 ux 설계로 작성과 동시에 폴더 정리가 되게 한다. 그리고 폴더 별로 리스팅 해서 찾기 쉽고 보기 쉽게 한다.

uiux 심화를 더 쓰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ux 해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원씽메모 랜딩페이지 click 


폴더 (생각창고)를 생성하는 초기 기획



집 안의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찾았고, 가설도 있고, 비즈니스 모델도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탄탄하게 있었습니다. 생산성 앱이니 당연히 글로벌로 론칭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구독 모델을 붙여서 글로벌로 팔면 1만 다운로드에 얼마.. 시뮬레이션을 하는 중에는 이미 돈방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ㅋㅋ)


마침 집 안의 유동성도 넘쳐났습니다. 남편의 주식이 잘 나가고 있었어요. 남편아~ 돈 많이 벌었으면 그러지 말고 나한테 투자 좀 해줘. 떼 돈 벌어 갚을게. 


남편은 천만 원을 빌려주었고, 저는 정말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디자인은 일주일 만에 끝났고 완벽한 기획+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빠른 워터폴은 가설 검증 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2달 만에 2개! (모바일 앱과 pc 앱) 기적적인 속도로 론칭하게 해 줬어요. 물론 개발자님을 잘 만난 것도 신의 한 수였죠. 신난 마음과는 별개로 남편의 주식 거품은 빠른 속도로 꺼졌고, 유동성은 순식간에 안드로메다로 사라졌으며 저의 프로덕트도 시장 반응이 없었습니다.  





첫 번째 프로덕트는 

망한다

저는 2020년 퇴사 후에 저만의 길을 찾겠다고 수많은 삽질을 해 왔습니다. 제 삽질의 기록이 브런치예요. 이번에는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실패의 아픔을 맛봤죠. 2주 차의 지표를 보고 확신했습니다. 


pmf (product market fit)는 못 찾았고, 이 결과는 실패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개발자님께 죄송하다는 거였어요. 하루 12시간 이상씩 노고를 해 주셨기에 금전적으로도 더 큰 보상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되는구나. 후일을 약속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해요.. 지표가 실패를 그리고 있어서 더 이상 개발할 수가 없어요. 개발비도 없어요. 일단은 유지보수 비용만이라도 협의를 해봐요."


그렇게 원씽메모는 그 상태로 앱스토어의 무덤으로 직행하거나, 저의 계속될 도전의 여정 속에서 끼워 팔릴 아이템으로 남아있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아, 이것은 지금도 맞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아카이빙 앱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저와 개발자님의 관계는 발주자와 작업자 (=외주 관계)여서 심플하고 빨랐습니다. 작업 중간에 한 번 만나서 팀으로 같이 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 제안을 드리긴 했지만 프리랜서로 일 하는 게 좋다고 하셨었어요. 개발자님의 성향, 성격, 의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 짐작이 안되었습니다. 


"앞으로 개발 비용 안 주셔도 됩니다, 끝까지 만들어 봅시다."


와.. 이 말은 진짜 감동이었어요. 프리랜서 작업자가 비용을 안 받고 일을 한다는 게 잘 상상이 안되었거든요. 우리는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합을 맞추었고 신뢰가 쌓였으며 과정 자체를 즐기는 팀이 되었구나 - 즐거웠던 여정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원래 가장 풀고 싶어 했던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그 후로는 스프린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2주 단위로 적당량 (10/ 3 정도의 할당량)의 업무를 분배하고 꾸준히 배포해 왔습니다. 첫 시작은 단순한 아이디어 메모앱이었는데, 지금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아카이빙 앱으로 도약했어요. (완벽했던 첫 기획을 지금 보면 ㅋㅋㅋ;;)


콘텐츠 링크, 노션처럼 웹에 퍼블리싱하는 공유 기능, 캘린더, 더 편한 이미지 업로드 등. 처음 기획보다 500% 더 좋아졌어요. 이러다 노션이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푸하하하.  


물론 아직 해결해 가야 할 숙제는 산더미 같습니다. 

가설이 틀린 이유는 이 앱의 핵심 가치인 '폴더에 넣는 작업의 허들이 너무 높다'였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쓰던 거 쓰는 게 익숙하다', '브랜딩=마케팅이 안 되었다', '메모는 시장성이 없다=돈 주고 살 사람이 없다' 등이 있지만, 창업을 하고 배운 점은 이 모든 가설 실패 또한 명확한 확증이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짐작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래서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크로스 플랫폼, 

우리는 모바일계의 

노션이 되겠습니다. 

원씽 메모의 가장 큰 장점은 크로스 플랫폼 지원이에요. 물론 아직까지는 광고도 없는, 무료로 배포 중인 앱이란 것도 장점이겠고요. 안드로이드를 쓰든 ios를 쓰든, 맥을 쓰든 윈도우를 쓰든 모든 플랫폼에서 모바일 앱과 pc 앱이 호환됩니다. 


지표가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모바일 다운로드를 한 사람의 40%는 pc 앱을 다운하고 있어요. 높을 거라 예상했던 dau는 낮지만, mau는 24%라는 나쁘지 않은 숫자를 보여주고 있고요. 과연 우리가 시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aws가 1년은 무료라는 것에 무한히 감사함을 표하며 ㅎㅎㅎㅎ 여정을 걸어가 보겠습니다. +저는 요즘 프로젝트를 6개 정도를 돌리며 6잡 중인 것 같아요.


이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그날 끝내는 습관-!



*원씽메모 마케팅/소구 포인트 잡기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마케터 분 찾아요~ (제안하기로 제안해 주세요)






by hagiro _ 본질 강화 시스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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