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 ⑥
인터넷에는 사회불안을 소재로 한 유머 자료들이 많다. 전화벨이 울리면 ‘제발 받기 전에 전화가 끊기길’ 간절히 바란다. 2019년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서는 성인의 46.5%가 콜포비아(전화 공포증)이 있다고 답했다.(잡코리아, 2020) 그런가 하면 직원이 계산대에 있는데도 일부러 무인 계산대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 대면하는 게 두려워서다. 자신이 응한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자료들은 구글에서 ‘Introvert meme’(내향인 밈)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은 또 다른 내향성의 저주일까?
포비아(Phobia, 공포증)과 불안은 내성적인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외향인도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람 성격의 5가지 특성이 외향성, 신경성, 친화성, 개방성이라고 배웠다. 불안은 외향성-내향성보다는 신경성과 관계있다. 우리 뇌에서는 편도와 우측 전두엽이 이러한 부정적 감정에 관여한다. 편도는 부정적 자극에 반응하고 우측 전두엽은 부정적 감정을 억제한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편도는 활성화되나 우측 전두엽은 비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민감해지면서 억제는 못 하므로 부정적 자극이나 감정에 크게 반응한다.(대니얼 네틀, 2009)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만약에 실패하면 어쩌지?’ ‘표정을 보니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을 걸어야 할까?’ ‘말을 걸었다가 망신당하면 어떡하지?’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한 번 해보자.’ 긍정적인 사람은 어떻게든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 불안한 사람은 자신에게 계속 의문을 던진다.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고 다짐하면 ‘잘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데?’라고 반론한다. 낮은 자부심과 자아개념 불안은 ‘고 신경성’의 특징이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사는 건지 아닌지’ 항상 궁금하고 불안해한다.(대니얼 네틀, 2009)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사회 불안장애라고도 하는 사회공포증을 느낀다.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도 자신의 주장을 부정당하면 심적으로 괴롭다. 사람은 누구나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은 의견의 차이를 흔한 사회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불안을 겪는 사람은 타인에게 평가받고 비판받는 상황에 과도한 공포를 느낀다.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자신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에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비호감이며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면 겸손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며 손사래를 친다. 자존감이 높으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으로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사회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도 비슷하게 칭찬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별로이며 칭찬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받을 수도 없다. 상대방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해도 믿지 못한다. 불안이 극에 달하면 만성적 공허함과 자괴감을 느낀다. ‘나답게 잘살고 있다.’라는 확신과 느낌이 없으므로 목표가 불안정하고 삶이 괴롭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불안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불안하고 예민한 느낌은 불쑥 찾아오기는 해도 내향인에게는 익숙한 감정들이다. 그러나 불안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두렵고 대인기피 성향이 심하다면 일상생활이 고통이다. 게다가 사회불안이 심해지면 우울증을 동반한다. 에너지가 자신의 내면으로 집중되고 생각이 많은 내향인은 특히 헤어나오기 힘들다. 부정적인 자기 믿음이 굳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감기는 약을 먹어야 나을 때가 있고 주사를 맞아야 할 때가 있다. 지금 너무 힘들다면 괜찮지 않은 것이다. 그럴 때는 심리상담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어떤 사람은 심리상담을 이미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친구나 지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걱정을 덜어내는 일과 같다. 차이점은 지인이 아니라 더욱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이다. 약속한 시각에 문을 두드리고 안에 들어가면 된다. 그게 전부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심리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흠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사실은 마음이 아픈데도 도움을 거부하는 선택이 정신을 더욱 병들게 한다. 심리상담의 단점은 비용이다. 단 한 번의 상담으로 지금까지 앓던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주 2회 또는 주 1회씩 상담 빈도를 늘릴수록 개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상담 비용이 부담된다면 1회 또는 최소한의 상담만 받아도 괜찮다.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요즘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심리상담도 있어서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괜히 온 게 아닐까? 꼭 마음을 털어놓아야 할까?’ 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안락한 의자에 앉으면 된다. 몸을 이완한 상태에서 상담자의 질문에 대답한다. 상담자는 피상담자를 비판하기보다는 최대한 이해하려 한다. 그저 피상담자가 평소 어떤 생각으로 괴로운지 물어보고 듣는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잘못된 점은 의문을 제기한다. 왜 그런지 묻고 그러한 생각이 사실인지 피상담자 스스로 깨닫게 한다.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라면 상담을 추천한다.
말할 사람이나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면 자문자답으로 불안을 들여다보자. 현재 상황이 벅차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 해결의 여지가 있는가? 해결할 수 없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나 답을 구할 곳이 있는가? (없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런 식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자문자답의 과정에서 몰랐거나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
답을 안다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즉시 하는 편이 좋다. 고민하고 미루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불안감도 커진다. 생각이 많아지고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 주저하는 와중에 ‘거래처에 전화하기’ 같은 사소한 일도 거대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일을 작게 나누고 쪼개면 행동에 옮기기 쉽다. 부담스럽고 두려울수록 반걸음씩이라도 일보 전진할 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언제 이 일을 다 하나’ 불안해질 때 한 가지 일이라도 바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비상시를 대비한 구급함처럼 불안을 해소하는 마음의 구급함을 준비하자. 상자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 고양이, 강아지, 바깥 공기, 좋은 향기, 웃긴 자료, 동물 영상, 음악 등이다. 부정적인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한발 뒤로 물러나기 위한 도구다. 응급상황에는 잠시 눈을 돌려 딴짓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억지로 자리를 지키기보다 잠시 장소를 이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계를 넘으려 하지 말고 한계가 오기 전에 자신을 보호하자.
불안을 장점으로 활용하라. 과거 우리 조상들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죽음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포식 동물의 공격이나 무리생활로부터의 추방이 그러했다. 불안감을 잘 느끼는 신경증적 성향은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성향이 대인관계에 득이 되기도 한다.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상처받기가 두려운 마음에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쉽게 말을 놓지 않는다. 부탁을 받으면 빨리 해결하려 애쓴다. 메시지를 받으면 성의 있게 대답한다. ‘읽씹’을 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인사한다. 불안이 곧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는 본능인 셈이다. 불안함을 느낀다는 이유로 의도치 않게 호감을 얻을 수도 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삶을 더욱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에 한 행동으로 뜻하지 않게 친절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무조건 불안하고 아프고 힘들어도 버텨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는 극기가 언제나 미덕은 아니다. 불안, 공포,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도 치사량이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최후의 책임은 나에게 있음을 기억하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하자.
잡코리아. (2020). “전화보다 메신저가 편해요”. 잡코리아. URL : https://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8310&schCtgr=120001&schTxt=%EC%BD%9C%ED%8F%AC%EB%B9%84%EC%95%84&Page=1
대니얼 네틀. (2009). 성격의 탄생 –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pp.140-150). 와이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