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 ⑤
내향인에게 사랑과 연애는 인생 최대 난제다. 연애는커녕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피곤하다. 교류 자체가 적다 보니 연애 기회도 적다. 적나라한 예시가 있다. 독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격 유형에 따른 성생활을 묻는 조사를 했다. 내향적인 남성이 월평균 3회를 할 때 외향적인 남성은 평균 5.5회를 했다. 내향적인 여성이 평균 3.1회라면 외향적인 여성은 월평균 7.5회였다.(Ariel Schwartz, 2016) 성경험이 곧 연애를 뜻하지는 않는다.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핵심은 외향적인 사람이 사회적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가능성도 크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향성이 연애에 있어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어째서 연애가 이렇게 힘든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타인과의 교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연애를 떠나서 내향인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노출도가 적다. 겉보기에 멀쩡한데 연애를 못 한다고 “하자가 있냐?”는 질문을 듣는다면, 답은 이거다. ‘사회생활에 심각할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가 하자라면 하자이다. ‘활동적인 내향인’일수록 ‘정적인 내향인’보다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내면의 무의식이다.
정확히는 내면의 부정적 무의식이다. 연애와 이성에 대한 관념이 우리의 연애관에 항상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 관념은 과거 좋아하는 이성에게 냉정하게 거절당한 경험을 통해 생긴다.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 만으로 그가 상처받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그 예다. 물론 진실이 아니다. 길을 걷다가 매력적인 이성을 발견해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감히 내가?’ 하는 자기비하가 고개를 든다. 이러한 관념의 근원은 이성에게 거절당한 과거를 넘어 유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에릭 번이 주장하는 인생 각본이란 개념으로 알 수 있다.(에바 블로다레크, 2018)
‘나는 ∼해야 한다.’라고 어려서부터 형성된 생각이 인생 각본이다. 우리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 안에 힌트가 있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부모님의 관계가 이성에 대한 통념을 만들기도 한다. 형제나 친구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처럼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이 있다. 항상 부정적이고 감정적으로 대화하는 가족과 자라면서 ‘왜 같이 살까?’ 의문을 품는다. 부모의 부정적인 면을 보고 ‘나는 당신처럼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문제는 부모로부터 ‘남자/여자는 이렇다’라는 부정적인 관념을 형성하는 경우다.
억압된 무의식으로 살게 만든 부모님을 원망하라는 결론이 아니다. 잘못된 인생을 살았다는 뜻도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갈지 찾아내 생각을 바꾸는 게 목표다. 자신과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바꿔야 한다. 부모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때는 과거다. 이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사사건건 싸우고 갈등했던 부모님은 세상의 수십억 이성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어리고 연약했던 시절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성장한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지금은 부정적인 나의 무의식이 과거의 부모님을 대신한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연애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비판적 자아가 끊임없이 자신을 깎아내린다. 밖에 나가서 멋지고 아름다운 커플과 비교하면 자신이 초라해진다. 남자들은 잘생기고 키가 크고 멋있다. 아름다운 여자들은 나와 눈만 마주쳐도 불쾌해할 것 같다. 그들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부족한 나는 도무지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자신감을 잃은 사람은 겸손의 정도를 넘어 자신을 비하하기까지 한다. 상대방을 유혹하고 매력을 발산하기는커녕 자신을 모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종종 회사 일이 많고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따라서 연애하려면 먼저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언의 핵심은 회사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게 아니다. ‘원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까지 열심히 살라’는 말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단순히 성격 때문에 연애를 못 하는 게 아니다. 각자 처한 삶의 상황에 따라 해결 방법이 다르다. 내향인이라도 삶에 만족감과 자신감이 생기면 그만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생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반드시 지금보다 나아진다. 그 과정에서 연애도 성취하게 된다. 오히려 조심해야 할 것은 근본적 개선 없이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피상적 해결책에 매진했다. 수백만 원을 내고 깨달았다. 사람은 본질적 자신감이 없이는 연애가 어렵다. 내성적 성격을 고치기 위해 이미지 컨설팅을 신청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처럼 발음과 발성을 교정했다. 승무원 지망생처럼 몸가짐을 연습했다. 퍼스널 컬러 분석을 통해 가을 웜톤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큰돈을 내고 받은 컨설팅 기간이 끝나자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큰 규모의 수강생을 거느린 연애전문가들의 강의도 들었다. 길거리나 클럽에서 본 초면의 이성에게 말 거는 방법 등을 배웠다. 카드 고지서와 자괴감만 남았다. 내향성 돌연변이를 치유하고 외향인으로 진화하는 데 실패했다.
먼저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먼저다. 앞 장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자신감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은 실력향상이다. 소개를 받아보지 않겠냐는 말을 들어도 “지금은 만날 준비가 안 됐다.”라고 말한다. 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도 “지금은 연애할 마음이 없다.”라고 거짓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다’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나 비슷한 맥락이다. 차라리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하고 일에 매진하는 게 낫다. 마주한 문제에 전력을 다하고 성취해나가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연애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원하면 활동반경을 넓히자. 내성적인 사람은 코로나 19와 관계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모범시민이다. 주중에는 집-회사 왕복, 주말에는 집콕이었던 동선에 변화를 주자. 관심사와 성향에 맞는 모임에 나가보자. 어떤 모임이 맞는지 모르겠으면 천천히 체험해보자. 모임의 규모는 안정감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적당한 정도가 좋다. 주제는 취미 활동이나 재테크, 자기계발 등 본인의 관심사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주가 되는 활동에는 관심 없이 이성에만 관심 있는 사람은 티가 난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도 괜찮다. 절친한 친구라도 취미가 같지는 않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도 대부분 혼자 온다.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원하면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구애 중입니다. 사람을 소개해 주십시오.’라고 광고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은 당신이 솔로인지 기혼인지조차 모른다. 직장 동료가 솔로라면 주변인을 소개해 주거나 잡담을 하면서 당신이 솔로임을 자연스럽게 알리자. 소개팅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는다. 취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면 어필해보는 것도 좋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소개를 해주겠다고 나설 때가 있다. 이때는 일종의 성수기이다. 주변의 인맥과 당신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운마저 좋은 때이므로 기회를 거절하지 말자.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는 신중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이성에게 어필하기 부담스러운 내향인에게 온라인 세계는 한 줄기 빛이다. 단, 한 줄기 빛이란 표현처럼 내게 오는 빛의 양이 많지는 않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는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므로 여성회원을 둘러싼 경쟁이 극심하다. 또한, 서로가 사진과 실물의 차이에 실망할 수 있다. 일부 서비스의 경우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연동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지 실제로 만나서 ‘진짜’ 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현실의 부담감에 온라인에만 의존하면 정신적 감정 소모가 클 수 있다.
억지로 외향성을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자. 소셜 모임은 외향인 유저에게 특화된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내향인은 ‘업계 표준’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대규모 모임의 뒤풀이는 애초에 설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많은 인원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고함치듯 대화한다. 외부 자극에 민감한 내향인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듣기 바쁘다. 게다가 작은 목소리 때문에 남이 듣지도 못한다. 모임에서 소외된 내향인을 위한 확성기와 보청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외향인 특화형 모임에 갔다가 패배한 기분을 느낄 필요가 없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모임은 재미는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산적 소굴보다는 훨씬 낫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연애가 힘들 거라고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내향성과 외향성과 관계없이 어려운 일이다. 인생을 더욱 즐겁게 살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먹자. 아직 연애할 준비가 안 됐다면 당장 급한 일부터 열심히 하자.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매력 있다. 자연스러운 방식이든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든 자신 있게 사랑하자.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할 권리가 있다. 자신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먼저 스스로 인정하자. 그러면 자신감도 생기고 타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도 넓힐 수 있다.
Ariel Schwartz. (2016.02.16.). A personality psychologist details the differences between introverts and extroverts — including how often they have sex. BUSINESS INSIDER. URL : https://www.businessinsider.com/difference-in-the-amount-of-sex-of-extroverts-and-introverts-2016-2
에바 블로다레크. (2018).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pp.109).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