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평범한 일상에 의미 부여하기

수필이란 무엇인가. 이정림, <수필 쓰기> 북리뷰

by 정어리

우리 모두 평생 수필을 쓰는 점잖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자.

- 이정림의 <수필 쓰기>를 읽고.




한줄평 : 작고 평범한 일상도 수필로 남기면 의미를 부여받는다.




서지정보

- 지은이 : 이정림

- 제목 : 수필 쓰기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출간연도 : 2020년(개정판)

- 페이지 : 168쪽







저자 소개

2020년 출간이라면 요즘 SNS에서 인기 좀 있는 젊은 에세이 작가님의 글쓰기 책이겠군요?

이렇게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요즘은 작고 예쁜 책이 끌리는데 이 책을 [F-10-4] 서가 국어/한문 > (2) 글쓰기 코너에서 꺼내서 계산할때 까지도 (이런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어리거나 내 또래' 작가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은이는 이정림 선생님으로 무려 32년째 수필 강의를 해오고 있는 계간 에세이21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나이가 아닌 강의 경력이 한 사람 몫의 나이에 맞먹으니 작가의 내공을 추측할 수 있다. <수필 쓰기>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엑기스를 모아 끓이고 달인 개정 증보판이다.




수필은 당신이 생각하는 신변잡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은 블로그나 SNS에 쓰는 짧은 글이 수필이라 생각하는 독자들이다. 수필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이 말의 뜻은 아무 글이나 한바닥 쓰면 수필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필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필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신을 찾고 거기에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인생을 재발견하는 문학이다.

이정림, <수필 쓰기>. p.7. (2020). 알에이치코리아



도대체 수필이란 무엇인가?

수필은 곧 수필을 쓰는 사람 자신의 삶이다. 허구가 아닌 사실이다. 사실에 나의 정서와 감수성을 입힌 사실이다. 감수성을 입히되 거짓된 감성으로 꾸미지 않은 본질이다. 정서가 들어가 있지만 절제와 함축, 비유와 여운이 있어 문예적이다.수필은 화장으로 치면 스킨 로션에 선크림 정도만 바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절제하고 소박하고 평이하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 절제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기쁘거나 화가나도 은근해야 한다. 끝까지 읽고 나면 그제서야 '아' 하고 깨닫는 주제가 있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도 이와 같이 수필 형식으로 한 편 쓸 수 있다면 흙먼지를 털어낸 보석처럼 반짝 하고 빛이 난다. 여기까지가 이 책에서 작가가 알려주는 수필의 핵심이다.



작고 얇지만 알찬 수필의 정석

수필에 대한 기본 지식, 좋은 수필의 6가지 조건, 수필 쓰는 방법, 부록으로는 글쓰기의 기초가 있다.

얇은 158페이지 짜리 글에 중간 중간 김치속처럼 좋은 수필을 토막글로 넣어놓았는데 글이 감칠맛이 난다.


저자는 좋은 수필을 쓰려면 좋은 수필을 많이 읽어보라고 하기에 이 책에 있는 예문을 읽으면 공부도 되고 보람도 있다. 글 잘쓰는 방법을 요약하자면 '일단 써라'이지만 이것은 어떤 책을 읽어도 하나로 귀결되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그때마다 용기를 얻고 무엇이든 일단 써보려고 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인생의 문학, 수필

책에서 말하는 수필의 정의란 결국 '삶의 의미화'이다. 퇴근해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저녁밥을 짓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털썩 앉아서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일상은 평범하다. 수필을 쓰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평범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부여할 수 있다. 수필을 쓰며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삶을 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삶의 무의미함과 공허함을 줄이고 인생을 곱씹어볼 수 있는 일이 수필 쓰기다. 즉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만두기는 곤란하다. 글쓰는 사람이 수필을 그만둔다는 건 곧 자신이 사는 의미를 찾는 일을 관둔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서두에 '우리 모두 평생 수필을 쓰는 점잖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자.'라고 쓴 이유는 죽을 때까지 즐겁게 의미를 찾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