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선,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리뷰
브랜딩이 정확히 뭔지 모르는 실무자와 관리자와 임원이 용역을 맡기기 전 필독해야 할 책
· 지은이 : 박창선
· 제목 :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 부제 :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 출판사 : 미래의 창
· 출간 연도 : 2020년
· 페이지 : 335쪽
자신을 '대충 말해도 착착 알아듣는 디자인 스튜디오 애프터모멘트 대표'라고 소개한다. 클래스101, 딜로이트, CJ 온스타일 등 다양한 회사의 소개서 및 홈페이지 텍스트 작업을 진행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벌써 4권의 책을 낸 다작러이기도 하다. 「기분벗고 주무시죠(웨일북)」,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RHK)」,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부키)」, 이 책이 그 네 권 중에 한 권이다. '박창선의 브런치'(https://brunch.co.kr/@roysday)를 운영하고 있다.
정말이지 책 제목이 90%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대표님과 회의할 만큼 직급이 높지 않다. 대신에 다른 회사에서 보통 '부장님'이라 부르는 우리 실장님이 브랜딩 저널리즘을 디벨롭해보라고 말씀하신 게 화근이었다. 브랜딩 저널리즘은 쉽게 말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잡지 기사처럼 전달하는 콘텐츠 마케팅이다. 국내 기업 중에 신세계가 '신세계 인사이드'라는 홈페이지에서 신세계를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뉴스룸'을 잘 운영하기로 유명하다. 우리 회사도 그런 걸 해야 한다.
'그런 게' 뭐지.. 가만 생각해보니 브랜딩을 운운하기 전에 우리 회사에 브랜드란 게 있나?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많으면 서너 번 아이쇼핑하러 가는 교보문고 마케팅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이 책 제목이 아른거렸다.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후배에게 이번 주말에 당장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말했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돌아오는 화요일에 분명히 지난주 안건을 '디벨롭'했냐는 질문을 받을 게 눈에 선하다.
내게는 이 책이 아스트라제네카이자 모더나요, 화이자다.
1장 <마음을 보다>에서는 브랜딩이 무엇인지, 브랜딩 회의를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브랜딩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2장 <전체를 보다>에서는 브랜딩을 잘하기 위해 파악해야 할 우리 회사, 우리 팀, 회사에 대한 애정 등을 짚어본다. 3장 <업무를 보다>에서는 브랜딩 업무를 하다 보면 한 번쯤 해야 하는 PPT, 캐릭터, 디자인, 매출과의 관계, CS, 언어와 이미지 사용, 온라인 브랜딩을 배워본다. 4장 <바깥을 보다>에서는 업종에 따른 브랜드 행사, 매장, 채용과 면접, 영업, 굿즈 제작 등의 일을 할 때 어떻게 브랜딩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소비자는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산물인 '브랜드'를 경험한다. 실은 브랜드가 존재하기 이전에 회사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다. 회사의 문화, 분위기, 언어가 브랜드보다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 브랜딩은 회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을 의미한다. 무엇을 지향하는가? 브랜딩은 갑자기 로고를 만들고 무언가를 선포하는 게 아니다. 브랜딩은 공기청정기나 정수기의 필터처럼 기존에 하는 일 중에서 '우리 다운 색깔'에 맞게 바꾸고 아닌 건 버리는 일이다. 우리 답게 기존 업무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고객이 누구고 제품과 서비스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브랜딩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브랜딩이라고 해서 특별한 '다른 업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을 '우리의 색깔'에 맞게 바꾸는 것이죠."
박창선,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2020, 미래의창, p.27
책의 수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느라 형광펜으로 종이를 염색하다시피 했다. 그중에서도 좋았던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이런 제품을 누가 쓸까', '이런 콘텐츠를 누가 볼까?' '누가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질까?'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나로서는 회사가 팔려는 상품이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 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팩트 폭력'이었다. 무엇을 하든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거라는 패배 인식을 브랜딩을 하려는 홍보부서 직원이라면 머릿속에서 깨끗이 부정적인 생각을 지워야 한다. 한 번 닦고 다목적 세정제를 다시 뿌려서 흔적을 없애야 한다. "내가 써봤는데 이거 진짜 좋다. 나를 믿고 써봐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브랜딩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구글에서 온갖 화려한 브랜딩 성공사례를 찾아보고 "우리도 (구글/디즈니/넷플릭스/배달의 민족)처럼 이런 걸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 브랜딩 실패 사례는 없고 레전드 성공 사례만 봤을 때 빠질 수 있는 평균의 함정이다. 이러면 눈이 너무 높아진다. 당장 그럴싸한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 올리려고 하면 갑자기 실리콘 밸리에서 대한민국의 한 사무실 책상 앞의 현실로 복귀한다. 당장 브랜딩을 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 구성원의 역량, 업무분장, 일하는 방식 등과 같은 실무적 문제를 분석하는 일이다. 그렇다. 브랜딩 실무자는 혼자 글로벌 마케터를 꿈꾸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브랜딩 이야기를 꺼냈을 때 "브랜딩 그거 로고 만드는 거 아니냐?" 하는 선후배와 관리자를 이해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장기하 - 거절할 거야> 노래 가사를 개사하면 "아무리 네 얼굴이 어두워져도 브랜딩에 맞지 않으면 거절할 거야"라고 말해야 한다. 저자는 브랜딩은 '필터링'이라고 표현한다. 브랜딩에 맞지 않으면 타 부서에서 하는 일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줄 알아야 한다. 유튜브 영상을 올려달라면서 눈앞에 별이 보이는 얼토당토않은 썸네일과 내용을 받으면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브랜드 컨셉에 맞지 않는 모든 걸 쳐내려면 그 근거로서 브랜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브랜드에 맞지 않으므로 거절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글, 이미지, 이미지 색상, 유튜브 썸네일, 영상 콘텐츠, SNS에 올리는 모든 것, 홈페이지 어투, 고객에게 응대하는 태도, 심지어 채용 시즌에 구직자를 대하는 태도마저 포함된다. 모든 게 브랜딩이다. 어느 하나 브랜딩이 아닌 게 없기 때문에 브랜딩을 잘하기란 이렇게나 어렵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정확히 뭔지 모르면 먼저 개념을 알아야 한다. 개그맨 이경규가 말했듯이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 브랜딩 회의에 들어가는 모든 직원과 보고하는 직원, 보고받는 관리자까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브랜딩을 모호하게 정의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로고, 홈페이지 같은 시각적 결과물만으로 용역을 따내는 업자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용역 발주 전에 이 책을 먼저 읽는 것만으로도 수천 만 원 이상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글을 쓰고 나라장터에 접속해서 브랜드 용역 계약 체결 금액을 검색해보았다. 과연 작게는 천만 원에서 많게는 삼사 천만 원 이상이다. 브랜드 개발, 브랜딩 전략 수립에 큰돈을 지출하기 전에 방향을 잡으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의 출판사와 저자로부터 아무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15,000원을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