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맞는 떠남과 머무름

<<여행의 취향>> 중에서

by sari 고나희


떠나기를 반복했던 것처럼 돌아오기를 계속했다. 떠나기를 즐겼던 만큼 돌아오기를 즐겼다. 어떤 여행에나 시작과 함께 끝이 있었고, 여행의 끝은 집으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새로운 여행지,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고, 떠나서 즐기는 삶의 기쁨은 매 순간 컸다. 생경하고 낯선 분위기와 문화, 공간 그리고 사람과 인연 맺고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삶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삶에는 지치고 피로한 순간이 있다. 나의 삶에도 그런 시간은 어김없이, 불현듯, 거침없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그 시간에서 벗어나고자 ‘떠남’계획했다. 이곳 아닌 어딘가를 찾아. 지금보다 나은 곳, 누군가, 무엇을 찾아.


그러나 어딘가로 떠났다가 본래 머물던 장소로 돌아왔을 때의 반가움과 익숙함은 꽤 컸다. 새롭고 낯선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즐기는 즐거움 외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또 다른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며 기대했던 것처럼 한 방향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내게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무엇’이 아니었다. 살아가는 여행(일상)과 떠나는 여행, 두 여행은 중복되고 교차했다. 두 여행은 결국 나의 삶을 이루는 한 흐름이었으므로.


늘 떠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떠남 이외의 시간이 내 삶에 있었고, 떠남만을 즐긴다면 내게 허비할 시간은 너무 많았다. 반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신선함도 주었지만, 낯선 여행에서 이방인으로만 있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나는 여행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었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으로, 여행을 일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평범함과는 거리를 조금 둔 조금은 새로운 일상, 새로운 곳이지만 편안함과 익숙함도 느낄 수 있는 여행.


그러기 위해 익숙하고 낯익은 것을 낯설고 특별하게, 낯선 것을 가깝고 편안하게 대하고자 노력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한편, 나와 다른 타자에 관심 가졌다. 그러자 나의 일상은 여행을 닮아갔고, 나의 여행은 일상을 닮게 되었다. 언제나 바라는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신선하면서도 편안한 시간을 찾기 위한 여행과 일상에는 언제나 나의 ‘취향’이 함께 해왔다. 여행의 취향. 내게 여행과 일상 나아가 이를 모두 포괄한 삶이란 결국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로였던 거 같다. 그 누구보다 어떤 다른 이보다 알기 어렵지만, 알아가는 게 중요한 존재인 ‘나’ 자신.


일상의 여행과 여행의 일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 어떤 멋진 공간, 장면, 누군가보다 나 자신이었다. 내가 어떤 이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등. 여행은 나의 취향을 보다 분명하게 하고 또렷이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나의 취향을, 나를 알아가기 위해 그렇게 떠나고 머무르기를 반복했나 보다.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떠나고 머무르기를 반복하겠지. 이 책은 취향에 맞는 떠남과 머무름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