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취향>> 중에서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동행자가 여행의 형태나 방법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크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홀로,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다양한 방법과 형태의 여행이 있다. 누구나 각자 선호하는 여행이 있고 가장 잘 맞는 동행자가 있을 텐데, 나는 나와 하는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함께하는 여행도 즐겁지만 홀로 하는 여행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게 된 후로는 가장 좋아하는 여행 형태로 나홀로 여행을 꼽는다.
먼저 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불현듯 길을 나설 수 있다. 누군가와 여행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건 홀가분한 일이다. 지금 막 떠나야 하는데, 지금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다른 이와 일정을 맞추는 게 어려워 여행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한지. 나홀로 여행에는 원하는 때 훌쩍 가뿐하게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걸 눈치 보지 않고 누군가와 조율하지 않고 맘껏 할 수 있다는 것도 나홀로 여행의 이점이다. 하루를 통째로 궁궐이나 박물관에서 보낼 수도 있고, 장기 여행에 지칠 때는 그저 온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쉴 수도 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아도 되고, 길을 걷다 만난 멋진 풍광 앞에서 사진 100장을 찍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어렵게 시간 낸 여행에서 동행자를 의식해서 꼭 하고 싶은 일이나 가고 싶은 곳의 일정을 포기하거나 조율하는 일은 꽤 큰 희생이고 손해다.
나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다양한 여행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나홀로 여행이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혼자 떠난다는 건 언뜻 모순적인 것 같지만 나홀로 여행에서는 동행자와 함께할 때보다 많은 인연과 만날 수 있다. 나는 나홀로 여행을 무척 즐기지만, 내가 여행지에서 혼자였던 순간은 거의 없다. 온전히 혼자인 순간은 내가 원할 때였고, 여행 중 원치 않는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여행지에서 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나홀로 여행자는 동행자가 있는 여행자보다 쉽게 여행 친구를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쉽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어 해도, 내게 동행자가 있다면 그사이의 친밀감을 뚫고 다가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나 역시 동행자가 있으면 동행자 외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
나홀로 여행은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며 나와의 시간을 깊게 오래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어려운데, 자신이라는 존재는 익숙한 것 같지만 자기 본연의 특징이나 성향을 자신에게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드러내더라도 그걸 인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홀로 보고 느끼고 결정하며 행동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본연의 성격, 취향, 사고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나홀로 여행의 장점 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홀로 여행이 일상여행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혼자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고 차 마시고 출근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들에 있어 다른 이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물론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상이 이러한데 여행은 꼭 누군가와 함께해야 할까? 나는 그저 나와 함께 해보는 자연스러운 경험이 좋아 홀로 여행을 즐긴다. 즐거운 시간 안에 온전히 나를 담아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