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1편 - 프롤로그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서문


이 이야기는 자신의 작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절망과 맞서야 했던 한 청년의 기록입니다.

누군가에게 '집'은 당연한 안식처이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그것은 평생의 땀과 부모님의 노후, 때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닿을 수 있는 위태로운 꿈이 되었습니다. 꿈의 무게가 버거울수록 사람들은 사소한 희망에 더 쉽게 기대게 됩니다.


이 소설은 그 희망이 어떻게 무너지고, 한 인간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를 담담히 좇아갑니다. 그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의 진짜 무게와,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연대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지우'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프롤로그: 소박한 꿈의 시작


지우는 오래된 고시원 창문을 열었다. 희뿌연 미세먼지 속에 갇힌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라면 국물과 축축한 콘크리트가 뒤섞인 냄새, 어두침침한 복도를 비추는 낡은 형광등의 '웅-' 하는 소리. 2.5평 남짓한 이 공간에 갇힌 지난 5년. 지우는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뉴스에서는 연일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떠들어댔다. '누가 저렇게 집을 사 올리는 걸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평생 벌어도 저런 곳엔 발도 못 들이겠구나.' 지우에게 '내 집 마련'은 이미 포기한 꿈이었다. 그저 지금 사는 고시원보다 조금 더 넓은, 온전한 '내 공간'을 갖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다.


손에 쥔 통장에는 지난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가게를 정리하며 손에 쥔 퇴직금 일부와, 자신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와 직장 생활을 하며 피땀으로 모은 돈. 1억 5천만 원. 지우의 전 재산이자, 그의 세상 전부였다. 그에게 이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간절한 '희망의 무게'였다.


"이 돈이면 충분해요, 선배."


지우는 전화 너머의 선배 재민에게 말했다. 몇 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는 재민은 유난히 밝고 힘찬 목소리로 지우를 맞이했다.


"진짜 좋은 매물 하나 잡았어. 신축 빌라인데, 위치도 괜찮고 전세가도 잘 나왔어. 이 정도면 네가 그동안 꿈꿨던 집이랑 딱 맞을 거야. 이제 너도 사람답게 살아야지. 요즘 같은 시국에 이만한 전세 구하기 힘들어."


전화를 끊고 잠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다른 친구인 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몇 년 전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 갭투자에 뛰어들었던 민혁은 주변에서 가장 성공한 친구로 통했다.


"야, 지우. 너 아직도 그러고 있냐? 뉴스 안 봐? 지금 현금 들고 있는 놈이 제일 바보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받고 아파트 한 채라도 더 사야지! 빌라 전세? 야, 그런 위험한 걸 왜 들어가냐. 근본은 아파트야, 아파트!"


수화기 너머로 민혁의 수입 외제차 배기음이 웅웅거렸다. 지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민혁의 세상과 자신의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자신에게 1억 5천은 전 재산이었지만, 민혁에게는 아파트 계약금의 일부일 뿐이었다.


며칠 후, 재민의 사무실에서 본 집은 정말 꿈에 그리던 모습이었다. 채광 좋은 넓은 창, 깔끔한 인테리어, 작은 베란다까지. 반려묘 '솜이'가 햇살 아래 뒹굴며 뛰어놀 공간을 상상하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민혁의 조언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우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재민은 능숙하게 서류들을 보여주며 지우를 안심시켰다.


"봐. 등기부등본 깨끗하고, 집주인 신원도 내가 다 확인했어. 걱정 말고 사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