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2편 - Part4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4장. 익명의 빛과 외장하드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외장하드를 곧바로 디지털 포렌식팀에 넘겼다. 후배는 외장하드를 노트북에 연결하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선배, 이거 단순한 데이터 덩어리가 아니네요. 악의로 가득 찬 미로예요. 전부 암호화되어 있어서." 그의 말은 내 예상과 일치했다. 그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아주 치밀하게 발악했던 것이다. 며칠 밤낮으로 후배와 나는 외장하드와 씨름했다. 포렌식실의 희미한 LED 조명 아래, 모니터가 내뿜는 냉한 빛만이 우리의 얼굴을 비추었다. 서버의 쿨링팬 소음이 밤의 정적을 깔끔히 절단했고, 키보드 타건음과 쓴 커피 냄새, 그리고 담배 연기만이 새벽의 공기를 채웠다.


눈은 카페인 과다로 타들어 가는 것처럼 따가웠고,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끝은 저려왔다. 심장은 불규칙하게 두근거렸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번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5년 전의 악몽이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5년 전, 가을]


나는 한밤중의 주차장에서 내부 고발자를 기다렸다. 그는 거대 건설사의 비리 증거를 담은 결정적인 자료를 들고 오기로 되어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나를 비추고, 나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나타나 그를 덮쳤다. 눈앞에서 증거가 담긴 서류 가방을 빼앗겼다. 나는 소리쳤지만, 그들은 내 존재를 무시한 채 유유히 사라졌다. 다음 날, 나는 이 사건을 보도하려 했지만, 편집국장은 싸늘하게 말했다. "박 기자, 그 기사는 묻어. 위에서 압력이 들어왔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 나의 용기는 짓밟혔고, 언론의 본분은 침묵 속에 갇혔다.


그날 밤, 한 피해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님, 저…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울먹이는 목소리에는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이 서려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무능함이 수화기 너머의 절규를 외면했다. 그 밤의 전화벨 소리와 울먹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현재]

그리고 마침내, 새벽 3시쯤이었을까. 후배가 "선배!" 하고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후배의 화면에는 수많은 코인 전송 기록, 다수의 가짜 법인, 차명 계좌 목록이 흐릿하게 떠 있었다. 우리가 몇십만 개의 해시값을 대조하고, 무차별 대입 스크립트를 수없이 돌려 얻어낸 결과였다.


"선배… 이거, 그냥 단순한 부동산 사기가 아닙니다. 이건…" 후배의 목소리가 굳어 있었다.

"뭐가 보여?"

"정치 돈 냄새요."


그 순간, 후배의 화면 속 커서가 깜빡이며 멈췄다.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단어로 수렴하는 듯, 스크린 한가운데에 단 세 글자가 검은 화면을 가르며 선명하게 떠올랐다—유성개발.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다섯 해 전, 같은 새벽에 마주했던 그 허망한 무력감이 떠올랐다. 5년 동안 풀리지 않던 거대한 그림의 마지막 조각을 찾은 기분이었다. 머릿속의 모든 퍼즐 조각이 한순간에 맞춰지는 소리였다.


'유성개발'.


그것은 내가 전세 사기와는 별개로, 여당의 실세인 권 의원의 비자금을 추적하며 찾아냈던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이었다. 나는 빌라왕이 던진 먹잇감을 좇아 작은 사건을 파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5년 전 놓쳤던, 거대한 정치 비리라는 몸통에 연결된 꼬리였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촘촘하게 짜인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5년 전의 실패가 내 가슴에 짓눌러왔던 무게가,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냈다. 나는 숨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다. 이제 시작이었다. 내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의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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