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2편 - Part6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3부: 불완전한 정의

6장. 멈출 수 없는 정의감


나는 5년 전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때 놓쳐버렸던 그 거대한 시스템의 실체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단순히 금융 사기 사건인 줄 알았던 것이, 권 의원의 비자금과 얽힌 거대한 정치 비리였다는 사실에 나는 전율했다. 쿵, 쿵, 쿵. 심장이 두근대는 리듬이 마치 폭발 직전의 증기 기관차 같았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곧바로 데스크에 달려가 이 모든 것을 보고했다.


팀장은 내 얼굴을 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빛에는 기대와 동시에 불안이 서려 있었다. 탁자 위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힐끗 전화기를 보더니, 애써 모른 척하며 굳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박 기자, 이거 잘못 건드리면 우리 회사 문 닫을 수도 있어. 정말 확실한가?” 그의 질문에는 책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5년 전의 회상]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새벽까지 이어진 밤샘 취재, 편집국 복도에 켜져 있던 차가운 형광등 불빛. 내 코끝에는 여전히 눅진한 커피 냄새가 맴도는 듯했다. 그때 나를 믿었던 동료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했다. "미안하다. 우리 가족까지 위험해져." 그의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나는 자책했다. 한 발만 더 나아갔다면, 내가 더 용감했다면…


그날 밤, 한 피해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님, 저…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울먹이는 목소리에는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이 서려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무능함이 수화기 너머의 절규를 외면했다. 그 밤의 전화벨 소리와 울먹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현재]


그때였다. 편집국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권 의원 측 보좌관이 '정중하게' 안부를 물어왔다는, 사실상의 압박이었다. "우리 의원님이 박 기자님을 늘 높이 평가하십니다. 젊은 기자가 이렇게까지 파고들다니, 참 대단하다고 하시더군요." 칭찬 뒤에 숨겨진 차가운 경고. 보이지 않는 손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그 뒤로 편집국 주변에 나타난 낯선 검은색 세단, 내 이메일을 향한 해킹 시도, 그리고 핵심 광고주의 철회 소식까지. 그들은 우리의 심장을 옥죄어 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잠시 멈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내 안의 정의감은 끓는점 직전의 물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나는 5년 전의 나와, 그리고 절망 속에 갇혀 있던 지우와 그의 고양이 '햇살가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작은 생명이 내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울었다. 그들의 잃어버린 꿈의 무게가, 나에게는 이 모든 압박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편집부 회의실의 공기는 팽팽했다.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빛이 모두의 굳은 얼굴을 비췄다. 팀장은 담배를 연달아 피워댔고, 후배 기자는 손톱을 깨물며 키보드 소리에 귀 기울였다. 나는 식어가는 종이컵 커피의 쓴 냄새를 맡으며, 내 안의 분노를 차분히 가라앉히려 애썼다. 이 모든 긴장과 불안이, 내가 써 내려갈 기사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치열한 내적 토론이 벌어졌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팀장의 말이 현실적인 경고였음을 알고 있었다. 나의 선택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료들의 생계, 수많은 언론인의 밥줄, 그리고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신문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한 줄의 문장이 도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언론은 그저 권력의 나팔수가 될 뿐이라는 것을. 펜을 든 자의 사명은,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으리라. 잃어버린 정의를 되찾기 위해, 나는 이 모든 것을 걸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켜진 모니터의 불빛이 나를 재촉했다. 손끝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커서가 깜빡이며 나를 재촉했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마침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나는 기사 한 줄이 불러올 파장을 알고 있었지만, 이 거대한 불의 앞에서 펜을 멈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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